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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Jan 29. 2024

친환경, 친환경 소비

친환경의 의미와 그 한계: 모호한 개념과 실천의 어려움


환경에 진정성 있는 관심이 없더라도 "친환경"이라는 용어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듯하다. 

그러나 "친환경"이라는 용어는 오히려 사람들이 환경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그 의미가 모호하고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의 정의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일 또는 그런 행위나 철학”이라고 한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환경에 이로운 행동 정도로 이해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환경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 원인이 복잡해서 친환경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해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참고로, 다양한 환경 이슈를 살펴보면 기후변화, 대기, 수질, 폐기물, 자원, 토양, 유해물질 등이 있고, 복잡한 원인의 예로 기후변화는 에너지 생산, 산업 활동, 운송, 주거, 농축산업, 폐기물에 의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산업 사회에서 인간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환경을 얼마나 덜 오염시키는 것이 친환경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따라서 친환경을 예/아니오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친환경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그 목적을 살펴보자. 목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책임감, 건강, 자부심, 절약, 사업적으로는 기회 창출이 포함될 수 있다. 이 목적들이 친환경의 의미를 더 잘 설명해 줄 것이다. 우리 삶의 터전인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책임감과 자부심, 환경오염에 의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 낭비를 줄여 자원과 돈을 절약하는 활동이 친환경이다. 


사실, 친환경이라는 용어는 명사지만 형용사처럼 사용된다. 주로 등장하는 명칭은 친환경 생활, 친환경 소비, 친환경 제품이지 않을까 싶다. 친환경 생활의 범위를 집중해 보면 친환경 소비가 된다. 친환경 소비의 개념을 통해 친환경의 의미를 추척해 보자.  


친환경 소비: 현명한 소비를 위한 5가지 원칙

 

개인은 소비 생활이 환경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소비는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소모하는 일로 정의된다. 소비가 욕망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지니, 환경과 욕망을 연결하여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즉 친환경 소비가 일반화될 수 있다. 

친환경 소비는 녹색 소비(Green Consumption), 지속가능한 소비(Sustainable Consumption) 등 다른 표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후부터는 녹색 소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평판, 브랜드,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동향 조사 및 연구를 수행하는 컨설팅 회사인 글로브스캔(GlobeScan)은 2019년부터 "Healthy & Sustainable Living(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책임감이 2020년 이후 줄어들고 있다. 2023년은 48%였다. 

개인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없다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은 34%였다. 

전 세계적으로 70%의 사람들이 환경을 고려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는데, 자신이 변화하겠다고 다짐한 비율은 50%, 실제로 실천했다는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 그린 마케팅 분야에 30:3 신드롬이란 개념이 있다. 소비자 중 30%가 녹색 소비에 관심이 있다고 답하지만 실천은 3%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5%의 실천이 3%에 비해 대단한 수치로 보이지만, 여전히 의도에 비해서는 낮은 비율임을 지적한 것이다.

     


녹색 소비에서 인식, 의도, 실천 간에 차이를 보이는 원인이 무엇일까? 이 원인을 높은 가격신뢰 부족정보 부족 3가지로 분석한다. 

2010년 마케팅 기획사인 제일기획의 조사에 따르면, 녹색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로 높은 가격이 62.3%로 1위를 차지했다. 글로브스캔(GlobeScan)의 2020년 전 세계 27개국의 소비자 조사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높은 가격이라고 발표했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인정할 때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환경과 관련된 가치를 인정하고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건강에 직결된 가치가 아니면 인정하기 어렵다. 누가 탄소중립을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을까? 

친환경 제품의 높은 가격은 고가 원료나 기술 투자 비용으로 인한 원인도 있지만, 기업의 환경 프리미엄 가격 전략에 의한 결과가 적지 않다. 이 문제는 환경비용 부담에 대한 공정성(제품이 발생시키는 환경오염에 대해 제조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신뢰의 문제는 광고에서 출발한다. 기업이 지구를 위한다는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거짓이나 과장 광고가 뉴스에 한 번 나오면 친환경 제품이나 기업이라는 주장에 대한 믿음이 의심으로 바뀐다. 

