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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Dec 28. 2018

과정중심평가가 준 착각을 그래도 믿고 싶다

과정중심평가 딴지 걸기 그 두번째

"평가가 바뀌면 수업이 바뀐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평가가 수업을 바꾸어 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교육에 부는 혁신의 바람만으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는 어찌 됐든 긍정적인 거니까.


그런데 지금 선생님의 수업은 바뀌어 가고 있는가? 

아니면 진작 바뀌었나? 

아니면 평가와 수업이 전도 되었나?



<이전 평가에 대한 찰나의 회고>


나의 평가에 대한 고민의 시작은


처음 교단에 내 딛었을 때 들었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평가였다. 

초임교사의 패기로 첫 공개수업을 사회와 수학 교과서 내용을 내 마음대로 통합하여 재구성한 짬뽕(?) 수업을 했다. 되돌아 보면 화학적이기 보다는 물리적인 통합이었던 듯 하다. 융합이라고 보기는 뭐한 그런. 

나름 성공적인(?) 공개수업을 마쳤다고 생각했다. 후후. 역시 나인가?

그런데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매 번 보이는 것과 속이 다르다.  잊지 말자.)

며칠 후 지금은 사라진 일제식 평가일이라 관련 내용에 대한 문제를 냈다.

못 푼다...


문제점을 찾아보자.  

1. 재구성이 잘 못 됐다.

2. 학생이 학습 목표에 도달하도록 수업 중에 더 잘 이끌지 못했다. 

3. 학급 학생 실태에 맞는 수업 방법을 고려하지 못했다. 

4. 수업 중 형성평가가 잘 이뤄지지 못했다. 

5. 재미와 흥미 위주의 활동 중심 수업으로 학생들이 숨은 의미를 찾지 못했다. 

6. 기타 등등 


아...음..

그래. 나에게서 문제를 찾고 개선하면 내가 발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를 내가 냈던가? 

아니야. 내가 문제를 골랐지. 도 학업성취도평가이니 여러 문항에서 골라서 내면 되니까?

그런데 내가 했던 수업은 통합 수업인데 진짜 이 문제가 내가 한 수업과 관련된 내용을 평가 하는 것일까?


그렇다. 

'평가 따로, 수업 따로' 였다. 이게 문제였어. 

교과서 진도를 나가는게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평가였으니까. 

시험 범위에 맞게 교과서 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교과서가 학생을 가르친 것인가? 교사가 학생을 가르친 것인가? 

선생님이 재미있게 재구성한 수업에 학생이 참여했다. 

교과서 내용을 기억할 것인가? 재구성한 수업 내용을 기억 할 것인가? 

학생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근본적인 평가는 교사가 가르친 내용을, 내가 가르친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사실 평가도 맞춤형 아닌가? 맞춤형 수업을 하니 맞춤형 평가가 될 수 밖에.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말이다.






과정중심평가가 주는 그 착각. 

그런데 좀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다. 옆구리 한 번 긁어주고 가자. 

올해 교육정보원의 프로젝트형 학교정책연구로서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델파이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장 선생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평가관점 변화와 통지방법

초-중-고등학교로 연계되는 평가의 방향 전환으로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 교사의 의식 개선과 학부모의 평가에 대한 관점 변화를 이끌 연수를 계속해야 한다. 학부모일제식 서열식 평가의 인식으로 인해 과정중심 평가방식으로는 학생의 정확한 학력상태를 알 수 없다며 불만이다. 교사서술식 통지방법 도입으로 업무부담이 커졌다. 취업, 대학진학 등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에서 초중고에서 경쟁을 없애겠다는 발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증폭시킨다. 매년 바뀌는 평가 방식으로 현장은 혼란이 많다.


