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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Apr 17. 2024

기초학력 직접 깐깐하게 챙기기

배움의 기초를 단단히 하는 것, 공교육의 역할입니다

3월 2~6학년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미도달 학생수가 국어 21명, 수학 30명이었다. 특히 4학년 수학 미도달 학생수는 15명으로 전체 44명의 34%에 해당되었다. 1학년을 제외하면 전교생이 154명이니 국어의 경우 전체의 13%, 수학의 경우 19%가 기초학습부진인 셈이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이전 학년의 학습 내용 중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검사 문항이 쉽다는 것이다. 적잖이 놀랐다.


우리 학교는 러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 다문화 학생이 33명으로 전체 학생의 18%를 차지한다. 다문화 학생의 경우 한국어가 서툴러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끼리끼리 모여서 러시아어로 대화하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도 약해서 어려움이 많다.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도교육청의  '이중언어 강사 지원 사업'과 '찾아가는 한국어교실 사업'을 신청하였고 예산을 지원받았다. 다문화 아이들의 경우 수업시간에는 이중 언어 강사의 도움을 받고 방과 후에는 '한국어 교실'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기본적인 학습 내용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문화 아이들 외에도 우리 학교에는 생계활동에 바빠서 아이들 학습이나 학교 생활을 돌볼 여력이 없는 가정도 제법 많다. 격차 사회라는 말이 실감 난다. 가정의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교육 격차에도 그대로 드러나며 그 간극은 더욱더 넓어지고 있다. 가정을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도 없는데, 가정환경에 따라 아이들의 교육 환경이 심각하게 차이가 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만큼은 평등하게(?) 보장되기를 바라면 너무 이상적일까! 나는 공교육의 존재 이유는 뒤처지는(?) 아이들을 챙겨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정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좋고 소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알아서(?) 잘한다. 하지만 가정에서 돌볼 여력이 없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챙기지 않으면 아이들이 발 디딜 곳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좁아진다.


며칠 전 '기초학력향상 프로그램 운영' 관련 전자결재가 올라왔다. 우리 학교는 시에서 교육경비보조금 800만 원을 지원받아 기초학습 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외부강사를 채용하여 시간당 40,000원의 수업료를 지급한다. 연간 수업 계획을 살펴보니 특정 교재 내용을 목차대로 나열한 것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상 학생들의 부진 교과와 부진 요인이 각각 다르고, 학년도 다른데 동일한 내용으로 2쪽에 간략하게 쓰인 연간 수업 계획을 납득할 수 없었다. 올해는 프로그램 참여 대상 학생을 책임교육학년인 3학년과 수학 학습 미도달 학생수가 많은 4학년을 집중 지도하기로 했었다. 모두 합하면 11명이다. 이 아이들의 학습 실태나 특징 등을 파악하지 않은 채 연간 수업 계획이 세워졌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담당 선생님과 소통이 필요했다. 담당 선생님도 6년 차 저경력 교사여서 기초학력 업무를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 예상되었다. 선생님께 대상 학생별 맞춤 계획 수립이 필요함과 학생의 학습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담임교사와 외부강사의 소통 자리가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학교장의 생각을 외부강사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담당 선생님이 외부강사와 직접 소통하는 어려움도 덜어주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나이 프리미엄이 있어서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업무상 전달도 왠지 어색해지기도 하니까)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교장실에서 직접 만나고 싶다고 외부강사에게 학교장의 의사를 전달하라고 했다.


외부강사와 만나는 자리에서 학교장으로서 부탁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학교장으로서 가장 세심하게 챙기고 싶은 것이 기초학력입니다. 나중에라도 공부하고 싶을 때 기초 학습 체력이 없어서 좌절하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읽고, 쓰고, 셈하는 기초 기본 학습 체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일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3, 4학년 학습부진 학생 개인별 특징을 파악하고 학생 맞춤 학습 계획 수립을 위해 담임교사와 협의해 주세요.

* 담임교사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 개인별 학습 계획을 수립하고 개별 학습 관리 카드를 작성하여 학생이 성취감을 느끼는 학습이 되도록 이끌어 주세요.

* 초등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의 하나는 기초 기본 학습을 익히게 하는 것입니다. 저학년에서 학습 결손이 누적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구제되기 어려우니 한 명 한 명 애정을 갖고 챙겨 주세요.

* 기초학력 부진학생의 학습발달은 매우 더딥니다. 교사의 끊임없는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므로 잘못하더라도 '매일 꾸준히 하고 있음'을 진심으로 칭찬해 주세요.

* 아이들은 지긋이 바라봐주는(끝까지 믿어주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고 합니다. 학습부진학생은 '풀기 힘든 선물 상자'라고 합니다. 천천히 인내심을 갖고 풀어야 선물을 받아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도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 어려움이 있거나 의논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교장실을 방문해 주세요. 적극 돕겠습니다.


학교 교육활동 중 이렇게 해도 좋고 저렇게 해도 좋은 것들은 담당 선생님의 의견을 존중하고 위임하여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하지만 학교장으로서 기초학력만큼은 깐깐하게 챙겨볼 생각이다. 배움의 기초를 단단히 하는 것, 공교육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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