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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Dec 16. 2023

친환경문화를 꿈꾸며

중국에서는 이빨 빠진 그릇이 복을 가져다준다는 관습이 있다. 낡은 그릇이 오래된 전통과 역사를 의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손님에 대한 예의를 담은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만일 이런 문화가 없었다면 많은 그릇들이 버려지고 서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에 대한 학술적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영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Edward B. Tylor)는 문화를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이다."라고 정의하였다. 문화는 예술, 종교, 관습 등 분야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규범과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생활양식과 일상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규범, 가치관, 생활양식, 일상의 행동, 이것들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근본이며 개인에게는 삶의 기준이 된다. 어떤 문화에서는 상식이 다른 문화에서는 혐오가 되고, 문화에 따라 인간의 계급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의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것이 문화의 힘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는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금기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중동지역에서 이동이 잦은 목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유목민들의 입장에서 돼지를 기른다는 것은 너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었다. 

소나 양, 염소는 사람이 먹지 못하는 풀을 먹고 젖과 고기를 제공하며 물과 그늘 같은 축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면 돼지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나누어야 하고 물과 그늘이 없으면 견디지 못한다. 해당 지역이 생태적으로 돼지를 키우는 데 적합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권세 있는 귀족은 돼지고기를 계속 즐겼고 이는 가난한 백성들의 적대감으로 이어졌다. 결국 돼지고기는 종교적으로 금지되었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맛있고 영양이 풍부해 즐겁게 먹는 돼지고기를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사회를 지탱해 나가기 위해 금지하는 생활양식과 삶의 기준이 된 것이다. 


가치의 하나인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 역시 문화에 따라 다르다.  

타지 공주

중국 4대 미녀 중 한 명인 양귀비는 비만형 체형이었으며, 과거 페르시아에서는 뚱뚱하고 얼굴이 크며 몸에 털이 많아야 미인으로 인정받았다. 1883년 태어난 페르시아 카자르 왕조의 타지 공주는 당시 페르시아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평생 145명의 남성에게 청혼을 받았는데 청혼을 거절당한 사람 중 13명은 절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타지 공주는 풍만한 몸매와 큰 얼굴, 짙은 눈썹에 콧수염까지 나 있었다. 

아프리카 무르시(Mursi)족은 입술이 많이 나올수록 미인으로 인정받는다. 무르시족 여자들을 입술을 찢고 그 속에 나무를 둥글게 만들어 넣어 입술을 주걱처럼 튀어나오게 만든다. 미얀마와 태국 국경에 사는 카렌(Karen)족은 목에 링을 끼우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링의 수를 늘리면서 목을 길게 만든다. 그들은 목이 길수록 미인이라는 가치 기준이 있다. 


우리나라는 조명이 밝아야 기운이 좋고 장사가 잘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상점과 식당에 가보면 대부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천장에 전구가 많고 대낮에도 켜 놓는다. 집안과 건물 복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적절한 수준의 밝기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가만히 앉아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필자는 지나친 조명 문화를 개선해 보고자 “한 등 빼기” 캠페인을 기획한 적이 있다. 각 점포에서 하나의 전구만 빼도 전국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환경 문제 개선에 동참할 수 있다는 취지로 시도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밝아야 좋다는 문화를 이겨내지 못했고 저렴한 전기 비용도 방해꾼이었다. 


문화는 일단 형성되면 살아있는 생명체의 특성을 보인다. 성장하고 번식하여 진화해 나간다. 서로 다른 문화는 경쟁하고 부딪치며 공생하기도 한다.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문화인류학자들은 문화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바람직한 사회를 추구하는 리더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기반으로 일반화시키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이 자연스럽게 생활에 스며들기도 하지만 일반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힘을 갖게 된다. 

이 힘의 모습은 주어진 환경과 바람직한 사회에 대한 리더의 신념에 따라 달라진다. 날씨, 지리적 위치, 지형 등 자연환경과 인구, 생업, 이웃과 같은 사회적 환경이 다르고 안전한 사회, 공정한 사회에 대한 리더들의 신념이 다르다. 


