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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실시옷 Jun 22. 2024

전업맘인가? 일하는 엄마인가?

열두 고개

전업맘도 워킹맘도 아닌 그 애매한 나는 늘 어렵다.

집안일도 잘 못해, 그림과 작업으로 이렇다 할 수익이 있지도 않다. 이 애매한 포지션은 언제나 자격지심과 미안함이 따라다닌다. 뭐 하나 잘하면 당당하기라도 하지…


 얼마 전 어떤 여성 ceo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매일 밤 아이를 재우고 힘들어서 울었다고 했다.

‘아! 그 정도는 되어야 육아를 하며 일을 할 수 있는 거구나.‘ 싶어서 쉬는 일을 내 일상에서 빼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잘 때 빼곤 머리나 몸을 항상 움직여라! ) 하나 나는 천성이 느긋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자꾸만 앉아서 핸드폰을 보며 멍 때리고 싶다.

 긴 휴일을 보내고 나니 오늘 아침은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바쁜 남편 덕에 연휴가 길어도 어딜 갈 수도 없고, 그냥 길~게 독박 육아를 오래 해야 한다. 작은 집에서 복닥복닥 핸드폰을 온종일 붙들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짜증과 무력감에 마음이 너무 별로다.

 보통은 생리 전이 우울하다고 하지만 나는 생리가 끝나면 우울감이 몰려온다. 그리고 읽고 쓰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먹고 치우고 돌보는 일에 시간을 쏟아야 하니 모두가 원망스럽다. 온통 뭘 시도해 보고 싶은 생각만 가득한데, 커리어 쌓을 시간도 없이 집안일만 하니 천 불이 용솟음친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열두 고개를 넘었다. 아침에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참고 일어나 아침 차리기에 한 번, 외식을 하고 싶은 마음 한 번, 남편에게 괜스레 짜증을 내고 싶었던 마음도 한 번, 다 안 쳐다보고 그림 그리고 싶었던 마음 한 번, 누워 멍 때리고 싶었던 마음 한 번…

 

어쩌면 나는 작가가 되어 멋지게 된 모습보다 외식의 유혹을 참고 오늘도 기꺼이 가족들에게 내 금쪽같은 시간을 내어준 내가 더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흠흠

하지만 이젠 좀 더러운 거실에 눈을 감고 글쓰기 숙제하러 가봐야지.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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