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품마 Jan 01. 2024

Adios! Holland & 2023

떠나보내는 2023년, 네덜란드 생활

한국에서 2024년 새해 카운트다운을 했지만, 웬지 캘린더가 넘어간 느낌이 아니었다.

아마도 2023년을 보내려면, 네덜란드 생활과 제대로 된 작별이 필요해서였을까.

GMT+1 기준 아침 8시 (GMT+9 기준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작별할 마음의 준비가 비로소 된 것 같다.

싱숭생숭한 이 마음이 달아나기 전, 네덜란드 생활 작별기, 2023년 회고의 짧은 노트를 남겨본다.


2년 6개월

네덜란드의 거주자로서의 총 체류 기간. 현재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짧고 긴 체류가 많았지만, 한국을 떠나서 다른 나라의 거주자(비자 홀더)로서 살아본 최장 기간이다. 잠시 주변국가에 여행을 하게되든, 고국에 방문을 하게 되더라도 "저는 네덜란드에 살고 있어요" 와 "저는 네덜란드에서 왔습니다"로 나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기간이었던 것 같다. 내 생활과 경제 기반이 모두 네덜란드에 있었고, 이 기간 중 가장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기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불확실성과 안전 장치의 공존

2023년 나의 네덜란드 생활은 불확실성 (회사의 구조조정과 또 다른 이민의 가능성)의 연속이었다. 2022년부터, 아니 그 전부터 시작된 회사들의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의 연이은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직업적 안정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시간이다. 나의 직업과 거주지의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상황인지라, 이 불확실성을 대하는 나 자신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제한적인 사실로부터 오는 불안감을 오롯이 스스로 이겨내야 했다.

동시에 내가 "거주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네덜란드는 상당히 안전 장치가 잘 갖춰진 곳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게, 인생에 내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지 못할 수 있는 실직/병가/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안전 장치에 대해서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불확실성과 안전 장치의 공존이라는 아이러니를 상대해야 했고, 일부 도움을 받기도 한 역설적인 시간들의 연속을 잘 이겨낸 나, 칭찬해 주고 싶다.


외로움과 편안함의 역설

네덜란드에서 보낸 시간 만큼, 오롯이 혼자서 보낸 시간도 내 인생에 얼마나 있을까 싶다. 끊임없이 늘 성취해야 할 목표들이 너무 많았던 터라, 따지고 보면 외로움은 늘 내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것 같지만 물리적으로, 절대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은 늘 부족하다 느꼈던 내 인생이었다. 내게 네덜란드는 내가 목표로 한 어느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준 디딤돌이 되어준 나라이고, 그 도달의 과정의 대가로는 많은 과제와 어려움들을 물리적으로 "혼자" 이겨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물론 아주 가까이서 물리적인 도움을 준 지인들도, 몸은 멀지만 마음은 가까이에서 정신적인 도움을 준 가족들도 잊지 않았다.


더 멀어진 시차와 거리만큼이나 혼자만의 영역은 더 늘어났고, 지내는 동안 때때로 그 외로움을 오롯이 마주할 때면 "외로움"은 내가 네덜란드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영역이구나 하며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외로움에 적응되는 부분도 생기고, 한편으로는 동반되는 편안함을 느끼면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점을 가져야 했다 (이 상황이 영구적이어서는 안된다는 내 가치; 가족이 함께 행복해야한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나"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고, 내가 나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곳에서 얻은 "편안함"은 네덜란드 생활에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인생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도전과 불편함

2023년을 마무리하며, 나의 네덜란드 생활도 공식적인 막을 내렸다. 가족과의 연합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큰 결정을 내린 한 해였고, 그 결정은 새로운 직장으로의 이직이라는 도전을 결정으로 이어지게 했다. 2023년 뿐만 아니라 여러 해 해외생활을 하며 얻은 교훈이었던, 내 통제가능영역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결정이었다. 해외 주재생활을 한다는 것은 나의 거주지와 생활 반경 등 많은 부분이 스폰서인 회사와 얽혀 부득불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비자가 필요 없이 노동을 할 수 있고, 내 생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고국으로 돌아온다는 조건은, 이미 내 통제 가능영역이 해외에 비해 훨씬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동시에, 내가 4년 전 해외 근무를 하러 나가는 도전과는 다른 결의 도전과 생활에 적응을 해야하는 챌린지가 다소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지금이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일하는게 뭐가 도전이지?"
"한국인이 한국에 돌아와서 사는게 뭐가 대단한 변화라고?"

"한국인이니까 당연히 이해하는거 아냐?"


직접 들은 얘기는 아니지만, 눈빛으로 뉘앙스로 내가 받는 편견의 시선들이 던지는 나를 향한 의문점들이다.


내가 온전히 내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서 적어보는 진짜 내 속마음은,

제로베이스로 다시 시작하는 느낌, 하드웨어는 너무나 한국인이지만 뭔지 모르게 돌아온 고국의 업무/생활 환경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나의 마인드셋, 달라진 라이프스타일... 내가 나를 잃지 않고 잘 살아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떨어진 자신감이 가득하다.


한 해를, 그리고 나의 타국 생활을 마무리하는 새해 첫 날,

꽁꽁 싸뒀던 마음을 털어내고 난 뒤의 후련함으로 나 자신을 누구보다 응원하는 마음을 가득 채우려고 한다.


새로운 한 해, 그리고 나의 한국 생활, 응원한다! 내 자신.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와 함께한 4년의 해외 주재 생활을 마무리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