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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라쵸이 Jan 11. 2022

2030 밀레니얼 아티스트 인터뷰 시리즈 (열번째)

2022년 01월 - 유현 (Yoo Hyun), 1984-


< 알을 깨고 나온 자유로운 새의 비행 - 유현> 



2022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가 되면 우리는 뜨겁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지난 해를 반성하고 새롭게 맞이한 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새해의 첫날 ‘새해 다짐(New years resolution)’을 작성하는 새해맞이 의식을 혼자 또는 함께 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다짐에서 지난해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새로운 해에 하고 싶은 도전을 꿈꾸며 멋진 한 해를 보낼 것을 소망한다. 국어사전 속, 도전(挑戰)은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이라는 뜻을 갖는다. 어쩌면, 인생과의 정면승부를 뜻 할 수 있는 단어이기에 우리는 종종 도전이라는 말에서 두려움과 설렘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갖기도 한다. 또한 도전이라는 단어에는 성공 혹은 실패나 포기와 같은 단어가 함께 따라오기에, 우리는 종종 도전을 통한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고 현재에 머무르는 안전한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물론, 도전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 삶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우리가 만나볼 작가 유현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의 삶에는 독일의 유명 작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말이 그대로 녹아있다. 한국에서 일본 으로, 동양화에서 서양화로,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에서 추상적 회화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 유현. 그의 끊임없는 도전은 마치 현재라는 세계의 알을 깨고 또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 유현 의 이야기의 듣다 보면, 그의 다음 세계는 어디로 향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오늘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작가 ‘유현’이 걸어온 발자취와 앞으로 그가 걸어 나갈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티스트 유현 프로필 / 출처: 유현 작가



Q. 안녕하세요 유현 작가님이렇게 인터뷰로 작가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먼저 저희 독자분들께 작가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저는 한국화가 지난 동양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회화 작업을 하는 작가 유현이라고 합니다.



Q. 작가님께서는 대학교 학부생 시절 한국화를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유년기 시절부터 한국화에 관심이 있으셨던 걸까요한국화의 어떤 부분이 작가님께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걸까요


제가 대학교에 입학하던 때는 처음 수시라는 제도가 생겼던 때였는데요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당시고등학교 성적이 우수한 편은 아니었지만내신 점수와 포트폴리오 인터뷰 심사를 통해 미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당시 저희 학교에는 ‘학부제라고 해서 서양화 동양화 조소 수업을 다양하게 경험해   2학년  과를 선택하는 제도가 있어서, 1학년  조금  다양한 것들을 배워볼 기회를 가졌는데요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소묘나 수채화에 익숙해서인지 유화 물감으로 풍경을 그리거나 찰흙으로 두상을 만들었던 수업이 제게  과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재료적으로 익숙하고 감성적 부분이 저랑  맞는다고 여겨진 동양화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같네요.



2007년 유현 작가 작업실 전경 / 출처: 유현 작가



Q. 학부제라는 제도가  좋은  같아요사실 신입생 시절에는 이제  대학생이 돼서 내가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공부하고 싶은지  모르는 시기인  같은데이렇게 다양한 과목을 공부해보고 나에게 맞는 것을  자세히 공부하는  정말 좋은  같아요


작가님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고 싶어요대학교 시절 작가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 생각해보면, 1학년 때는 대학 생활을 충실히 즐기기보다는 짜인  안에서 생활을 했던  같아요미술 입시학원에서 강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달려가기 바빴습니다. 1학년을 마친 후에는 대학교 동기 친구를 따라  입대를 지원했습니다사실 제가 생일이 늦은 편이라서순서대로라면 동기들에 비해 늦게 입대를 하는 상황이었는데군입대 지원을 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일찍 군대에 가게  것도 있어요. (웃음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군대를 지원해서 다녀온 덕분에 빨리 복학을 하게 돼고 남들보다 1년이라는 시간을 벌었으니 다행이라고   있겠네요복학 후에는 학회장과 학생위원회를 하면서 학교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Q. 멋지네요차곡차곡 앞으로 걸어 나가는 학창 시절 작가님의 모습이 그려져요대학교 졸업 이후에는 일본 유학을 결정하셨어요일본으로 유학을 하러 가시게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1학년 때는 학부제를 통해서 동기들 모두  같이 수업을 들었는데 2학년이 되면서는 각자가 선택한 전공으로 나뉘게 되었어요당시  전공은 동양화였지만다른 전공을 선택한 동기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양화조소 전공실에 놀러  기회가 많았어요