세 번째 원인인 정보 부족은 제품 정보와 시장 정보로 구분된다. 제품 정보는 친환경이라는 단순한 표현 외에 왜 친환경인지, 어느 정도 친환경인지, 친환경이 아니면 어느 정도 나쁜지 등 소비자가 생각하여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에너지 분야는 등급을 나눈 라벨이 있어 수준과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시장 정보는 환경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어디서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의미한다. 환경 시장 정보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전문 매장은 식품 외에는 찾기가 어렵고, 일반 매장에서는 친환경 제품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실 환경 분야는 너무 넓어서 품목별로 환경성능의 의미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녹색 소비를 어렵게 만드는 높은 가격과 신뢰 부족, 정보 부족의 문제를 현재로서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은 무책임하다. 일단 현실적으로 장벽을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개인의 소비 생활이 환경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가 주장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바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다

명칭 변경의 의미는 크다과거 의학 분야에서 엑스레이 사진, CT, MRI 촬영을 통해 질병의 진단을 담당하는 전공이 방사선과였던 시절이 있었다요즘 명칭은 진단의학과다명칭의 변화는 의학도들의 선호도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헤어 디자이너의 과거 명칭은 미용사였다미용사는 단순히 머리카락을 손질해 주는 사람으로 느껴지지만 헤어 디자이너는 머리 모양을 통해 고객에게 만족감과 자신감을 만들어 주는 사람으로 통한다같은 일이지만 다른 느낌은 일 자체의 수준도 올린다     

그렇다면 녹색 소비의 명칭을 어떻게 바꿀까? 

스마트한 소비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똑똑한 소비는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여 품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식으로, 가성비라는 단어로도 대변된다.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용어도 자주 등장한다. 지속가능한 소비는 건강과 환경,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여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나는 녹색 소비를 현명한 소비로 부르고 싶다. 녹색 소비는 직접 및 간접적으로 자신을 위하는 소비 방식이다. 직접적으로 건강과 절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회를 경유하여 자신을 위하는 생활 방식이다. 그럼 어떻게 소비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일까? 5가지 원칙을 통해 현명한 소비 방식을 제안해 본다. 


1. 건강을 생각하자

환경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가축특히 소의 트림과 방귀가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중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국립축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젖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소형차 한 대와 맞먹는다가축 사료를 만들기 위해 파괴되는 천연림과 사용되는 물과 농약비료의 양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고기는 맛있고 주요 단백질의 공급원이기도 하다환경 때문에 육류 소비를 줄이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고기를 덜 먹자는 것은 건강을 위해 적절하게 먹자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이런 접근이 익숙해지면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로, 더 나아가 새로이 부상하는 곤충 단백질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제철 과일은 일반적으로 영양이 우수하고 농약과 화학 비료 사용량이 적어 몸에 좋다가격 또한 저렴하다환경 측면에서 보면 농약과 화학비료로 인한 토양오염과 하우스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물 절약을 위해 샤워 횟수나 시간을 줄이자고 하면 속으로 웃을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샤워는 위생 측면에서 중요하다하지만 지나친 샤워는 건강에 해롭다물은 낭비되고 세제 비용도 늘어난다. 컬럼비아 대학 공공보건대학 교수이자 전염병 전문가인 엘레인 라슨은 지나친 샤워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건조한 피부 사이로 세균이 침투할 수 있으며, 면역 체계를 뒷받침하는 좋은 균을 죽일 수 있다고 말한다전문가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샤워를 하고샤워할 때 겨드랑이와 발 같이 냄새나는 부분에 비누칠하라고 조언한다

이 외에도 건강을 위한 소비 방식이 환경이 이로운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건강과 환경을 연결하면 누구에게나 작은 변화라도 가능할 것이다


2. 낭비를 줄이자

낭비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재물이나 시간 따위를 아껴 쓰지 않고 헛되이 헤프게 쓰는 것이라고 나온다. 시간 낭비가 더 중요하겠지만 여기서는 재물의 낭비를 조명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한 마디로 버려지는 것이 낭비다. 버려지는 장소는 쓰레기 통과 보관 장소다. 보관장소는 책상, 옷장, 냉장고, 창고가 포함된다. 

