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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킨다나스 Mar 15. 2023

영어교과의 애로사항

올해 나는 1학기에는 3학년 5개반 수업과 1학년 자유학기 수업 한개를 맡고, 2학기에는 3학년 4개반 수업과 1학년 자유학기 수업과 진로탐색 수업과, 스포츠클럽 코티칭을 맡으면서 3학년 기초부진학생 지도를 맡게 되었다. 이 판국에 긍정회로를 구태여 돌려보자면 시수는 주당 17시간으로 꽤나 적고, 선호학년인 3학년을 주로 맡게 되었다는 것, 무엇보다 담임을 맡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학년부장이라는 것이 함정이랄까. 중학교에서의 비담임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영어교사가 영어과목만 가르치지 않고 뭘 주제선택이니 뭐니 보따리보따리 이것저것 맡느냐 하면 자유학기제라는 1학년에 있는 제도 때문이다. 원래는 이 자유학기제라는 것이 덴마크와 아일랜드에서 우리로 치면 고3의 나이쯤에 대학을 가기 전 자신의 진로에 대해 탐색하는 시기를 보내는 것을 모델로 하여 만든 것이다. 우리도 제대로 따라하려면 고3에 해야 하지만 어디 입시를 앞두고 새로운 시스템이냐 노발대발할 국민정서를 알기에 가장 입시와 거리가 먼 중1 에 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학교마다 자유학기에 예산을 많이 내려와서 외부강사를 부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예산이 줄어 교사들이 알아서 적당히 주제를 정해 가르치면 된다. 외부강사가 많을 적에는 마치 백화점 문화센터처럼 목공, 캘리그라피, 웹툰, 만화, 요리 등등 다양하게 있었지만 지금은 주로 교과에서 파생된 자서전 만들기(국어), 애니메이션으로 배우는 영어(영어) 뭐 이런 식으로 교과에서 파생된 내용으로 만들어진다. 아닌 경우도 종종 있다. 두해 전 난 영어와 전혀 상관없는 인공지능과 아이디어라는 창업에 관한 내용을 하기도 하고 음악샘이 요가를 미술샘이 환경에 관해 하기도 한다.


보통은 국어와 수학, 과학같은 주당 시수가 많은 주요 교과는 이런 자유학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정규수업시수만으로 각자의 수업이 꽉 차므로) 음악, 미술, 체육, 일본어, 한문 등 비주유 교과라 부르는 과목들이 학교가 작아지면서 본인의 교과수업시수만으로는 수업이 적어 이런 자유학기의 잡다구리한 수업을 하나씩 둘씩 떠안게 된다. ’떠안게’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든 거의 대부분의 샘들은 비록 자유학기 수업이 주당 2시간 4시간일지라도 부담스러워하는데 이유는 별다른 교재와 자료없이 알아서 수업을 구상해야 하는 수업준비에 부담과 정규수업보다 늘어진 학생들을 어르고 달래며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교과는 이제껏 주제선택을 많아야 한과목 정도 맡아서 해 왔는데 이번에 영어과 수업시수가 줄어들게 되면서 주제선택 6시간, 진로탐색2시간까지 맡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뭐 학교에서 하는 일이 의미나 완성도에 크게 마음을 두면 힘들어지는 건 자기 자신 뿐이라는 것을 알법도 된 연차이긴 하지만 한학기에 (코티칭을 포함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4과목이나 맡게 되니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교사에게 뭘 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교사에게 뭘 하라는 것인지. 그냥 계속 일감을 올리고 올리고 올려서 주면 어떻게든 해내야 되는게 너의 의무라고 우겨넣는 것인지. 초반에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수업이다 라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이 이런 현실과 부딪히며 흔들린다. 지금에 있어선 수업의 질은 내려놓고 해야할 것 그것이 수업이든 업무이든 민원없이 욕먹지 않을 정도로만 다 해내는 일 처리 빠른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



일감을 올리고 올리고 올리다 보니 내 허리가 이리 굽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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