생각해보면저는 동기들의 작업도 구경하고  전공 실의 분위기는 어떠한지어떤 재료를 쓰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그때 당시 사람들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진다고 이야기했지만제가 느꼈던 전공실의 분위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 보였거든요그러던 서양화 전공실에서 맡았던 자극적인 기름 냄새물감의 강렬한 색채자유분방한 표현의 작업이 동양화와 다른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던  같아요동양화의 전통재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나아가 다양한 재료나 표현 방법을 찾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기회가 되면 폭넓게 공부해보고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학과 과정을 일찍 마무리하고 시간을 절약한 만큼 졸업과 동시에 일본 유학에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의 끊임없이 도전하고탐구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진  같아요그래도 유학 가는 것을 선뜻 결정하는  쉽지는 않을 듯한데혹시 도전할  있게 용기를 불어넣어  인물이나 사건 같은  있었을까요?


졸업 작품전에 3, 4미터 정도의 도시 풍경을 그린 대작을 출품했습니다졸업 전시를 보러 오신 분의 추천으로 당시 시외버스 회사를 운영하고 계시던 대표님께  작품이 소개되었어요직접 작품을 보러 오셔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터미널을 짓고 있는데 공간에  작품을 걸고 싶다며 구매를 해주셨습니다그렇게 작품이 버스터미널에 설치가 되었고  제가 한국 일본을 왕래하며 작품이 설치된 것을 실제로 보기도 했었죠작품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끼고새로운 목표에 과감히 도전할  있는 용기를 받기도 했습니다저는  경험이 제가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City, I See a view_2007 (Installation view) / 출처: 유현 작가



Q. 정말 멋진 이야기네요작가님의 도전에 용기를 불어넣어  사건이라서  의미 있게 다가오는  같아요새롭게 도전하셨던 일본 츠쿠바대학원에서의 삶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에서 언어적으로나문화적으로 부담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글쎄요제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언어에 대한 부담보다는 새로운 환경문화를 접한다는 설렘이 컸던  같습니다저는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는 성격인  같아요그래서 처음 1 정도는 어학 공부에 매진하다언어가 조금 익숙해진 후에는 편의점 알바를 할 수 있었습니다당시 학교에서 공부도 중요하지만다른 나라에서  유학생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 차이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공부가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그렇게 몸소 편의점에서 알바하면서 손님을 응대하다 보니실생활에서 쓰는 단어들을 빨리 습득하게 되고 일본이란 나라에 빨리 적응할  있었던  같습니다



Q. 그렇군요일본에 가셔서는 동양화가 아닌 서양화를 공부하셨어요어떻게 보면 굉장히 다른  종류의 학문을 수학하셨는데작가님께서 느끼시기에   장르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요그리고 작가님의 작업에서   장르는 어떻게 융화되어 탄생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본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던 당시에는 적극적으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있는 기회가 많았던  같아요제가 생각하기에  전공의 차이를 이야기하자면표현방식에 대한 차이가 가장 크게 느껴졌던  같습니다우선 수묵화 기법의 경우에는 한지에 먹을 스며들게 하여 그리는 방식이라면 서양화의 경우에는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으로 색을 덧칠하고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죠 전공이 그리는 방식에서는 단순한 차이로 비칠  있겠지만 자신에게는 생소함과 다름으로 느껴졌습니다그래서 전공 수업을 들을 때는 유화나 아크릴 물감목탄을 이용해 다양한 재료로 인체 드로잉이나 야외 풍경을 그리는 아카데믹한 수업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Q.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뭔가 비슷하면서도 어떻게 다름을 가졌는지가 이해가 되는  같아요그렇다면작가님의 작업에서   장르는 어떻게 융화되어 탄생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 일본에 도착했을  보았던 잊히지 않는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버스를 타고 공항에 시내로 들어오면서  빽빽한 도시  건물과 야경의 불빛인데요제게는 지금도 생생할 만큼 아름답고 인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그래서인지 기억을 화면에 담고 싶었을까요수업 시간 이외에는 제게 익숙한 재료인 먹을 사용해 면천에 일본의 도시 풍경이나 반짝이는 사물을 그리는 작업을 하였습니다일본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보면생소함과 다름의 차이를 같은 공간에서 다른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시기였던  같아요.



