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린저 Jul 10. 2021

취향은 확실하다

삶이 화음과 같아서 그런 게 아닐까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좋아한다. 목관 악기, 금관 악기, 타악기, 현악기가 한데 모여 연주하는 웅장한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2000년대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반주로 넣은 가요가 유행했었다. SKY <영원>, 정형돈 정재형 <순정마초>  곰곰이 생각해보니,  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한 웅장한 반주에 ' 마음이 동요되는지' 좋아하는 곡을 고르는 기준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Rock' 음악에 잠시 빠졌는데, EVE <아가페>, TRAX <Scorpio>  다양한 악기들의 사운드가 가득  곡들이 대부분이다. 음악 장르는 다르지만, 좋아하는 곡을 고르는 취향은 확실했다.


20대부터는 대중음악에서 잠깐 일탈해 클래식에 심취했다. 스물두 살 1월. 처음 '빈소년합창단' 공연을 보러 갔었고, 매년 1월은 합창단 공연으로 시작했다. '브루크너',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네 개의 팀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는데, 매년 공연은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취업 준비로 힘들었던 20대 후반, 1층 첫 줄에서 홀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지금껏 '천상의 목소리'로 유명한 아이들의 순수하고 고운 음색을 느끼는 것이 공연에 가는 목적이었기에 맨 뒷자리에 앉아서 손톱만큼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날은 음악보다도 실감 나는 아이들의 표정이 들리고 자연스러움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입모양을 보면 어떤 아이가 고음을 내는지 알 수 있었고, 반주가 흘러나올 때엔 아이들의 비장한 표정도 보았다. 어떤 아이는 머리를 긁적거렸고 가끔은 기침소리도 들렸으며, 안경을 쓰윽-올리다가 지겨움에 몸을 비틀기도 했다. 고독한 나만의 싸움을 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그 엉성함에서 느껴지는 응원이 참 따뜻했다. 이리저리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은 자연스러웠고 각자의 몫을 해내고 있었다. '아-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들은 각자의 역할을 하며 조화롭구나.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취업 준비는  힘들었고 100곳이 넘는 곳에 원서를 접수하고 면접을 봤다. 내가 필요한 곳이 없다고 좌절하며 밤새  적도 많았다. 신기하게도 버틸  있는 적당하게 힘든 시간  직장을 구했고, 여전히 매년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해를 돌아보고 만족스러웠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되돌아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순간이 바로 매년 1 공연을 보는 날이다. 취향이 확실한 내가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삶이 화음과 같아서 그런  아닐까. 서로 주고받으며 조화롭게  곡을 멋지게 해낸다. 순간순간 아쉬움이 남지만 365일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여러 해가 모여     앞으로 나아가고 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식사 어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