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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Sep 30.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극악여왕>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일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극악여왕>. 지난 9월 중순에 서비스되기 시작한 신작 작품으로, 일본에서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를 연출한 시라이시 카즈야가 연출을 맡은 일본 여성 프로레슬러판에 관한 5부작의 드라마다. 일본 내의 여성프로레슬러판에서 전설적 선수로 회자되는 실존 인물 '덤프 마츠모토(마츠모토 카오루)'를 완전히 오마주삼았으며, 이 '덤프 마츠모토' 역을 유리양 레트리버가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밖에 국내외 작품 자체보다 불륜설로 유명한 카라타 에리카, 고리키 아야메 등이 유리양 레트리버와 함께 주연을 맡았는데, 제작 당시 카라타 에리카가 드라마의 굵직한 배역을 맡는 것에서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으나 작중 작정하고 나온 듯한 그녀의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으로 제작 직전 혹은 촬영 중이던 당시에 어느 정도 반감을 샀던 대중의 불호는 조금 사그라든 느낌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엄밀히 말하자면 '덤프 마츠모토' 역할인 유리양 레트리버지만, 덤프 혼자서 일본 프로레슬러계의 붐을 일으키고 인기를 독차지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극악여왕>은 투탑 체제의 드라마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작년 이맘때 넷플릭스 추천작으로 <리키시>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즈음 일본의 여성프로레슬러에 대한 드라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의 여성 스모선수라면 더 좋았겠지만, 스모라는 스포츠 자체가 굉장히 폐쇄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하고 캐릭터들의 개성 넘치는 여성프로레슬러계에 관한 드라마를 좀 더 갈망했던 것 같다. 그러다 마침 <극악여왕>의 제작 소식을 들었다. 그러니 꼬박 1년 여 정도를 기다린 드라마고, 잔뜩 힘을 준 만큼 굉장히 파워풀한 실화 기반의 캐릭터들이 마구 날뛰는 걸 보는 것만으로 쾌감은 충족되었다. 단점이 있다면 5부작의  짧은 호흡이라는 사실 때문에 다소 급하게 전개되거나 혹은 다른 인물들에 대한 사연들에 대한 갈증이 남는다는 것인데, 그런 지점들을 제외하면 모두 만족스러운 드라마였다. 


<극악여왕>은 어릴 때부터 프로레슬러들을 동겨하며 자랐던 가난한 소녀 '마츠모토 카오루'가 프로레슬러계에 입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능하하고 염치없는 아버지와 가족들로 인해 '덤프 마츠모토'로 흑화하는 과정, 그리고 그 덤프 마츠모토의 전성기의 시작과 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타이트하게 좇는다. 프로레슬러에 열광하던 소녀들이 레슬러가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 자체를 보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덤프 마츠모토'를 연기한 유리앙 레트리버의 열연이 돋보인다. 이 작품을 위해 레트리버는 기껏 감량한 몸무게를 도로 찌우고 머리가 부딪혀 병원에 실려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이와 관련해 넷플릭스 재팬은 제작 방식 등으로 인한 호된 질타를 일본 내 언론들로부터 받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주연으로는 아주 강한 인상을 심어줬으며, 어떤 역이든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단함과 캐릭터 해석능력으로 인해 인생의 하이커리어를 달성하게 되었다. 드라마와 영화에 감초같이 등장해 예전부터 꽤 좋아하던 배우였는데, <극악여왕>을 통해 주연으로의 면모를 완전히 굳게 다졌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프로레슬링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극악여왕>의 경기 장면 대부분은 실제 경기 장면을 최대한 답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일본 여자프로레슬러 혹은 프로레슬링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크게 즐거움을 느낄 부분도 적당히 포진되어있다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1970~80년대의 일본 문화의 이면이자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느낌이라 이런 지점들이 꽤 흥미로웠다. 쓸데없는 로맨스가 조금도 존재하지 않고 전부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활극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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