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비프에서 <백발마녀전>이 상영됩니다
저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을 시작으로 매년 10월 부산을 찾아왔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 비프에서 막을 올렸던 '장국영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기획전에 참여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레슬리의 영화를 상영했던 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해도 있었습니다. 관객 프로그래머였던 때도 있었고, 기획자였던 때도, 모더레이터이기만 했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았던 것은 늘 홍콩영화와 함께였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작년에는 한 관객분께 "지난해에도 홍콩영화 토크하셨던 분 맞죠? 모르고 왔는데 너무 기시감이 들었어요."라는 인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
이 정기적인 부산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올가을에도 다시 부산을 찾게 되었습니다. 커뮤니티 비프의 커비컬렉션 '장국영의 一生最愛(일생최애): 20년이 지나도'라는 프로그램을 위해서인데요. 올해 상영작은 <백발마녀전>입니다. 이 작품으로 레슬리의 20주기를 다시 한번 기념하고자 합니다.
또한 <백발마녀전>은 올해로 개봉 30주년을 맞는 작품이라, 더욱더 의미가 큰 자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국내 최초의 4K 상영입니다. 장국영과 임청하라는 두 걸출한 배우의 미모와 연기를 보다 선명한 화질로 감상하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작품의 초청과정에는 저도 직접 참여했는데, 정말 힘들게 모셔왔습니다. 자세한 말씀은 상영 후 토크에서 드리겠지만, '이쯤 되면 이건 레슬리가 하지 말라는 의미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작품의 국내 재상영이 어려웠던 이유가 절감되는 순간이었습니다. 1회 상영이라는 점이 두고두고 아쉽지만, 어렵게 확정된 자리인 만큼 더더욱 의미가 깊은 자리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상영 후에는 저와 <아무튼, 장국영>을 쓴 오유정 교수님의 토크도 이어집니다. 장국영의 팬덤에 대해 이야기하는 본격 덕톡입니다. 그의 사후에 팬이 된 後榮迷와 오랜 시간 그를 지지해 온 老榮迷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덕력을 합치면 도합 60년이 훌쩍 넘는 두 덕후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토크를 위해 여러분이 직접 참여하실 수 있는 오픈채팅방도 열릴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이번 프로그램의 제목인 '一生最愛'는 '일생 최고의 사랑'이라는 뜻으로도, '인생의 최애'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은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데요. 두 개의 의미로 이번 상영의 의미를 정의해 본다면 "장국영이 선보이는 스크린 속 '일생 최고의 사랑'을 만난 뒤, 우리들의 '인생 최애' 장국영에 대해 대화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저는 지금도 이 제목을 보며 "신이시여, 정녕 제가 지은 이름이란 말입니까"하고 혼자 벅차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9월 12일, 레슬리의 생일입니다.
각종 SNS에 쏟아지는 수많은 축하의 글들을 보며 "언제까지나 기억되고 싶다"던 레슬리의 소망은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구나 또 한 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축하는, 이 글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장국영의 一生最愛(일생최애): 20년이 지나도'의 상영일정은 오늘 15일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여러 이유로 상영시간이 영화가 잘 어울린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상영일정이 공개되면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