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과정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해야 할지, 아니면 미국에 남아 미국에서 취업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대학에서는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사실 다들 으레 이야기하듯 전기, 기계, 화학 쪽은 청년 취업난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늘 일자리와 기회가 많은 분야이다. 그렇기에 솔직히 한국이건 미국이건 취업에 대해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었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미국 취업을 준비하면서 외국인으로서 미국 내 취업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긴 했지만). 일단은 국내 대기업의 유학생 채용에 관해 먼저 말해보고자 한다.
한국 학생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학교라면 한인학생회가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 (현대, 삼성, LG, 포스코, SK 등...)도 미국 및 일본 등 해외의 공대생들을 뽑는데 꽤 적극적이기 때문에, 상시로 미국 내 학교들을 순회하며 채용 간담회를 진행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한인학생회에 등록이 되어 있다면 언제 무슨 요일 몇 시에 어느 회사에서 우리 학교에 방문하여 설명회를 여는지 이메일로 친절히 사전 공지를 해줬다. 국내 대기업에는 여러 가지의 채용 전형이 존재하고 상/하반기 공개 채용이 일반적이지만,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현지 유학생 특별 채용" 전형이 있는 경우도 꽤 많다. 이러한 설명회 때 각 회사 인사부서의 담당자가 회사에서 현재 뽑고자 하는 분야, 자격 조건은 어떠한지 등의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특채의 가장 큰 메리트는 일반적인 공채에 비해 채용 절차도 매우 간단하고 (학교에서 열리는 방문 간담회 때 본인의 resume를 인사팀 직원에게 건네주기만 하면 된다) 공채에 존재하는 인성검사나 길고 지루한 자소서 작성은 생략되고 한두 차례의 전화면접 후 임원면접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학교 방문 간담회를 아쉽게 놓쳐서 본인 resume를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전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회사의 career 섹션의 해외 유학생 공채를 클릭해 지원해도 된다. 다만 이 때는 자기소개서와 입사 동기 등을 구구절절 다 적어야 하는 귀찮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간담회를 놓치지 말 것을 권유한다. 쨌거나 이 현지 유학생 특채는 미국의 유학생들끼리만 최종 경쟁을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공채에 비하면 훨씬 부담이 덜하다.
간담회 때 resume를 전달하고 인사담당자가 resume가 마음에 들었다면 곧 전화 인터뷰 요청이 온다. 우리 학교에도 국내의 여러 대기업이 방문하였었는데 난 LG 전자에만 지원했었다. 당시는 미국에 남아있고 싶다는 쪽에 마음이 더 기울었었지만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해 LG 전자라는 plan B를 세웠었다. 내 resume가 LG 전자 쪽에 전달된 후 LG 전자의 소재 생산기술원의 두 개의 다른 부서에서 전화 연락이 왔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 부서는 기계설계 쪽이었고 다른 쪽은 제어 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각각의 전화 면접은 약 15-20 분 정도였는지 면접 질문들은 아래와 같았다.
본인이 유학을 결심한 계기
그 간의 인턴 및 교내 리서치 경험, 학교에서 참여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본인은 mechanical engineering 중에서 어느 분야에 제일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LG 전자로 오게 된다면 어떤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은지
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는지
유학 생활을 오래 했는데 한국의 기업 문화에 잘 적응할 자신이 있는지
LG 전자 생산기술원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대학원 진학 생각은 없는지 (입사 후 원한다면 회사에서 대학원을 보내줄 수도 있다고 하였다)
본인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LG 전자 생산기술원은 워낙 외부 출장과 업무량이 많고 주말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괜찮을지
사람들 중엔 돈을 적게 벌더라도 가족과 개인이 시간이 보장되어 있는 것을 선호하는 부류가 있고 그런 것들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본인의 career를 더 위하는 부류가 있는데 본인은 어떤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
느끼기에 그렇게 어려운 면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면접 전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본인의 과거 및 현재 인턴과 프로젝트 경험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잘 준비해 놓았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전화 인터뷰가 있은 지 얼마 후 이메일로 전화 면접을 통과했으며 최종 대면 인터뷰 공지가 날아왔다.
