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가현 Aug 01. 2023

2| 생활 안전부터 재난까지 안전을 위한 디자인

[리뷰]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04호 - 안전 편 (1)


본 연재는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단행본 및 뉴스레터를 읽고 든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는 리뷰 글입니다. MSV시리즈는 '디자인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미션으로 현장 취재, 통계,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신체, 감각, 인지 활동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궁극적으로 디자인을 통해 포용력을 지닌 사회가 만들어지길 꿈꿉니다. 이 글은 MSV 임팩트 메이커스 2기 활동으로 소정의 활동비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04호 <안전>


책 표지에 커다랗게 써 있는 '안전' 두 글자를 보고 멈칫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안전사고가 빈번했던 탓일까? 안전 두 글자는 순식간에 여러 감정을 두드리고 지나간다. 걱정과 의심, 고민과 죄책감, 냉소 혹은 공감. 디자인에 방점을 찍은 이 책은 안전을 둘러싼, 보다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담론을 제시한다. 책 표지를 보고 순간적으로 든 여러 생각과는 결이 다른 내용이지만,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안전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발작 버튼처럼 사람들의 감정 어딘가를 건드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MSV 04호 <안전> 편 목차 (출처: 미션잇)



아름다움의 가치는 한 시대의 문화·산업·경제 수준에 따라 변해왔지만, 안전만큼은 언제나 변함없이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진 가치이다. 안전한 제품을 위하여 국가별로 가이드라인을 정했고 이를 법적으로 지키도록 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전을 수호하려는 기준과 별개로 '누구에게나 안전한가?'라는 물음표는 여전히 숙제처럼 존재한다. 도입부에서 소개하는 에어백 참사가 그 물음표 중 하나. 1970년대 자동차 회사들은 에어백을 출시하기 전, 평균 남성 신체 규격만을 고려한 차량 충돌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이로 인해 여성과 어린이가 에어백 압력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책 속 안전은, 안전취약계층이 경험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포함하며 포용적인 디자인으로 안전사고를 해결해 나가는 여러 시도를 의미한다. 

� 장애인이 겪는 일상의 불편함, 혹은 중대재해뿐 아니라 한국에서 보기 힘든 재난·범죄·위생까지 '안전'이라는 주제 속에 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시각장애인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건축 프로젝트 (출처: 미션잇)



첫 번째 인터뷰는 인도 간디나가르 Gandhinagar 지역의 시각장애인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설계자 아난드 소네차 대표와의 대화였다. 2014년 학교 설계를 의뢰받은 소네차 대표는 5개월 간 미국의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현장에서 관찰했다고. 관찰의 인사이트를 담은 공간디자인이 학교 건축물에 담겼다.



시각장애 아이들이 공간을 탐색하는 방식이 제 예상과는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은 각 공간만의 울림·냄새·질감 등의 특징을 다양하게 활용하더군요. (중략) 학교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지붕이 아래로 기울어지면서 울림이 점점 작아지게 했죠 p.14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청각·촉각·후각을 종합적으로 이용하여 공간을 이해한다는 걸 알게 된 소네차 대표는 학교 건물을 지을 때 다양한 장치를 활용한다. 일반적인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은 천장을 낮게 해서 소리의 울림이 적도록 하고, 예체능 같은 특별수업을 하는 교실은 층고를 높게 해서 소리의 울림이 크도록 구분했다. 벽면을 손으로 쓸면서 촉각에 의지해 학교 건물을 이동하는 아이들을 보고, 복도 양쪽 벽 질감을 다르게 하여 좌우 방향을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시도한 건축적인 테크닉은 포용적인 디자인을 품은 건축물로 완성되었다. 가장 독특한 시도는 바로 조경에 있었는데, 나무와 식물이 내는 향을 활용한 점이다. 시각장애 아이들은 공간을 이동할 때 후각을 사용한다. 이 점에 착안한 조경전문가는 교실 앞 코트야드에 서로 다른 향을 내는 나무와 식물을 심어서 후각을 통해서도 공간 구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손바닥으로 복도 벽면을 쓸면서 좌우 방향을 구분할 수 있다



반면 다른 한쪽은 아이들이 언젠가는 마주 할 현실 세계에 대한 준비를 강조했어요. 아이들이 자라면 세상 밖으로 나갈 텐데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없는 도시도 많으니까요 p.21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지점. 아이들이 언젠가 밖으로 나가서 적응하게 될 현실 세계까지 안전의 개념으로 끌고 와서 공간디자인을 했다. 학교라는 환경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맞춤형 공간을 지향하지만, 동시에 곧 마주하게 될 현실 환경에 적응하는 일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것. 훈련의 공간으로서 학교 건축물을 마냥 친절하게만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 몹시 인상 깊었다.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모두의 의견까지 품은 디자인. 




� MSV 04호 속 이번 인터뷰를 읽으며 포용적인 디자인이 무엇까지 고려하는지 한 뼘 더 가늠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사고를 성장시킬 더 많은 이야기가 책 속에 등장하는데, 다음 편에는 수화와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고민과 대화, 그리고 그 결과물로써 완성된 디자인을 소개해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