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씨당 김소영 Mar 30. 2023

어쩌다 호캉스

낯섦과 편안함은 같이 갈수 없다.



일 때문에 서울에 숙박하는 일이 많다. 당일로 오가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오며가며 시간도 아까운 생각에 1박 한다. 보통은 야놀자로 근처 호텔을 잡는다.


다른 숙박 어플도 많은데 나는 야놀자가 만만하게 켜기 좋더라. 솔직히 대충 어디가 어딘지 이제 하도 많이 이용해보니 업소 대표사진 한 장만 봐도 감이온다. 내가 몸을 뉘일만한 곳인지 아닌지.


이번 출장 땐 레스케이프에 묵었다. 사실 킹특가로 올라와서 행사장이랑 가깝길래 잡았는데 체크인 할때 운 좋게 방도 스위트룸으로 두단계나 업글해줘서 호화 호캉스(?)가 됐다.


알고보니 미슐랭 맛집이 있는 되게 괜찮은 호텔이었다. 북경오리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3일전에 예약 필수라 그것은 먹지 못하고 좋아하는 딤섬과 사천식 탕수육을 야무지게 먹었다. 서울에 사는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기분좋게 놀고 바로 앞이 역이라 마중도 해줄 수 있었다.


4성급인데 경험하는 느낌은 5성 이상 된다. 사실 이런 뻘겋고 화려한 유럽풍 프랑스 너낌 인테리어 되게 부담스럽고 촌스러워서 싫어하는데 여긴 진짜 잘 만들었다. 이렇게 카펫 깔고 조명 쓰면서 마감 좋고 디테일 챙기기 힘들텐데 청소 상태나 서비스 그리고 집기와 가구들의 마감이 최상급이다. 거슬리는 것이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욕조며 타일 수전까지 섬세하다. 오랜만에 럭셔리 귀족 스타일에 흠뻑 취해봤다. 사실 요즘은 미니멀리즘이다 미드 센츄리다 뭐다 해서 글씨당도 죄다 허옇고 거멓고 어딜가나 비슷비슷한 의자에 디자인 조명에 나무들로 천편 일률적이라 이런 화려함이 낯설어서 오히려 들뜨고 기분이 섰다.


탈일상이 호캉스의 목적이라면 추천한다. 다만 나는 호캉스가 목적이 아니었던지라 조금 아쉽다. 다음날 중요한 일정이 있음에도 잠을 제대로 못잤다. 낯섦과 편안함은 같이 갈수 없나보다.


다음 출장때는 최대한 글씨당(내 작업 공간)과 비슷한 느낌의 숙소를 찾아 예약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작가의 이전글 꿈이 뭐예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