지필평가 실시방법

지필평가든 수행평가든 교사의 의도에 따라 실시할 수 있다. 그런데 지필평가를 하게 되면 일제형 평가가 되는 것인가? 일제형 평가를 안해야 하니 그렇다면 수시평가로서 단원평가를 실시해야 하는가? 결국 학기말에 과목별 지필평가를 몰아서 치던 것이 단원 단위로 분산된 것인가? 이렇게 되면 너무 잦은 평가가 아닐까? 교사들은 수시로 평가계획을 수정 보완해 가야 할텐데 교사 모두가 평가에 대한 역량이 길러져 있을까?  학부모들도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하는지 궁금해 하나 통지형식은 정량화하면 안 되고 정성적으로 작성하는데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잦은 시험에 부담을 느낀다.



철학 공유방안

지나가는 유행쯤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생각과 철학의 공유 없이 지필 총괄평가 여부나 횟수만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서두르기보다 큰 그림을 그려서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도교육청의 평가 방향이 바른 곳으로 가고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평가는 수업이나 교육과정과 떨어질 수 없는 만큼 철학이 내면화되고 공유돼야 한다.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학부모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저학년에 적합한 평가방안은

초등학교 평가계획이 중학교 평가계획과 같아서는 안 된다. 1, 2, 3학년의 발달 정도를 고려해 초등에 적합한 계획이 나와야 한다. 1~2학년은 단답식 답을 요구하는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고, 글을 잘 못 읽는 초등 1학년에게 평가 자체가 힘들 때가 있다.


학부모 교육

교육청의 정책과 학부모의 요구사항의 괴리가 크다. 학부모가 궁금해하는 것은 아이의 점수와 순위인데 교육청의 정책은 점수와 서열화 금지다. 그 사이를 알려주기 애매하다. 학부모 인식개선을 위한 연수와 토론회가 필요하다.


서술 논술평가의 채점과 통지방법

객관적인 채점의 어려움이 많으며, 저학년의 경우는 서술 문항을 구성하기가 어렵다. 서술형 평가는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데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해 채점 시 어려움이 많다. 평가서에 사실대로 적기보다 좋은 방향으로 적어주려고 하니 힘들고, 학부모가 자녀의 평가 결과를 정확하게 알기 어려울 것 같다. 평가지표가 분명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한다.


평가 업무 증가

평가를 위한 평가가 돼 교육의 본질인 가르치는 활동이 오히려 부차적이 됐다. 평가업무가 과중하고 평가 문항의 수가 너무 많다. 서술식 평가의 채점과 통지 등의 업무가 많다. 밤늦게까지 평가지를 만들면서 차라리 아이들 손 한 번 더 잡아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평가에 쏟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 


수시평가와 학력

학생들이 모두 도달이 되게 하기 위해 문제가 훨씬 쉬워져 학생들의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 지식을 쌓는 데는 수시평가가 도움이 덜 된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 통지표는 별 의미가 없고, 학원 시험 결과를 더 신뢰한다. 

과정중심평가는 지극히 교사 주관적이라 교사에 따라 학생의 학력에 큰 차이가 난다. 학력은 떨어진다고 본다. 취지나 목적은 좋지만 배움이 늦는 학생(부진학생)이 대량 생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본다. 교사의 사명과 책임과 성실과 능력이 받쳐줘야 실현가능하다. 기초학력부진 학생 및 중간계층의 학생들 학력이 약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미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에서는 일제식 평가를 폐지했다. '평가 혁신이 대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교사의 평가권을 존중하기 위해 평가 관행을 개선하고 있다. 출제문항수와 난이도 배치 비율, 난이도와 배점 연계 등을 교사가 교과내용의 특성과 성취기준에 따라 정하도록 했다. 평가방법과 난이도, 서술형·논술형 문항수에 따라 시험시간도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일제식 정기 지필평가를 폐지했거나 현재 폐지 예정인 곳이 17곳 교육청 가운데 12곳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초·중학교 일제고사 폐지'와 '중학교 교사별 평가·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과정중심평가. 실상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다. 자칫하면 왜곡된다. 


교사에게 쉬운 그런 학생 성장중심평가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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