행복의 조건이 무엇일까? 아마 모든 사람이 알고 싶어 하는 주제일 것이다.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제 사람의 인생을 72년간 연구했다. 연구 대상은 하버드 법대졸업생 268명, 도시빈민남성 456명, IQ 150 이상 천재여성 90명, 총 814명의 실제 인생을 72년간 조사한 것이다. 

연구 결과 행복의 조건은 한 마디로 건강한 인간관계였다.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절제하며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면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돈이나 명예, 지위, 학벌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 연구 결과를 안다고 해서 사람이 바뀔까?  

아는 것이 자연스럽게 실행되려면 일반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법과 같은 제도를 통해서 규범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치관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과정이 교육이다. 조선 건국 후 고려 시대 불교문화에서 유교 문화로 변화시키는 과정은 교육제도와 과거제도였다. 


대부분의 설문 조사나 전문가들의 연구에서 안전한 사회를 위해 환경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안다고 해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환경 문제에 대한 여러 지식이 쌓이고 있지만 일반화시키는 과정이 없으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 갈 수 있다. 


환경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은 예전부터 환경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1994년부터 유럽위원회의 지원으로 에코스쿨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에코스쿨 제도의 핵심은 초중등부터 고등교육까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환경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해결 방안을 실행하고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결정 능력을 갖추도록 추구한다. 

특히, 독일은 정부기관, 독일 내 각 대학교, NGO 등이 서로 연계하여 생태 측면뿐 아니라 산업 측면을 고려하여 교육 과정을 설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환경교육의 현주소가 궁금해진다. 

국민환경의식조사 설문에서 80% 이상의 응답자가 의무적인 환경 교육 시행에 찬성하다고 했지만, 현실은 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에 환경이 담기기에 요원해 보인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은 대학교 진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환경 지식은 목표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데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 형식적으로 교육 과정에 편성되어 있을 뿐이다. 

환경교육에 관심이 적다 보니 교육 내용을 개발하는 것 역시 지지부진하다. 환경이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왜 중요한지를 현실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현실과 괴리된 교육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문화는 마케팅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다이아몬드와 관련된 결혼 문화는 드비어스라는 다이아몬드 회사의 마케팅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홍보(PR, Public Relations)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워드 버네이즈(Edward Louis Bernays)는 “경제에서 홍보는 욕망의 원천을 창조하는 적극적인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물건이 팔리는 환경, 즉 ‘집단 습관(group custom)’을 이끌어내는 잘 짜여진 과학이다. 도서를 보급하려면 책 광고에 집중하지 말고 가정에서 책장 갖기 붐을 조성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대중을 이해하려면 대중의 숨은 동기를 파악해야 하며, 대중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조종받는 대중이 이를 의식하지 못하게 스스로가 새로운 조류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을 주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누 조각대회를 열어 아이보리 비누를 히트시켰다. 

담배 판매를 위해 여성의 공공장소 흡연을 여성권익 신장의 상징으로 만드는 ‘자유의 횃불(torches of freedom) 퍼레이드’를 열었다. 

미국인의 아침식사 문화에서 빠지지 않는 베이컨은 의사들을 동원한 베이컨 과대광고의 영향이었다. 

사실 제품 판매가 궁극적 목적인 마케팅에서 만들어지는 문화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마케팅이 긍정적인 사회 문화 역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는 백성들의 굶주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자를 보급하기로 한다. 하지만 당시 감자는 악마의 뿌리라 불리며 가축 사료로만 사용되었다. 백성들의 감자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감자를 먹고, 왕과 귀족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소문을 내었다. 감자를 재배하면서 경비를 허술하게 해 일반인들이 감자를 훔쳐다 먹기 쉽도록 했다. 먹어보니 맛있고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결과 감자는 독일인의 주식이 되었다. 좋은 일도 전략이 필요하다. 


환경 이슈가 돈과 건강에 관련되어 있으니 친환경문화는 경제적, 신체적으로 이롭다. - 필자의 글 (환경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 - 건강, 돈, 행복) 참조

또한 환경 문제의 원인이 불공정에 있으니 친환경문화는 공정한 사회 질서에도 도움이 된다. - 필자의 글 (환경문제의 원인은 "불공정") 참조


나는 꿈꾼다. 친환경이라는 좋은 문화를!

친환경문화를 위해 필요한 마케팅 전략을 만들고 싶다. 솔직히 능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멈추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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