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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Mar 01. 2024

포장, 가장 멍청한 환경오염

분리수거하는 품목은 모두 포장재다. 

분리수거하는 날 큰 박스에 담긴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유리병, 캔, 종이 박스를 본다. 모두 포장재다. 2017년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중 포장폐기물의 비율은 무게 기준 30~40%, 부피 기준으로 50~60%에 달한다. 

포장은 유통 및 소비 과정에서 제품을 보호하고 편의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다. 참고로 유럽 연합은 포장재 및 포장폐기물 지침에서 포장의 용도를 판매, 관리(보호), 운송의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판매(Sales packaging or primary  packaging) - 박스, 케이스 류

관리(Grouped packaging or secondary packaging) - 종이 봉지, 비닐봉지, 랩 등

운송(Transport packaging or tertiary packaging) - 라벨, 제본 못 등


포장 폐기물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필요 이상의 과대 포장이다. 특히, 판매나 관리 용도의 경우 필요한 포장 기능 이상의 것들은 모두 의미 없는 쓰레기다. 

과대 포장이란 무엇일까? 한 마디로, 하지 않아도 제품을 보호하는 데 문제가 없는 모든 포장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2중 포장, 두꺼운 포장, 포장, 과도한 인쇄, 소분 포장 등 다양하다. 예전에 과대 포장이라 느껴져 분해해 본 제품 사진을 올려본다. 

과대 포장이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이익 없이 비용과 쓰레기만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굳이 이익을 따진다면 포장재 생산 업체에게만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제품 생산기업은 포장재 비용이 들고, 소비자 역시 제품 가격에 포함된 비용을 지불하고 포장을 제거하는 데 시간과 불편이 수반된다. 사회는 불량 쓰레기 처리에 비용이 들고 관리의 어려움이 증가된다. 기업은 과대 포장이 마케팅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단순하고 최적화된 포장이 마케팅 효과를 가져온다. 






과거 서울에 있는 특급 호텔을 컨설팅할 때 고객에게 돌려주는 세탁물 포장을 줄여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비닐과 종이봉투로 이중 포장한 것을 종이봉투에만 담았다. 사실 종이봉투도 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쇄를 줄이는 것도 과대 포장을 탈출하는 방법이다. 콘칩의 친환경 포장으로 잉크와 유기용제 같은 화학물질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되었다. 아쉬운 것은 지구의 날을 맞아 한정 판매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호응에 비해 기업 전략의 부재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적절한 포장이라 하여도 소재 생산과 포장 과정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자원과 에너지 소모: 포장 재료를 생산하는 데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폐기물 문제: 포장재는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물로 처리된다.  

분해성 문제: 일부 포장재는 오랜 기간 동안 자연계에서 분해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플라스틱(비닐) 폐기물이 이에 해당되는데 미세 플라스틱은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사실 포장재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진 비닐봉투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었다. 비닐봉투가 탄생하기 전까지 주로 종이봉투가 사용되었는데, 종이봉투는 수분에 취약했으며 한번 쓰면 다시 쓰기 어려웠고, 무분별한 벌목을 야기해 당시 환경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에 1959년 스웨덴의 엔지니어 스텐 구스타프 툴린(Sten Gustaf Thulin)이 ‘재사용할 수 있는 가볍고 튼튼한 봉투’를 만들고자 고안한 것이 바로 비닐봉투였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매년 소비되는 비닐봉투는 약 5조 개 정도로 추산된다(2021년 기준, The World Counts).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중 단 9퍼센트만이 재활용되고, 12퍼센트가 소각되며, 79퍼센트가 매립지에 버려진다. 플라스틱을 소각하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매립된 플라스틱은 10 ~ 500년 이상 썩지도 않고 토양 오염을 일으킨다. 


이 멍청한 환경오염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무엇보다 먼저 과대 포장이 무엇인지 왜 나쁜지를 인식하고 개선하여야 한다. 보다 적게, 보다 얇게, 보다 작게, 보다 가볍게 포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종이 박스만으로 포장한 셔츠

이는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 소비자는 선택지가 매우 적다. 품질과 가격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데 포장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기업의 노력에는 반응을 해주어야 한다. 


과대 포장을 개선하는 데는 포장재의 종류를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 포장재 종류를 줄이면 분리수거가 수월해진다. 비닐 테이프 대신 종이테이프, 종이팩에 플라스틱 빨대 없애기, 몸체와 뚜껑 재질 통일하기 등이 포함된다. 