2010년 작업실 전경 / 출처: 유현 작가



Q. 2011 도쿄에서  번째 개인전<Digilog> 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개인전을 여셨다니 대단하신  같아요당시 전시장은 어떤 모습이었고 전시를 여셨을때 작가님의 기분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도쿄에서  번째 개인전을 하기 전에 했던 전시가 하나  있었습니다학교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일본인 친구와 함께했던 2인전 전시였는데요당시에는 저희 과에서 제가 유일한 유학생이었고 저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는데그중 동갑인 일본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친구와는 공감대 형성도 잘되고 서로 풍경을 그리는 공통점이 있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죠 선배에게 도쿄에서 작은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을 소개받아 전시를   있는 기회가 생겨서 도쿄에서 풍경이라는 주제로 했던 전시가   전시였습니다.  


당시 기억을 회상해보면 전시였기 때문에 굉장히 적극적이고 의욕적이었습니다직접 홍보 엽서를 만들어 도쿄 근처에 있는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전시 소개도 하고 많은 사람이 전시장을 방문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이 신경 썼거든요물론지금이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쉽게 홍보를   있지만그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이고 페이퍼에 대한 감성이 있었던  같네요.


그리고 그렇게  전시 홍보를 위해 찾아갔던 갤러리에서 만난 대표님이 제게 개인전 전시 제안을 주셨었어요그래서 그다음  도쿄 긴자에서  개인전<Digilog> 하게 되었습니다물론 대관 갤러리였기 때문에 금액을 지불하고 전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그보다 도쿄에서  개인전이라는 의미가  크게 작용했던  같습니다.





2011 Solo Exhibiton, Gallery K, Tokyo (Installation view) / 출처: 유현 작가




Q 그렇군요 풍경 전시를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는 작가님의 진심이  대표님께도 전해졌나 봐요그러면 개인전 <Digilog> 전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을까요?


성공적인 전시라고 하면 여러 의미로 생각해볼  있을  같아요그래도  개인으로서 생각해본다면일본에 와서 새롭게 시도한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게 다가왔던  같습니다당시 순수한 호기심과 실험정신으로 접근한 작품들을 관객분들께 선보였고이러한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가서인지 전시 첫날에 작품 절반이 판매되었습니다전시장 천장에 낚싯줄을 매달아 먹을 뿌린 한지와 컷팅한 종이를 늘여 놓은 형태의 전시였는데그런 가공되지 않은 종이의 느낌이 기분 좋게 전달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또한일본 사쿠시에 위치한 미술관에서 오신 관계자분이 좋게 봐주셔서 메인 작품을 포함해 3점이 해당 미술관에 소장되게 되었습니다전시 마지막 날까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방문해주었고결국 작품이 완판돼 일주일간의 갤러리 대관비도 무사히 지불하고 계속 작업에 집중할 있는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Q. 한국 속담 중에 ‘누운 나무에 열매  연다.’라는 말도 있잖아요작가님께서는 끊임없이 노력하시고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것에 주저함이 없으신  같아요정말 멋지게  개인전을 마무리하신  같아요!


