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만북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만복 Aug 03. 2022

왜 논리를 배워야 하는가

레이먼드 스멀리언,『논리퍼즐』

끝나지 않은 셰에라자데의 이야기


사산 왕조의 왕, 샤 리아르는 왕비의 부정을 목격한 후 매일 밤 처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 여인을 처형시키는 기행을 보였다. 이 기행은 3년간 이어졌는데 이 때문에 나라의 처녀들이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 백성들의 원성이 극심해지자 이때, 재상의 딸인 셰에라자드가 자진하여 왕의 침실로 들어가는데, 그녀는 왕에게 이야기 1개씩 천 일 밤 동안 들려주었다. 이것이 바로 천일야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다. <논리퍼즐>은 바로 이 천일야화의 연장이라는 가상의 구성으로, 논리학과 수학을 기초로 이루어진 퍼즐이다.


제목과 구성을 들어보면 내용이 쉽고 흥미로울 것 같지만, 논리학을 이제 막 배우는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이 책에 담겨있는 논리 퍼즐들이 꽤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뒷장에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는데, 맞혔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막상 정답이 아닐 때가 많았다. 답을 알고 난 후 문제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 책은 논리로 향하는 첫걸음마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논리를 배워야 할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오해와 갈등은 바로 이 의사소통이 원인이다. 대화가 부족해서, 또는 서로의 입장만 고집해서. 이것을 다른 말로, 논리의 결핍 혹은 잘못된 논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모두가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판단하는 순간부터 그것은 과연 객관적인 것일까.


@ Photo By Pixel2013, Pixabay


반면 셰에라자데의 이야기는 다르다. 그녀의 이야기는 다음날에도 듣고 또 듣고 싶으며, 그것은 천일동안 지속되었던 왕의 오해와 갈등을 잠재우고 나라의 처녀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는 것에 일조한다. 물론 그녀의 이야기가 논리적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즐거운 의사소통이 주는 장점에 대해서는 명백히 보여주었다. 현대의 사람들은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단편적으로 보이는 것에 집착한다. 이 때문에 갈등과 오해가 만연하고, 서로를 불신하며 방어적인 자세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는 논리를 배워야 한다. 논리는 이러한 오해와 갈등을 줄여 의사소통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피어있는 모순과 이기심은 보통 논리가 부조리할 때 발생한다. 용기 있게 왕에게 천 하룻밤 동안 이야기를 전했던 그녀처럼. 보다 행복한 의사소통을 위해 논리를 배워 보는 것은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도솔가의 작자, 월명사는 누구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