뚜껑과 몸체를 하나로 묶는 방법도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유럽연합은 음료 용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뚜껑이 실제로 해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플라스틱 뚜껑은 부피가 작고 유실되기 쉬운 구조로 설계되어 이동성 폐기물로 발전하게 된 것이었다. 이에 유럽연합은 2024년 7월부터 용량이 3L 이하인 모든 페트병 제품에 대해 뚜껑이 개봉된 후에도 제품의 몸통에 부착되어 있도록 하는 포장 기준을 의무화했다. 


다음은 포장재의 재사용과 재활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초 포장에 대한 계획 시 재활용과 재사용이 쉽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한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가 지불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적으로 우수한 포장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포장을 해야 한다면 소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도록 재활용된 소재나,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 코팅이 없거나 코팅 관리가 유연한 소재, 그리고 자연계에서 분해가 용이한 소재도 해당될 수 있다.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환경부하가 다르다. 가장 나쁜 것이 PVC라면 PE나 PP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더 노력한다면 제품의 성상을 바꾸어 포장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액체나 분말은 포장이 크고 포장재에 제품이 남게 된다. 고체 비누나 샴푸의 포장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포장과 환경의 관계 및 친환경 포장재 사례에 대한 학생의 글을 소개한다.


포장과 환경

작성 : 성신여자대학교 청정융합에너지공학과 박현서


* 포장이란

포장은 제품을 보호하고, 제품 기능을 유지, 보존하는 기능을 한다. 포장은 내용물과 직접 접촉하는 1차 포장과 적절한 보호재를 사용하여 1개 이상의 1차 포장품을 쌓거나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된 2차 포장, 1개 혹은 다수의 물품이나 포장품, 벌크재 등을 수송, 취급 또는 유통할 목적으로 쌓거나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된 3차 포장으로 나눌 수 있다. 


* 포장 산업의 최근 동향

포장 산업의 30~40%는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한다. 플라스틱은 가공 또는 성형이 편하고 가벼우며 진동과 충격, 수분 등 외부 환경에 강하며 가격 측면에서도 싸다는 장점이 있어 많이 사용된다.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사용 이후 폐기 과정에서 여러 환경 영향을 발생시킨다. 생산 공정, 정유공정, 소각 등의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포장 산업 또한 변화하고 있다. 플라스틱 보다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포장지를 대체하는 움직임은 여러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포장지와 원래 세제통이 아닌 필요한 양만큼 다양한 용기에 담아 가는 리필스테이션 등 친환경포장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다. 


* 포장 산업의 환경성

2018년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포장의 환경성을 높인 ‘포장과 환경 한국산업표준 8종’을 제정하였다. 포장과 환경 KS 8종은 포장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고 환경성을 높이기 위해 ‘포장에 적용되는 전과정’ 원칙과 요건 등을 다루었다고 한다. KS 명칭 및 번호 작성 규칙에 따라, ① 일반적 요구사항(KS T ISO 18601), ② 포장 시스템 최적화(KS T ISO 18602) ③ 재사용(KS T ISO 18603) ④ 물질 재활용(KS T ISO 18604),  ⑤ 에너지 회수(KS T ISO 18605), ⑥ 유기적 재활용(KS T ISO 18606), ⑦ 화학적 회수공정(KS T ISO/TR 16218) ⑧ 재활용을 방해하는 물질과 재료(KS T ISO/TR 17098)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처럼 포장에도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중요해진 시대이다. 


* 친환경 포장 사례


1. 풀무원


(1) 원료단계

폴리프로필렌 100%로 이루어진 식품용기 대신 폴리프로필렌 비중을 70%로 줄이고, 나머지 30%는 탄산칼슘을 넣은 용기를 개발하였다. 탄산칼슘을 혼합하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지만 신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성형이 어렵고 유통과정에서 훼손될 우려가 있다. 풀무원은 연구를 통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성분과 비중 개발에 성공해 2019년부터 연두부 제품 3종, 나또 전제품에 탄산칼슘을 혼합한 용기를 적용하고 있다.


