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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gie Woogie Jan 27. 2021

'락스타' 데이비드 보위의 전자음악, 역사를 만들다

<Low> (1977) - David Bowie


몇 년 동안 데이비드 보위에 미쳐서 살았었다. 이곳저곳에 보위 스티커를 붙이고, 아르바이트한 돈이 모이는 데로 LP를 사 모으기도 했었다. 노래도 매일 보위 노래만 들었다. 얼마나 요란스럽게 좋아했던지 주변 사람들도 다 알았다. 해외여행을 갔던 여자 친구가 <Aladdin Sane> LP를 보고, '어 저 아저씨,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깜짝 선물로 저 멀리 유럽에서 사 왔더란다. 유감스럽게도 <Aladdin Sane>은 옛 저녁에 사서 가지고 있었던지라, 지금 같은 앨범을 두 장 가지고 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전의 내가 비정상적이게 뜨거웠던 것으로 합의를 보자. 하지만 요즘 데이비드 보위의 LP를 다시 꺼내 듣고 있다. 신디사이저에 관심을 갖게 되어, 전자음악을 듣기 시작해서이다. 물론 아직도 이 장르는 탐구 중이라, 크라프트베르크나 YMO 정도밖에 모르겠다. 그 이외의 영역으로 나가기엔 아직은 두렵다. 하지만 더 많은 전자음악을 듣고는 싶고, 다른 뮤지션들을 들으려니, 취향에 안 맞으면 어쩌나 싶어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데이비드 보위가 떠올랐다.


<Low>
"Ashes to Ashes"의 신디사이저 인트로를 기타로 연주하겠다고?

기타를 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Ashes to Ashes"를 커버하려 했었다. 근데 처음 1초부터 막혀 버렸다. 신디사이저로 연주한 인트로를 듣고는, 아니 기타로 저런 소리는 어떻게 내야 되는 거야 싶었다. 난 모든 전자음은 일렉 기타로 내는지 알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데이비드 보위와 전자음악은 꽤나 연관이 깊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 "Ashes to Ashes"를 언급해 보았다. 앨범 <Low>(1977)는 시기 상, "Ashes to Ashes"가 수록된 <Scary Monsters>(1980)에 앞선다. "Ashes to Ashes" 이전부터 이미 데이비드 보위는 신디사이저와 친했던 것이다.

밥 딜런이 처음으로 일렉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선 날. 사람들은 그를 유다라고 욕했다.

<Low>는 <Heroes>, <Lodger> 앨범과 함께 베를린 3부작이라고 불린다. 데이비드 보위가 베를린에서 창작 활동을 했을 당시에 만들어진 작품들이고, 당시 독일에서 유행하고 있던 음악 장르와도 연관이 깊기 때문이다. 3부작 중 가장 먼저 발매된 작품이지만, 가장 실험적이기도 하다. <Low>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밥 딜런이 일렉 기타를 처음 매고 무대에 올랐을 때처럼 놀라 까무러쳤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밴드 사운드는 어디 가고, 웬 기계음밖에 없냐면서 말이다. 분명히 어쿠스틱 기타를 매고 데뷔했던 데이비드 보위가, 어쿠스틱 기타를 버리고 일렉 기타를 잡는 것으로 모자라서 이젠 일렉 기타마저 버리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팬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Radioactivity"- Kraftwerk

그런 반응들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Low>는 너무나도 전위적인 앨범이기 때문이다. 앨범의 콘셉트 자체가 신디사이저 소리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 음악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그런 음악들이 더 많은 시대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락에 익숙했던 영국의 리스너들에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서독에서는 이미 크라프트베르크, 노이!의 전자음악이 유행하고 있었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을 들어보자. 지금 듣기에는 8비트 게임기에서 날 법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진보였다. 데이비드 보위 역시 이런 음악에 감흥을 받아 유사한 음악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나마 A면에는 가사를 가진 곡들이 많다. 부인이었던 안젤라 보위에게 바치는 세레나데인 "Be My Wife"는 전통적인 밴드 사운드를 견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B면의 수록곡들은 모두 '전자 기악곡'이라 볼 수 있다. "Warsaw"와 같은 곡에서 보위의 목소리가 등장하지만, 효과음으로 사용될 뿐이다. 하지만 낯선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들었을 거부감을 참고 끝까지 감상을 한 1977년의 리스너들은 큰 보상을 얻었을 것이다. 가사 없이도 충분히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았는가? "Speed of Life"에서는 넘치는 속도감을, "Warsaw"에서는 신비스러운 압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리스너들도 <Low>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Low>는 단순히 그 역사성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는 앨범이 아니다. 실험적인 태도를 바탕에 깔면서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담백한 음악들이다. 그리고 장르도 천차만별인 전자음악들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1977년도의 전자음악과는 친하다 할 수 없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는 수많은 실험정신들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앰비언트'라는 단어에 익숙할 우리지만, 바로 그 장르를 창안해낸 브라이언 이노의 실험정신이 <Low>에 그대로 녹아내려있다. (브라이언 이노는 <Low>를 포함한 베를린 3부작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어떤가, 듣고 보니 <Low>도 한 '앰비언트'하지 않은가?

신디사아저와 보위의 하모니카의 궁합이 인상 깊은 "A New Career in a New Town"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감동을 느끼지 못한 당신을 포섭하기 위한 마지막 무기를 하나 준비해 두었다. <Low>의 수록곡 중 하나인 "A New Career in a New Town"의 2002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실황 영상이다. 여기서 보위는 하모니카를 연주한다. 이렇게 세련된 하모니카 소리는 처음일 터이다. 무엇보다도 신디사이저와 하모니카와의 조합을 생각해낸 것 자체가 놀랍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둘의 궁합이 엄청나다는 것일 터이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아직도 <Low>와 데이비드 보위의 매력에 넘어오지 않은 사람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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