마지막 면접은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됐다. 최종 면접을 위해 한국에서부터 임원들과 직원들이 뉴욕으로 왔다고 들었다. 최종 면접 전 LG 측에선 정말 감사하게도 면접이 열렸던 맨해튼의 Marriott 호텔에서의 1박과 왕복 비행기, 그리고 공항 이동 간 우버 비용을 다 지원해줬다.
La Guardia 공항에 내린 후 우리 학교의 다른 최종 면접 합격자들과 함께 우버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나는 그다음 날 점심에 임원 면접이 잡혀있었기에 그 전날 조금 여유를 가지고 다른 합격자들과 맨해튼을 돌아다니고 구경할 수 있었다. 최종 임원 면접 전에 LG 전자 인사담당 측에서 몇 가지 제출 자료를 요구했는데 아래와 같았다.
영어로 powerpoint 작성
작성 분량 10-15분
내용은 연구분야, 프로젝트 경험, 혹은 제안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포함된 자유 양식
면접 총 소요 시간 50분
재학생일 경우 바로 직전 학기까지의 official 성적증명서
다음 날이 되고 면접 시작 약 30분 전에 대기실로 내려갔다. 대기실에서 만난 미국 현지 채용담당자와 잠시 담소를 나누었는데 이번 상반기 채용에 미국 전체에서 약 60여 명의 최종 면접자가 추려졌고 그중 자세하게는 본인도 확신할 순 없지만 최종 면접자 수는 3 배수 정도의 인원 이랬으니 마지막엔 약 20명 정도가 뽑히는 것으로 들었다. 발표 내용으로 나는 마지막 시니어 학년 동안 시니어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던 자율주행 골프 카트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했다. Self-Driving Vehicle lab에서 mechanical design assistant로 일하면서 나와 팀메이트들이 골프 카트의 전체적인 구조라던가 여러 부품들을 어떤 식으로 디자인했는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사실 학부생으로서 lab에 전체적인 기여도는 석사나 박사과정에 있던 사람들보다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어떤 식으로 project goal을 세우고 목표들을 제시간에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체계적인 계획을 짰고 어떻게 노력했는지에 대해 어필했다.
자료 발표가 끝난 후 앞에 앉아 계셨던 두 명의 임원분들께서 발표에 대한 질문을 시작하셨고 나의 resume에 대한 간략적인 설명을 부탁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이건 이러이러하게 하는 게 더 좋았었을 것 같았는데 그쪽으로 improve 하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그리고 작년에 한국에서 했던 인턴쉽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등의 질문들이 쭉 이어졌다. 그 외엔 LG 전자 생산기술원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는지, 긴 유학생활 후에 한국의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겠는지 등의 이미 전화 면접 때의 질문들도 나왔었다. 많이 긴장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편하게 본 면접이었다. 특히 여러 질문 중 한국 회사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염려가 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점에서 왜 미국에서의 취업을 관두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를 강하게 어필했다 (사실 그 시점에선 미국에 남아있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지만 일단은 plan B가 필요하긴 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깐). 그렇게 약 45분 간의 면접이 끝났다.
면접이 있고 약 2주 후 최종 결과가 LG Careers 사이트에 공지되었다고 이메일 연락이 왔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 시점에서 나는 마지막 학기 중이었고 미국에서 구직활동을 꾸준히 하던 중이었지만 아직 확실히 offer 연락이 온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plan B가 확실히 생겼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다. LG 전자 면접을 통해 몇 가지 느낀 점은, 최종 면접에서의 자료 발표에서 자료 주제와는 상관없이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냐를 보여주는 것을 임원분들이 유심히 봤던 것 같았다. 발표 자료에 관해서 전문가가 되어있어야 임원분들의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 없이 대답할 수 있을 테고, 그래야 준비된 후보란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길고 긴 유학생활 후 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지를 어필하는 것도 중요했던 것 같다. 물론 GPA라던가 인턴 및 리서치 경험도 아주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무엇보다 최종 면접에서 열의를 보이는 게 가장 핵심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