사실 아무런 사건 없이 전시가 마무리  것은 아니었어요 전시 기간  2011 3 11 일본 대지진이 일어났고 지진이 도쿄 시내에  영향을 미쳤거든요당시전시가 진행 중이었던 갤러리는 건물 5층에 있었는데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건물이 흔들거렸습니다책꽂이에 꽂힌 책이 떨어질 정도로 강한 지진 때문에 전시장 천장에 매달아 놓은 한지와 컷팅한 종이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가지처럼 나풀나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상황이 제게는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종이 그대로를 보여주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융화되어 기분 좋은 느낌으로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지진이라는 큰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전을 보러 와준 학교 동료 선후배들 그리고 일반 관람객과 작품을 통해 직접 소통을   있는 계기가 되었고지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겪으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느낄  있었던 전시라는 생각이 들어서제게는  개인전이 뜻깊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그렇군요지진으로 인해서 전시장 디스플레이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  같은데 순간도 유연하게 바라보시는 작가님의 시선이 멋지게 느껴집니다.


작가님께서는 <Digilog> 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다수의 전시를 선보이셨어요디지털(digital) 아날로그(analog) 합성어로 현시대를 대표하는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고 전통회화재료를 사용한 아날로그적 표현을 말합니다. “ 라고 말씀 주셨던  컨셉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 서양화를 공부할 때는  자신이 이미 동양화의 전통 재료에 대한 특성과 감수성에 길들어 있었고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유화 물감의 끈적거림이나 딱딱한 물성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그래서 어떻게 하면   학문을  융화할  있을까 대해 고민하던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먹과 한지가 지닌 특성을 살리고 기존에 없는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던  같아요이어서 먹과 한지를 이용해 유화 물감이 주는 물성의 느낌을   없을까 대해 고민을 하던 수묵화 기법으로 그리는 방식으로부터 한지를 오브제로서 사용해 보여주는 것으로 연구를 이어 갔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대학 시절부터 그렸던 도시 풍경 이미지를 포토샵을 이용해 흐릿하게 변형시키거나단순화시켜 수묵화 기법으로 그리는 방식이 이러한 연구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방식을 응용해 변형된 이미지를 그려 보고 잘라보는 과정에서 스텐실 기법을 생각하게  거죠선으로 변형시킨 이미지를 잘랐을  종이 너머로 풍경이 비쳐 보이면서 각도에 따라 형상이 보였다 말았다 하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더라고요한지에 먹을 퍼트려 최소한의 행위로 나타난 우연적인 효과와 잘라낸 종이를 결합하면 또다른 새로운 이미지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디지로그(Digilog)라는 컨셉을 떠올렸던 것은디저털매체를 활용하고 전통회화재료를 사용한 아날로그적 표현 방식이 디지로그라는 합성어로  표현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부터입니다동양화와 서양화를 함께 접하면서 작업을 풀어내는 방식이 작품 하나하나의 제목과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가지 다른 성질의 것을 적절히 섞어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봐주시면 좋을  같아요


Double Marilyn, 2011 ( 사쿠시립근대미술관 소장 , 일본 ) / 출처: 유현 작가




Q. 작가님께서는 꾸준히 서양의 만남을 토대로 하는 작가님만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오신 느낌이 들어요그렇다면풍경 외에 인물 작업을 하실 때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시나요특히 인물화의 경우 작업의 모델은 주로 유명인사의 얼굴로 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았어요혹시 이와 같은 모델을 선정하시게  이유가 있으실까요?


인물을 소재로한 초기 작업은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 실크스크린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된 마릴린 먼로의 작품 이미지에 영감을 받았습니다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더욱더 쉽고 정교하게 복제가 가능한 시대에 미술로서 무엇이 가치 있고 호소력을 지닐  있을까에 대해 관심이 있었죠워홀이 사용한 먼로의 이미지를 가지고 대량 생산이 아닌 종이를 하나하나 잘라내는 수고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시대에 필요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그렇게 흑백사진 시대의 유명 인물들을 먹과 한지로 표현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작업이 점차 발전되어 다양한 시대의 인물들을 작품에 사용하게  거죠.


