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Sep 17. 2024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사고의 전환이 만들어준 기회

방황의 시간을 겪었다. 


이직 후 6개월만에 팀장님이 퇴사하시면서 팀이 폭파되었고 다른 팀으로 배치받았다. 

업무에 대한 역할을 분배하다보니 원래 팀에 굵은 라인들은 내가 메인을 맡았기 때문에 원래 우리팀에 있었던 일을 모두 들고 현재 팀으로 옮기게 되었다. 내가 주로 하던 일은 해외사업기획, 신사업기획, 연구개발 등 당장 돈이되는 사업들은 아니었고 대부분 향후 사업수단이 될 것들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보직변경된 팀에서 하는 일은 주로 신규 사업을 수행하면서 필요한 영업, 파트너스사 관리 등이다. 내가 이 팀에 들어오고난 후 직접 사업을 발굴해서 수행하라는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처음 팀장님이 퇴사한 것을 알고 일이 정리되기 전까지 혼란스러움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내가 이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있을까? 회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걸까? 라는 고민은 다행히 대표님 및 상무님들과의 면담에서 해결되었다. 대표님을 비롯한 상무님들과의 면담에서 내가 이 회사에서 아직은 할 역할이 명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큰 고민을 하나 넘어가니 다음 고민이 찾아왔다. 내가 원래 하던 일은 한 팀에서 맡았던 일인데 이 일을 혼자 감당하면서 또 새로 배치받은 팀의 일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찾아온 것이다. 두 번째 고민으로 정말 깊은 고민을 한 것 같다. 해야할 일은 산더미인데 그 와중에 인수인계를 받으며 내가 이 결이 다른 두 일을 어떻게 소화해 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 고민을 깊이 해야 했던 이유는 이 전회사에서 일이 너무 많아 허덕이면서 일 하다가 결국 번아웃을 겪어본 경험이 있어 미리 겁을 먹었던 것이다. 


다음 고민은 팀이 폭파되면서 나 혼자 이 팀으로 배치받아 내가 여기에 다시 적응을 해야한다는 것에 부담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영업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있어 이 팀의 팀원들도 내가 원 팀에서 일을 전부 갖고 들어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팀원이 된다는 것은 서로의 일을 어느정도 백업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래도 다행인 것이 이전 회사에서 영업일을 좀 했었어서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맥락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현재 이 팀에 있는 분들은 잔뼈굵은 영업분들이라 내가 하는 일을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알게 모르게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어떻게 업무 분장을 해야할지 어떤 업무를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기획하는 일을 직접 수행하여 회사에 이익을 얻어오는 것 까지 한번에 진행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가하는 일이 좋다. 재미있다. 여기에 내가 영업까지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면 이윤을 창출하는 큰 줄기를 경험해볼 수 있을 것 같기때문이었다. 사업을 기획해서 계획하고 그것을 수행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팀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 지금 내 나이에 내 커리어에 이런 경험은 흔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스킬을 얻을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니 배우고 적용할 생각에 조금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걱정을 하던 시간동안에는 이걸 어떻게 하지? 내가 이걸 어떻게 감당하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원초적으로 내가 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맞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되었다. 그러나 사고의 전환 한번으로 나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혼돈의 시간에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문구는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였다. 일단 고민도 일은 킵고잉 하는 상태에서 해야지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런데 하다보니 여기에서 한 걸음만 더 가면 큰 틀에서는 맥락이 맞겠는데? 내가 원래 하던 일에서 한 스텝 더 나아가 검증까지 해볼 수 있는 기회란 것을 깨닳고 난 후에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직 내가 회사에서 책임져야할 부분이 많지 않다. 모르는 부분은 빠르게 보고해서 해결책을 찾으면 그만이고 내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뭐든 처음에는 뚝딱거리기 마련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 잠깐의 나아가는 시간을 갖게 된 후 조금만 익숙해지면 이 또한 별 일이 아닐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냥 해보는거다. 하다가 안되면 해결책을 찾으면 되는거고 고민이 생기면 나누면 되는 것이다. 


일단 하고 수습은 나중에 하자.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안되는 일이 어디있겠는가. 또 실패하면 실패하는데로 안되는 걸 알아가는 것도 배움의 종류이다. 성장하는 나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하니 이것도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되었다. 사람은 계단식으로 성장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다. 나에게 이 포인트가 변곡점으로 작용하여 이전 과는 다른 한 단계 성장한 내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고의 전환이 걱정을 기회로 만들어 주었다. 

작가의 이전글 사업전략팀은 뭐하는 팀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