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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조 Jan 30. 2024

신년 계획, 이미 알고 있는 것의 증명

사람이 보험이다.7

신년계획, 이미 알고 있는 것의 증명


모두들 신년 계획 잘 세우셨나요? 필자는 미래에 관한 책을 세 번째 읽으면서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대로 계획을 세우고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시간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필자는 대학 때 IMF를 겪었습니다. 건설업계에서 일하셨던 아버지의 수입이 마이너스가 되었고 우리 가정은 각자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학교 다니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지요. 당시엔 참치가 들어간 라면이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아야 하는 형편이었으니까요. 그때, 그렸던 제 미래는 대학을 졸업하는 거였습니다.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필자는 힘든 시간을 지나면 학교에 돌아가 졸업 작품을 멋진 소설을 써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습니다.


2023년 지난해 드디어 대학 졸업 자격 학사를 취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준비하면 취업할 수 있는 공기업에서 몇 해에 걸쳐 강의하고 우리나라의 최고 브레인인 의사 선생님들한테도 강의했던 필자가 이제야 대학 졸업자가 되었습니다. 정확히 25년이 걸렸습니다.


그 25년 동안 대학 졸업장이 없어서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억울했습니다. 필자는 전문대학 2년을 다니고 다시 4년제 대학에 입학해 3학년 1학기까지 마친 후 휴학했습니다. 그러니까 수강한 학기는 9학기로 4년제를 졸업하고도 1학기를 초과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4년제보다 더 오래 학교 다녔습니다. 더 다양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고졸이었습니다. 취직을 하려고 해도 최저 전문대 졸업장이 필요하다고 하고, 제 기획이나 아이디어가 맘에 들어서 필자한테 채용 제의가 와도 대학 졸업장이 없어서 지원조차 해보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뭐 요즘은 정말 기획이 좋다면, 그런 거 상관없는 경우도 많지만, 필자가 20대일 때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결혼할 때도 남편감의 학벌이 중요했지요. 정확히 말하면 내가 결혼 후 학교를 다니겠다고 하면, 나를 지원해줄 수 있을까를 고려했습니다.


남편도 직장을 다니면서 학교를 마친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내가 학교를 마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하겠구나 싶어서 점수를 매우 크게 줬지요. 그런데,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이 세상 모든 엄마가 아시다시피, 아이를 키우는 건 학교 다니는 것보다 더 어렵지요.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어려워서 포기했습니다. 아니, 어느 순간인가 학교는 머리에서 사라지고 아무 존재감도 없다가 무언가 도전하려 할 때마다 다시 나타나서 발목을 잡았습니다. 보험사에 입사할 때도 당시 4년제 졸업자만 입사할 수 있던 회사에 9학기를 다녔다는 걸 증명하고 겨우 발을 들였습니다. 아, 난 4년제보다 더 가방끈이 길어.


보험설계사를 하다가 진로를 바꾸어 손해사정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당시 필자가 퇴사한 보험사의 팀장은 앙심을 품고 저한테 전화해 필자가 대학 중퇴라는 걸 회사에 알리겠다고 협박을 했습니다. 필자는 물론 그런 사실을 숨긴 적이 없는데 그 사람은 당연히 제가 숨겨서 입사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었던 겁니다. 아! 그렇구나. 내 학력이 이 일을 하기에 당연히 모자란 거로 보이는구나.


손해사정업계에 들어와서 높은 토익점수와 고학력의 스펙을 가지고 보험사에 입사해 일하다가 퇴사해서 손해사정회사를 차리고 일하는 손해사정사나 자격증이 없더라도 보험사의 높은 입사 문턱을 넘은 사람들과 시장 안에서 경쟁하면서 필자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왔습니다. 이수현 강의할 때 참관 좀 하게 해주라. 도대체 어떻게 강의하길래 러브콜이 들어오는 거야? 그러다 대학 강의까지 하는 거야? 왜 학교 강의는 안 해? 음. 저는 대학 졸업장이 없어서 학교 강의는 못 해요.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지만, 한 번도 편한 적이 없는 순간들이었습니다.


2023년은 개인적으로 학사를 취득한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무엇을 얻은 것은 없지만 오랜 숙원을 드디어 완료하였고, IMF 시대에 살려고 아등바등 구인광고를 끊임없이 뒤지던 20대의 이수현에게 큰 빚을 갚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인생 전반을 볼 때 뭐 대단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일이었지요. 설계사 시절 영업하면서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해 보고, 손해사정사 시험을 보며 공부했던 양을 생각하면 이 학사 취득은 별거 아니었는데 필자는 왜 이제야 이 숙원을 이룬 것일까요?


“내가 학사를 취득할 수 있다”라는 간단한 문장이 머릿속에 없었습니다. “내가 학사를 취득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의 상태로 그냥 25년을 흘려보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학창 시절에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면 됩니다.


우리는 모두 영업을 더 잘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전화 더 많이 하고 사람 더 많이 만나고, 사람들과 보험 이야기 더 많이 하면 됩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왜 여전히 실적이 향상되지 않는 걸까요?


당신은 분명 영업을 잘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영업을 잘할 수 있다”가 당신의 머리와 마음속에 없습니다.


자, 새해에는 당신의 머릿속에 “잘하는 방법” 말고 “영업을 잘하고 있는 나”를 넣어보세요. 응원합니다. 방법을 알고 있는 당신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그 방법을 해내고 있는 당신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습니다. 새해 계획은 그렇게 해보세요. 이미 알고 있는 것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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