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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씨당 김소영 Mar 29. 2023

꿈이 뭐예요?

감히 꿈 꿀 수 있는 삶.



누가 내 책을 들이밀며 이 책의 내용이 진짜 사실이냐 물었다고 한다.


공장 노동자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캘리그라퍼를 꿈꾸는 자전적 일기를 엮은 내 책 ‘나 글씨 김소영’


길바닥에서 시작한 글씨, 믿을 수가 없나 보다. 자신을 엘리트라 믿고 우월하다 여기는 사람들은 본인이 겪지 않은 일에 대해 상상조차 못한다. 어쩌면 상상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신보다 못하다 여기는 사람이 올라오려 할 때 자만 섞인 부정을 드러낸다. 자신이 되지 못한 무언가엔 혐오 섞인 질투를 드러낸다. 어떻게든 더러운 단어를 써서 끌어내리고 싶어 한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어떤 관심에 감사하단 생각마저 든다. 애증일까?


각종 인터뷰를 하며 가장 많은 질문이다.

”꿈이 뭐예요?“


난 사실 이 질문이 제일 어렵다. 짧은 문장으로 그 큰 단어를 포괄한다는 것은 오만같아서.


꿈꾸는 삶을 살고 싶었다.

7년 동안 4조 3교대 근무를 하면서도 학교를 다니고 붓을 잡은 이유다.


사람들은 흔하디 흔하게 꿈을 떠든다.

그 단어가 얼마나 비싼지도 모르고.


타고난 팔자가 아니고서 꿈을 좇는 것은 사치다.

꿈을 꾸는 것이 무슨 사치냐 되묻기도 한다.


꿈을 꾼다 말할 때 생략된 것들.


1. 길을 찾는 시간 (다양한 경험과 학습)

2. 어울리는 것을 찾고 주제 파악하는 시간 (메타인지)

3. 헤매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 (끊임없는 도전)

4. 길이 없을 때 새로운 길을 만드는 시간 (창조와 혁신)

5. 함께 길을 만들 동료와 조력자 (동료, 조력자, 커뮤니티)

6. 이 모든 시간과 에너지에 드는 돈 (자본)


시간과 돈, 즉 물질이 있어야 허황된 신기루를 맘껏 쫓을 수 있고 사람을 곁에 둘 수 있으며 불안 없이 길을 헤맬 수가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담보로 꿈을 꾼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없는 사람이 꿈을 꾸면 같잖게 보고 낮잡아 보는 것이다. 네까짓 게? 가 되는 것이다.


다만 없는 사람이 꿈을 꿀 수 있는 경우가 있다.

1. 재능이 있고

2. 실패해도 끊임없이 하고

3. 자본을 투자할 수 있을 때

4. 운도 좋아야 하고


나는 열아홉부터 스물여섯까지 엘지 디스플레이 생산직 노동자로 일했고 일하면서 사내 대학을 졸업했다. 7년간 저축한 돈과 퇴직금은 글씨당(작업 공간)에 투자했다.


퇴사 후에는 길거리 행사장 가리지 않고 쉼 없이 글씨로 활동했다. 보잘것없는 하찮은 시간이 쌓여 10년이다. 처음엔 같잖은 어린 여자였지만 시간만큼 짙어지더라. 점점 꿈을 닮아간다고 느낀다.


나의 글씨는 전시가 되기도 공연이나 행사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버는 돈도 모두 꿈꾸는 것에 썼다.


동료들은 그 돈으로 결혼하거나 신도시 아파트 한 칸에 보탰고 어떤 경우는 가게 얻을 밑천으로 썼다.


나의 경우는 만에 하나였다. 어떤 사례도 없었다.


결국 꿈이라는 것은 시간을 돈으로 바꿔 꿈에 투자하거나 돈을 시간이나 힘으로 바꿔 꿈에 투자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과 타협하며 꿈과 거리가 먼 삶을 산다.


모든 것을 걸어도 운이 좋지 않아 고꾸라지는 사람도 많다.


꿈이 뭐냐고?

답은 없지만 나는 답했다.


감히, 꿈꿀 수 있는 삶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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