(2) 생산단계

-. 포장 용기 경량화

풀무원 샘물 페트병은 용기 경량화를 한 친환경 포장이다. 페트병 500ml는 2018년 11.1g 초경량 수준으로 줄였고 2L 페트병 또한 2019년 32.6g으로 줄였다. 풀무원 샘물 뚜껑은 기존 뚜껑보다 낮은 높이의 뚜껑인 초경량 캡을 도입하여 업계 평균 대비 42%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었고 플라스틱 사용량도 대폭 줄였다. 두부 포장 용기 중량을 평균 9% 줄여 플라스틱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를 거두었다.


-. 필름 포장재 수성 잉크사용 

화학성분의 유성잉크 대신 수성잉크로 인쇄한 필름을 사용하였다. 수성잉크는 유성잉크에 비해 인체에 무해하며 친환경적이다. 화학 물질 걱정이 없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절감할 수 있다. 


-. 과대 포장 없는 포장 간소화

포장을 간소화하는 것은 친환경 포장의 지름길이다. 소 포장 형태로 포장을 하면 포장의 수는 늘어나지만 물건을 보관하기는 더 쉽다. 이처럼 편리성과 환경은 반대되어 있다. 특히 장기간 섭취해야 하는 건강기능식품은 보관이 중요하다 보니 친환경 포장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풀무원의 건강기능식품 메타파이브는 15일분씩 포장된 소포장을 없애고 3개월분을 한 상자에 담아 과대포장을 막았다. 기존의 소 포장 상자를 없애는 대신 개별 포장 숫자를 늘리고, 상자 내 보호막을 두어 장기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발효 건강 음료의 4중 포장재를 알루미늄을 뺀 3중 포장재로 바꾸었다. 알루미늄을 없앤 덕분에 포장을 뜯지 않고 내용물을 볼 수 있는 투명창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쉽게 제품 속 내용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3) 사용단계

이중 절취선- 접착제로 라벨을 붙인 게 아니라 띠 형태의 라벨에 가느다란 점선을 길게 두 줄로 넣어 용기를 감쌌기 때문에 이 선을 따라 잡아당기면 한 번에 손쉽게 라벨을 분리할 수 있다. 풀무원녹즙, 액티비아, 식물성 유산균 전 제품에 이중 절취선을 넣은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하였다. 

수분리 라벨- 일반 접착제와 달리 65도가량의 물에 잘 녹는 약알카리성 접착액을 사용한 라벨이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용기에는 점착 라벨을 붙이는데, 재활용 과정에서 라벨이 쉽게 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분리 라벨을 이용하면 라벨을 더 쉽게 뗄 수 있고 소비자가 라벨을 떼지 않고 분리배출을 하여도 재활용 공정에서 세척 수조를 통해 라벨이 쉽게 분리되기 때문에 재활용률이 높아진다.

이지 필(Easy peel)- 라벨을 잡고 떼어낼 수 있는 부분을 쉽게 찾도록 라벨 귀퉁이에 작은 삼각형 형태로 표시해 ‘여기를 뜯으세요’라는 문기를 표기하고 이 삼각형 부분에 접착제를 바르지 않았다. 이러한 방법으로 라벨을 제거하기 쉬워졌고 재활용률 역시 높일 수 있게 되었다. 


2. 한솔제지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Protego)

프로테고는 기존 종이 소재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특수 처리 기술과 코팅 기술을 융합하여 종이 표면에 베리어 코팅막을 형성시킴으로써 산소, 수분, 냄새를 차단하여 내용물의 보존성을 높일 수 있는 포장재다. 2~3겹으로 접착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필름이나 알루미늄을 합지한 포장재를 하나의 소재로 대체할 수 있어 합지 공정 단축 등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며, 종이류로 분리배출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다. 플라스틱과 금속 소재의 사용량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


환경부 홈페이지-https://me.go.kr/home/web/main.do

CSES사회적 가치연구원-사회적 가치측정리뷰 제2호 2022.07

한솔제지그룹 블로그-https://blog.hansol.com/969

한솔제지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

“[ESG 어디까지 왔나]-㊵한솔제지, 친환경 소재 개발에 최선…'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0년 연속 1위에 선정도”, 리버티코리아포스트, 2023년 8월 3일

풀무원 뉴스룸, 2020.06.22. https://news.pulmuone.co.kr/pulmuone/newsroom/viewNewsroom.do?id=1952

풀무원 뉴스룸, 2021.10.25. https://news.pulmuone.co.kr/pulmuone/newsroom/viewEsg.do?id=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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