사용되지 않는 문구류, 거의 입지 않는 의류, 유통기한이 넘은 식재료, 언제 쓸지 모르는 물품들이 꽤 있을 것이다. 먼저 낭비한 내용을 살펴보고 다음번에 불필요한 소비를 참아내 보자. 

사실 조금 지나치더라도 소비를 통해 기쁨을 얻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정신적인 만족을 무시할 순 없으며, 따라서 낭비의 기준에 개인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낭비에 대한 자신 만의 기준을 만들고 낭비를 줄인 성과의 확인을 권한다. 낭비 통장은 하나의 성과 확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참아낸 금액, 에너지 사용을 줄인 금액, 마감 시간 할인처럼 환경에 이익이 되는 할인 비용도 통장에 저금한다. 낭비 통장을 통해 친환경의 경제적 이익을 눈으로 확인해 보자. 

       

3. 비교하자     

대부분의 소비자는 구매할 품목에 대해 여러 상품을 비교해 보면서 구입한다.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면서 홈쇼핑에서는 쇼 호스트가 비교해 주는 내용을 듣고 구매하고, 인터넷 쇼핑에서는 주로 가격과 후기를 참고하여 구매한다. 

현명한 소비는 브랜드를 비교하며 구매할 것을 제안한다. 제품 자체를 비교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비교할 만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상품 설명은 자랑 거리만 나열하고 부족한 부분은 알아채기 어렵다. 

회사와 브랜드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대부분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브랜드로서 추구하는 환경 가치를 강조하며 설명하고 있는데 소비자는 진정성을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크게 손해 날 것도 없으니 선호하는 브랜드 기준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품 자체를 비교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도 있다. 독일의 외코테스트가 대표적이고 우리나라에는 한국소비자원의 비교공감이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어떤 항목들을 비교하였는지, 종합 결과는 어떻게 표시되는지, 품질 및 가격과 동시 검토가 쉬운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4. 비교하지 말자

브랜드와 가치를 비교하면서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비교하지 말기를 바라는 제언을 한다. 비교하지 말아야 하는 대상으로 과시적 소비를 지목한다. 특히 SNS의 발달은 과시적 소비를 부추긴다. 과시적 소비가 없을 순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5. 가치에 소비하자.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쓰며 소비를 한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위해서도 소비하지만 교육, 통신, 문화,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 돈을 쓴다. 소비는 개인에게 만족감을 주고 경제 시스템이 움직이는 데도 필수적이다. 불필요한 소비인 낭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적절한 소비 역시 필요하다. 

적절한 소비의 범위에 물질보다 가치의 비중을 늘려 나가는 것이 현명한 소비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개인의 철학에 연결되는 환경적으로 개성 있는 제품, 교육, 문화와 같이 경험에 소비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치를 줄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무엇이 의미 있는 가치인지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상품과 서비스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 서비스도 소비한다. 제도와 행정은 투표라는 선택을 통해 이뤄지며 환경에 대한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어떻게 기업과 정부가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을까? 환경을 고려하는 정책에 투표하고 환경경영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기업의 제품과 주식을 구매하는 것이 직접적인 행동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직접적인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을 고려하는 정책을 내거는 정치인이 드물고, 환경경영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기업이 어딘지 알기 어려우며, 주식이 환경경영의 결과에 따라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라도 있자.      

작은 힘이지만 모이면 정부와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환경을 무시하는 정치인과 환경사고를 낸 기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일에서 효율을 높이고 낭비를 줄여 환경을 개선하면서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최소한 간접적인 행동으로 취향에 맞는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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