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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호진 Apr 23. 2024

산울림의 '김창훈'님이
노래로 만든 '거룩한 일당'

[조호진 시인의 감사편지] 백혈병 투병 중인 '희망이 엄마'

     

자신도 아프면서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삶을 떼어주시는 그대

자신도 살기 힘들면서

더 힘든 미혼모를 위해

일당을 떼어주시는 그대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고해에

쓰나미로 덮친 괴로움과 서러움이

눈물겨운 삶을 산산이 부수곤 합니다.

그런 날은 그대의 지친 심신은

폭풍우처럼 덮친 통증에 시달립니다.

그런데도 그대는 삶의 텃밭에 씨를 뿌립니다.

아픈 인생의 눈물로 짠한 눈물을 닦아줍니다.

그대로 인해 척박한 자갈밭이

인생 꽃 피울만한 옥토가 됩니다

그대의 별 하나로 인해

어두운 세상을 살아갑니다.     


(조호진 시인의 졸시 '거룩한 일당' 전문)     



록 밴드 '산울림'의

3형제 중에 둘째인 김창훈님이

희망이 엄마의 이야기를 시로 쓴

'거룩한 일당'을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희망이 엄마는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이하, 어게인)이 부천역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소년희망파티'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습니다. 그날, 밝은 얼굴과 쾌활한 목소리로 봉사하셔서 암 환자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희망이 엄마는 '만성골수백혈병' 환자였습니다. 게다가 중학생 아들을 혼자 키우는 한부모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백혈병 치료제가 의료보험에 적용되면서 골수 이식 대신에 약으로 10년간 치료했고, 건강 관리를 잘한 덕분에 유전자 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났다고 희망이 엄마가 말했습니다.      


4년 전, 희망이 엄마는 중학생 아들과 함께 제주도로 이주했습니다. 요양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생계를 잇기 위해 이주한 것입니다. 백혈병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였지만 희망이와 함께 먹고사는 것 또한 등한시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일자리를 구한 희망이 엄마는 아들을 전학시키면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감사하게도 희망이가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래서 희망이 엄마는 푸른 해풍과 따듯한 햇살이 좋은 데다 이웃까지 친절한 제주도에 눌러앉기로 했답니다.     

 

희망이 엄마가 일당벌이로 후원해 준 미혼모 은주네 반지하 단칸방. 


백혈병 환자인 데다
아들을 혼자 키워야 하는
      


희망이 엄마는 아픈 이웃의 짐을 져주는 마음으로 사는 크리스천입니다. 자신도 아프고 힘들면서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보면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형편이 어려울 때도 어게인 아이들을 위해 후원해 주셨고 심지어, 일당벌이가 끊겼을 때도 미혼모를 위해 후원해 주셨습니다. 그 거룩한 일당으로 인해 버림받은 아이들의 원망 어린 눈빛에서 감사의 눈빛이 희미하게나마 흘러나왔고 각박한 세상 자갈밭 한 귀퉁이에서 희망 꽃이 피어났습니다. 일당벌이가 끊긴 그날, 보내주신 문자를 다시금 읽어보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약소하지만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응원 차 송금했어요.

저도 일당벌이가 끊겨 넉넉지 못하네요.

후원 중에 제일 정성 없는 게 송금 후원이에요

(미혼모) 은주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저 가정에도 곧 봄볕이 스며들길."     


희망이 엄마가 일하며 살고 있는 제주도 앞바다


희망이 엄마에게

김창훈님이 만든 노래

'거룩한 일당'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안부를 여쭙기 위해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전화에도 답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는데

희망이 엄마가 이런 내용의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선생님, 제가 지금 너무 탈진이 되어 간신히 글로 답을 드려요. 제가 최근 몸이 좀 많이 힘들어서 마음도 덩달아 쇠약해져 있었어요. 안 좋은 생각에 휩싸여 있었는데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 주셨어요. 회복이 더디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그런 마음을 선생님을 통해 주셨어요. 제가 꼭 다시 연락드릴게요."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위기 청소년.


자신도 아프면서,

그냥 아프게 아니라 너무 아프면서

아픈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주신 희망이 엄마!     


자신도 힘들면서,

그냥 힘든 게 아니라 너무 힘들면서

힘든 미혼모에게 희망을 나누어주신 희망이 엄마!  

   

아름다운 그대로 인해 각박하고 

어두운 세상이 조금은 밝아졌습니다.

절망의 자갈밭에서 희망 꽃이 피어났습니다.

절망의 벼랑 끝에서 뛰어내리려던 짠한 이웃들이

희망의 봄볕을 쬐면서 살아봐야지, 살아봐야지 다짐합니다.


그래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기도드렸습니다.    

희망이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주시기를 바랐습니다. 

잘했다, 참으로 잘했다 칭찬하며 안아주시길 소망하면서,

아픈 몸 낫게 해달라고, 삶의 힘겨움을 덜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고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욱하는 마음에 토를 달았습니다.


하나님, 세상이 왜 이렇습니까.

선한 사람들은 삶의 고통에 시달리는데

피눈물 흘리는 이웃을 보고도 외면하는 사람들은

양심에 거리낌도 없이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사는데

희망이 엄마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은 왜 힘들게 살아야 하나요.

아름다운 사람과 착한 사람 좀 그만 아프게 하시라고 항의했습니다.     


저의 기도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희망이 엄마가 아픈 것 같습니다.

가슴이 아파서 기도의 입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희망이 엄마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엄마가 없으면 안 되는 희망이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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