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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히 Nov 23. 2020

19 지극히 정적인 덴마크 워킹홀리데이가 끝났다


덴마크 워킹홀리데이가 끝났다. 21년 1월 31일까지 꽉 채우고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아쉬워하며 미련 한가득 안고 한국에 돌아올 줄 알았는데, 10월 30일 도망치듯 덴마크를 떠났다.


텅 빈 코펜하겐 카스트럽 국제공항


시차에 완벽히 적응하는데만 한주가 꼬박 걸렸다. 일기장을 보니 5일이 지나서야 "정신이 또렷해질수록 하루가 온전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로 오늘 하루는 꽤 길게 느껴졌다."라는 말이 적혀있다. 그날을 기점으로 통잠을 자기 시작한 것 같다. 신체리듬이 돌아오니 사고력도 회복됐다. 생각의 흐름에 따라 일시 정지됐던 감정도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다행히도 자가격리가 해제됐다.


겨울이 오기 전 한국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19번째 글이 워킹홀리데이를 기록하는 마지막 글이 될 줄 몰랐다. 한국에서 쓰고 있을 줄은 더더욱 몰랐고. 10월 중순에 마지막으로 쓴 글을 보니 이런 다짐이 적혀있다.


"사실 한국에 들어감과 동시에 시험도 시험이지만, 무수히 많은 고민과 선택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지금 여기서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는 것도 대비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부딪혀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제대로 부딪혀 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남은 시간은 후회 없이 보내야 한다. 몸도 정신도 기초 체력이 탄탄해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법. 남은 두 달, 내가 사랑하는 이 공간에서 열심히 갈고닦으리."


그로부터 불과 2주 뒤, 멀게만 느껴졌던 그 순간이 눈 앞에 닥쳤다. 지난 9개월 간 나름의 기초 체력을 잘 쌓아서인지 큰 타격이 없다. 생각보다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 일상이 신기할 따름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갈망하며 후회로 가득 찬 날들이 더 많았던 거 같은데, 그 틈에서도 꽤 견고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나 보다.


시간이 멈추지 않는 이상 삶은 살아진다. 숨을 멈추지 않는 이상 나는 계속해서 유동적인 존재가 된다. 매일을 정신없이 바쁘게 살지 않아도, 이번 주에 무얼 먹고 무얼 했는지 또렷이 기억나는 단조로운 하루를 보냈더라도, 지극히 정적인 삶이어도 괜찮다. 적어도 가라앉지 않고 떠있는 법만큼은, 시간의 무게를 견뎌내는 법만큼은 확실히 배웠으니까.






아래는 지난 9개월 간의 영상 기록,

https://www.youtube.com/channel/UC5AkTrpL0h9ZRGadp9ejJ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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