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ang prabang, 2013년 2월
비밀의 정원과 같은 고요한 사원의 경내를 돌아다니다가 한 무리의 동자승들을 만났다.
그들은 무언가를 고치는 문제로 떠들썩하고 분주해 보였는데 서로 장난치며 깔깔대고 웃는 모습이 품위 있는
승려라기보다는 영락없는 보통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맑고 편안한 미소를 보며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문득 그 나이 때의 내 모습이, 그리고 서울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평범한 도시 아이들의 무미건조한 표정이 떠올랐다.
행복이란 상대적이며, 물론 성적순도 아니고 외관으로 속단할 수 없는 것 임을 알고 있음에도 나의 눈에 그들의 특별할 것 없는 오후 시간은 꽤나 행복해 보였다.
타인의 인생에 대해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는 편이지만 저 나이에 승려로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그들이 꿈꾸는 세상과 내면의 모습은 그 맘 때의 나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지,
그들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그저,
햇살 머금은 꽃들과 더불어 화사하게 빛나는 오렌지색 법의(法衣)만큼 소년들의 인생도 반짝이기를 기도하며 이방인의 부질없는 호기심을 접었다.
이 우연한 만남 또한 시절인연 임을 부처님께 감사하면서 나는 다시 발길을 옮겼다.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