특히먹의 퍼짐에서 나타나는 역동성과 리듬감 살려 최근에는 스포츠 선수나 뮤지션의 이미지들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아마익숙하게 보실  있는 작업으로는 성수동에 있는 와인바에 걸리게  손흥민 선수로 작업한 작품이   같아요축구 관련된 콘텐츠로 꾸며질 와인바가 오픈 예정인데요많은 축구 팬들이 오셔서 술과 축구를 함께 즐길  있는 공간이  예정입니다그곳을 찾아주신 분들께 새로운 영감 또는 좋은 에너지를 나눌 기회가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수동에 위치한 ‘11+1’ 바 전경 / 출처: 유현 작가



Q. 성수동의 어떤 와인바인지 궁금하네요나중에   들러보겠습니다최근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기존 인물이 아닌 추상적인 형태의 작업도 보았는데요요즘에는 어떤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시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인물의 이미지를 빼고 먹의 번짐과 색을 사용하여   회화(페인팅)로서 작업을 풀어내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전통 재료를 사용하여 유명 인물의 이미지를 현대적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은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있었습니다만때로는 ‘인물이 지닌 이미지가 강하게 전달되어 작품으로서 본질적인 의도가 퇴색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그래서 인물을 소재로 삼지 않고 순수 회화 작업으로서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제가 관심 있어 하는 공간 또는 형상의 조화 균형에 관한 것을 다양하고 폭넓게 표현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내면에서는 자유롭고 삐뚤삐뚤한 선의 느낌또는 추적추적 흘러내리는 물감의 맛을 살리고 싶고 그것을 지향하고 있지만성격 탓인지  깔끔하게 다듬고 마무리 하려는 성향이 여전히 강한  같아요물론오랜기간 동안 반복된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습성을 하루아침에 변화시키기는 무리겠죠? (웃음)


다만제가 지향하는 그림의 느낌을 찾기 위해 드로잉 작업을 꾸준히 하고생각나는 것을 바로 테스트 해본다거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림을 망쳐도 보면서  과정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방식은 꾸준히 시도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이러한 의식과 노력이 있으면 원하고 지향하는 것들을 발견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Light Red over Black_acrylic and ink on linen, 91x117 x 3.5 cm_2021 / 출처: 유현 작가




Q. 정말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오고 계시는 모습이 많은 영감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새로 시도하시는 작업도 주 도구로 아트 나이프(X-acto)와 핀셋을 활용한 정밀한 작업을 보여주시는데요. 혹시 작업 과정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우선 작품의 소재가 될 인물을 인터넷에서 자료 수집하고 포토샵으로 명암이나 밝기 조절, 불필요한 부분을 지우는 수정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선으로 이미지를 패턴화 시킨 것을 한지에 전사하고 그것을 토대로 하나하나 잘라내는 작업으로 이어집니다. 먹의 농도, 먹을 퍼트릴 때 바탕이 되는 한지의 두께에 따라 표현되는 느낌이 조금씩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형태의 작업이지만 할 때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 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집중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작업 중간에 종이가 찢기거나 하는 사고가 생긴 경우도 있었나요?


음…. 종이 컷팅 작업을1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데요, 매번 집중을 하기 때문에 종이를 실수로 찢거나 망친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작품이 완성에 가까운 모습이기 위해 가장 적합한 소재를 찾는 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목표와 그것을 이루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작품으로서 가치 있게 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벌써 연말이 다가왔는데요. 코로나 시대를 마주하며,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올 한 해는 어떤 해였나요?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면서 작업 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코로나19로 인해 매년 한 번씩 계획했던 개인전을 2년 가까이 못 했었어요. 아무래도 전시 기회가 많이 축소됨에 따라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를 통해 제 작업을 다시 되돌아보고 좀 더 객관적이고 깊이 있게 작업과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여러 협업 제의와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다음 작업에 적용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틀을 깨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미래에 발전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2021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전시 기회가 많이 생기면서, 요즘은 작업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작업실이 여러 작가와 함께 쓰는 공간이라 낮에는 오롯이 작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서, 저는 주로 밤에 활동을 해요. 보통은 전시 준비로 밤을 새우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요즘은 낮과 밤의 패턴이 바뀐 삶이 조금은 익숙해졌습니다. 평소에는 작업실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즐기는 편인데, 요즘은 연말이라서인지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많아졌습니다. 코로나로 어느 때보다 많이 차분해진 연말 분위기이지만, 이 또한 왠지 반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주변에 감사한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019 청년미술프로젝트 우수작가전 ‘공간, 사이, 바라보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 출처: 유현 작가




Q. 2022년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혹시 내년에 저희 독자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있을까요?

