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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in Wonderland Apr 15. 2022

관계맺기의 변수

변수. 모든 일에는 변수가 존재한다. 타인에 대한 나의 감정과 반응에 미치는 변수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하루를 돌아본다.  


내 앞으로 선물이 하나 배송되어 왔다. 선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가정 하에, 내용물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존재한다. 하지만 같은 내용물이라고 했을 때, 마침내 그 내용물을 마주했을 때의 반응은 이미 포장에 대한 반응과 함께 결정된다고 본다. 왜냐, 포장을 보며 생기는 기대감이라는 변수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기대감을 가진 것에는 실망하기 쉽고, 기대가 없는 것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공식이 성립가능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만나고 알아간다는 것은 배송되어 온 선물의 포장을 풀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첫인상은 바로 포장지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포장을 보고 내용물을 추측할 수 없듯 한 두 번의 만남으로 누군가의 내면을 다 알아차릴 순 없다. 가끔은 택배 박스의 테잎을 뜯어내려 칼질을 하다 내용물을 상하게 하기도 하는 것처럼 성급하게 믿어버린 상대의 속내에 관계는 삐뚫어진다. 단단해보이는 포장지 속 내용물을 부주의하게 꺼내려다 내용물을 깨뜨려버리는 일도 있다. 그래도 택배에는 적어도 "취급주의" 정도의 경고 메시지는 붙어있는데, 관계란 그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관계맺기의 경험은 이런 포장을 가진 사람에 대한 데이터와 저런 포장을 가진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뿐, 시작의 어색함을 완화시켜줄 뿐, 관계맺기는 아무리 반복해도 능숙해지는 분야는 아닌 듯 하다.


그래도 수십번 어쩌면 수백번 반복하며 배운 것이 없진 않다. 웃는 낯을 하고 착한 말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 속내가 선함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 그 속내의 선함 또는 바름이 세상만사에는 큰 영향을 줄지라도 관계맺기에는 크게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인상이 좋다면, 그리고 예쁜 말을 한다면, 되레 가장 조심해야할 유형일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이라 나를 도와줄 것이다'라는 기대감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대게 그 기대를 채울 수 없어 실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관계맺기의 가장 큰 변수는 너의 속내 나의 속내도 아닌, 기대감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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