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지난 8월 2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로, <뷰티풀 마인드>, <미스티>, <부부의 세계>를 연출한 모완일 감독의 신작이다. 김윤석, 이정은, 윤계상, 고민시 등 굵직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특히 김윤석은 무려 17년 만의 드라마 출연작이다). 8부작의 다소 짧은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릴러/범죄 장르의 드라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말 그대로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영하(김윤석)가 의문투성이의 손님 성아(고민시)를 맞이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들의 불편한 만남으로부터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 더욱 불편한 소문을 남겼던 '레이크뷰 모텔'이 있다. 이곳은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곳으로, 이곳의 주인인 상준(윤계상)은 한 남자 때문에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그리고 이 마을에 '레이크뷰 모텔'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보민(이정은)이 이곳의 파출소장으로 부임하면서 약 20년의 시간을 건너뛴 숲속 펜션과 레이크뷰와의 연결점이 생긴다.
과거와 현재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는 드라마다 보니, 타임라인이 약간 뒤죽박죽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골자는 이거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영제가 '개구리'인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영하가 운영하는 펜션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사건 때문에, 레이크뷰 모텔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에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삶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드라마 내에서 반복되는 나레이션은 이렇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그리고 그에 덧붙여 생각되는 물음은 이렇다. 쓰러진 나무의 소리를 듣고 다른 나무들은 무엇을 했는가? 그 나무가 쓰러졌다면 나무가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는 어딘가, 혹은 돌아갈 수 있는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큰 나무'는 앞서 말한 두 가지의 사건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던져진 가운데, 나무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나무를 쓰러뜨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충돌한다. 이것이 바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가장 큰 갈등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2차 가해자와 2차 피해자들이 극이 진행되며 계속해서 발생하고 얽힌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중요한 화두를 던지며 시작하지만, 시간과 구성 그리고 서사의 흐름이 다소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서스펜스의 매력은 다소 부족하다.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배우들의 케미와 '숲'이라는 서늘하고 스산한 장소에 대한 연출력, 즉 미장센 자체는 빼어나다. 장소나 상황의 장면 혹은 분위기를 검증된 배우가 하드케리하며 끌고 나가는 것을 보는 것 자체로도 이 드라마의 제 역할은 다한 셈이다. 아쉬운 점은 그 이상을 밀고 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속죄와 복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지만 두 가지 시선으로 돌아가는 사건이 완전히 체결되어 하나의 덩어리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매력적인 이유는 서로 겹칠 듯 겹치지 않으며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네 명의 주연배우들의 합, 그중에서도 완전히 '미친 여자'의 탈을 뒤집어쓴 고민시가 연기한 '유성아'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것만으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