이 글이 소개되는 시점에는 서울에 있는 갤러리에서 단체전에 참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년 5월에는 삼청동에 위치한 공간에서 개인전도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 작품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직접 뵙고 소통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웃음)

Q. 2030 밀레니얼 아티스트 인터뷰 시리즈의 공통 질문 여쭤보고 싶습니다. 작가님께 미술 혹은 예술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예술을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기에는 아직 생각과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현시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끝에서 나오는 다양한 표현들이 오롯이 저의 생각과 감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보거든요. 당시에는 생각하고 느끼지 못한 부분들이 시간이 지나서 보이고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과거의 나는 작업에 있어 얼마나 감정에 충실했으며, 진심이었나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저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묻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해답을 계속해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동안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작가님은 어떤 행보를 걷고 있을까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늘의 인터뷰를 회상하는 날이 온다면, 아티스트 ‘유현’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경험하고 느끼는 만큼 표현할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을 것 같네요. “영감이 떠오르면 망설이지 말고 우선 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하라! 뜻하지 않은 실패와 좌절에도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계속 도전하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예술을 단순히 먹고 사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좀 더 아름답게 가꿔가는 과정이자, 타인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행위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있기를 바라봅니다.



작가 유현에게 예술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유현 (Yoo Hyun), 1984-유현 (Yoo Hyun), 1984-


유현(b.1984)은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졸업 후, 2008년 일본 츠쿠바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2011년 도쿄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열었으며, 당시 전시된 작품 중 3점은 현재 일본 사쿠시에 위치한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작가 유현은 일본과 국내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을 지향하는 ‘Digilog’를 주제로 한 ‘페이퍼 커팅’ 작품을 선보였다. Digilog는 디지털(digital)과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현시대를 대표하는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고 전통회화재료를 사용한 아날로그적 표현을 말한다. 그는 작업을 위해 인터넷이나 대중 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이미지를 수집하고, 점과 선으로 변환한 후,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지를 오려내고, 먹의 우연적 번짐을 더한다. 이렇게 탄생한 아티스트 유현의 작품은 한국화풍과 서양화풍을 절묘하게 접목된 느낌과 함께 평면과 입체 모호한 경계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아티스트 유현만의 작업 세계를 탄생시킨다.


전시연혁


학력
2012 츠쿠바대학대학원 예술전공 서양화 전공 졸업 2008 영남대학교 조형대학 한국화 전공 졸업


개인전
2019 청년미술프로젝트 우수작가전 ‘공간, 사이, 바라보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17
올해의 청년작가전 ‘Soak-Stain Paintings’,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17 Between Something and Nothing, Fnart SPACE, 서울
2016 환각(幻覺),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대구
2014 Splash of Harmony, 가모갤러리, 서울 2013 Digilog, Fnart Space, 서울
2012 Digilog, Gallery K, 도쿄
2011 Digilog, Gallery K, 도쿄

수상
2017 올해의 청년작가 선정, 대구문화예술회관

브랜드 협업
2021 아케인 X 아티스트 컬레버래이션 (쎈느, 서울)
2018 러시아 월드컵 기념 기획전 ‘The Return of Heroes’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서울) 2016
현대백화점 개점 5주년 ‘Art of Fashion’ (현대백화점, 대구)
2016 보그 코리아 20주년 #VOGUERAM 참여
2016 자넬라토 X 유현,‘NATURA: 스스로 그러하다’ 엘본더스타일, 서울
2015 구찌 #GUCCIGRAM 참여

Contact


이메일_ 

yoohyun.artist@gmail.com


인스타그램_

 @yoo.hyun, @yoohyun_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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