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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Dec 26. 2018

과정 중심 평가, 당사자들의 고민

교사, 학생,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사들의 고민


"해본 적이 없어서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과연 그럴까?

과정 중심 평가, 이전과 많이 다른 평가일까?


과정 중심 평가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실제 교육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지금 내가 하는 활동들이 맞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얘기다.


어느 때보다 과정 중심 평가가 강조되고 있지만, 교사들이 느끼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평가의 고민을 드러내는 첫 번째 사례를 보자.

A 교사는 음악 시간에 ‘리코더로 <작은 별> 연주하기’를 평가과제로 제시했다. B 학생은 평소 열정이 높은 아이였지만, 이 평가에서는 ‘중’ 수준의 평가결과를 받았다. 자기 스스로 계속해서 재평가를 받았지만 ‘상’ 수준의 점수를 받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평소 학습태도와 노력이 가상해 A 교사는 B 학생에서 ‘상’ 수준의 점수를 부여했다. 다른 ‘상’ 수준의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는 분명히 부족했지만 ‘상’ 점수를 줬다. C 교사는 국어 시간에 ‘자신이 겪은 일을 글로 나타내기’를 평가과제로 제시했다. D 학생은 평가결과를 받고 나서 납득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용은 좋았지만 글씨를 바르게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례다.

E 학생의 평가결과는 1반에서는 ‘상’ 수준이지만, 2반에서는 ‘중’ 수준으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담임교사의 성향과 채점 기준에 따라 같은 학생 평가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학급 간, 학생 간 평가결과의 차이는 평가의 타당성·공정성·객관성·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동학년 협의회에서 평가내용·기준·방법·활동 장면(학습활동)을 동일하게 계획하고 실행했지만, 오히려 교사의 다양성·창의성·자율성을 침해하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말았다.


그래도 과정 평가를 하려고 이것저것 시도하면 수업이 조금 더 체계화되는 느낌이 있다. 수업하면서 ‘아, 이걸 평가계획에 넣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내가 과정 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지만, 하면서 조금씩 성취기준 분석에 따른 교육과정 재구성과 평가할 영역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운 뒤 수업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 실패하면서 배운다. 과정 중심 평가, 너도 그렇다.




학부모들의 고민

'

학부모들이 받았던 초중고 교육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과정 중심 평가의 취지는 좋으나 우리 아이에게 꼭 맞는 것인지 의문을 갖는다. 수능 체제 아래에서 초등학교에서만 일제식 지필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학부모는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본질적인 이유가 지필평가를 위한 것이라고도 한다. 이렇든 뿌리 깊숙이 내려있는 점수화되는 평가에 대한 인식들이 쉽게 바뀔 수 있을까?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시험(지필평가)을 치지 않아서 우리 아이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이고,

두 번째는 ‘점수가 아닌 것으로 우리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가?’,

세 번째는 ‘초등학교에서 과정 중심 평가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가 중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였다.



학부모들은 지필평가의 폐지가 곧 평가의 폐지라고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시험기간이나 돼야 공부하던 아이였는데 시험이 없어지면 공부를 안 할 것이고, 그럼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가장 많았다.


흔히들 4차 산업 혁명과 미래 인재 육성을 이야기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그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숫자로 된 점수만이 아이의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나타낸다고 판단하거나 수업 중에 이뤄지는 평가는 자녀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교사는 평가 근거 자료를 계속적으로 수집하고 보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에서는 시험이 없다 해도 중학교에 가면 당장 시험을 칠 것이고 시험 점수에 따른 서열이 입시까지 쭉 이어질 텐데 그때 적응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학교에서 학부모 대상 연수와 홍보를 지속하고 있으나 학부모의 인식이 어느 정도까지 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부모의 이해와 지지가 바탕이 되지 않은 과정 중심 평가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학생들의 고민


평가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인식될까?


단원평가, 수행평가, 총괄평가, 과정 중심 평가 등 수많은 이름으로 학생들은 평가를 당하고 있다. 반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T: 평가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때요?
다람: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평가라고 하실 때 그에 따른 결과가 나오기 위해 열심히 하고 머리를 굴리려고 합니다.
T: 그래 혹시 다람(가명)이가 얼마나 성장했는 지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다람: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교사는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평가한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단지 평가의 결과를 자신의 전과 후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의 비교를 통해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를 알아챈다.


자신이 틀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보다 다른 친구들은 몇 개를 맞았는지 더욱 궁금해한다.

프로젝트의 산출물 결과 발표도 다른 친구들의 산출물의 완성도와 비교하여 자신들의 작품을 평가한다. 


자신들이 프로젝트 과정에서 어떠한 과정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들은 어떠한 성장을 이루었는지보다는 내가 다른 친구들보다 잘 만들었는지를 살펴보는 데 급급하다.


학생들의 '잘한다'의 기준은 “누구보다” 혹은 “평균보다”이다.


T: 평가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때요?
수민: 저는 개인적으로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에요. 프로젝트나 활동으로 채점하는 것보다 (지필) 평가가 더 괜찮은 방법 같아요. 잘하는 아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하든 잘하지만 잘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프로젝트나 활동은 그냥 거저먹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결과물만 제출하면 되니까요. 그렇다고 그 친구들을 낮게 평가하고 싶지는 않은데 사회생활이 그런 걸요. 그래서 저는 평가라는 말을 들으면 두렵지 않고 좋아요.


수민(가명)이는 평가를 통해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낫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평가의 “채점”을 통해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의 수민이의  “사회생활이 그런 걸요.”  말에서 수민이에게 누군가 사회는 “채점”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들에게 유리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준 듯하였다.


한 해 동안 학생들의 실력을 비교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였고 교사의 반응을 통해 자신들의 산출물을 평가하였다.      




학생들 스스로도 내가 학습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특히 학원 등 방과 후에 보충학습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 주기적으로 지필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학급 내에서 내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궁금증을 강요받는다.


과정 중심 평가를 하는 초등학교 학급 내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학생평가 연구학교 학생들의 설문 내용의 일부 답변을 살펴보자.




“엄마가 시험 점수를 가지고 친구랑 비교 안 해서 진짜 좋아요!”
“오늘 좀 못해도 내일 다시 도전해서 좋은 점수받으면 돼요.”
“저는 시험 문제를 풀면 자꾸 실수해 점수가 나빴는데,
이제는 실수할 일이 없어요.”
“제가 제일 잘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점수만 보면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만 아는데,
지금은 내가 뭘 잘하는지 뭐가 부족한지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장난칠 시간이 없어요!”

등등 비교적 우호적이다.


많은 우려와 고민에도 불구, 과정 중심 평가가 시행되는 교실은 유난히 활기차다. 필자의 학급 내 학생들에게도 소감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많은 학생들은 평가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학교생활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수업 중 토의토론, 프로젝트 학습, 보고서 작성 등의 활동이 곧 평가가 될 수 있음을 교사의 모델링을 통해 스스로 인식했다. 저들의 말속에 과정 중심 평가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즐겁고 행복한 표정을 위해서라도 과정 중심 평가는 끊임없는 고민과 쉼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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