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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Apr 27. 2024

수업 공개의 날을 보내며

아아들이 각자가 나날이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수업이면 최선입니다.

교실 수업을 공개하는 날, 학교는 손님맞이로 활기차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4월이 끝날 즈음 준비된 학교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이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학교에 오신다니 아침부터 들떠 있다. 아무리 생계에 바쁘셔도 부모님은 내 아이가 교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기꺼이 연차를 내기도 한다. 3월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 때와 다르게 많은 학부모님들이 학교를 방문해 주셨다. 내 아이가 수업에 잘 적응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임을 학교를 찾아주시는 많은 부모님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수업은 학교의 생명이다. 돌이켜보면 교사시절 수업은 하루의 내 기분을 좌지우지했다. 수업이 잘되면 뿌듯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감에 빠져들기도 했다. 수업만큼은 잘하고 싶어서  '수업 연구교사'를 하며 부단이 애썼다.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타인에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성찰하는 일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가끔은 심한 자책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업은 공적 영역이기에 '나만의 수업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아이들이 더 잘 배우는 수업 방법'을 배우며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나 스스로가 자존감이 높은 교사가 되고 싶어 숱한 두려움을 누르고 내 수업을 공개하곤 했다. 다시 교사로 돌아가서 타인에게 나의 수업을 공개하라고 하면 여전히 두렵다.



수업 안에는 '한 교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업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이 보인다. 사람을 대하는 교사의 일은 단 한 시간의 수업 공개일지라도 자신 아닌 사람으로 꾸미거나 변신할 수 없다. 선생님마다 고유한 빛깔로 교실을 경영하고 수업을 설계하고 아이들 배움을 이끌어간다. 각자 장단점이 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6년 동안 최소 여섯 분의 담임 선생님과 두 세분의 교과 전담 선생님과 배우며 무의식 중에 다양한 수업 방식에 적응하는 법을 익히고 사회를 알아가기도 할 것이다.


선생님마다 강점이 다르다.  선생님의 강점을 잘 살려 자연스럽게 적용한 수업에서 아이들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것을 여러 수업을 통해 보았다. 선생님 각자의 빛깔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다양성만큼 수업 방법도 다양하다. 다만 단위 수업 시간 안에서 아이들 모두가 각자의 수준에서 배움이 일어나도록 수업이 설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호주의 어느 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국어 시간이었다.(그러니까 그들에게는 영어 수업 시간이다.) 한 명의 주교사와 세 명의 보조 교사가 함께 수업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주교사가 해당 시간에 공부할 텍스트를 제시하고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국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텍스트의 주요 내용을 모두가 함께 이야기 나누고 난 뒤 아이들은 각자의 레벨에 따라 흩어져서 자신의 과업을 수행해 나갔다. 세 명의 보조 교사도 세 그룹으로 나뉘어 아이들 학습을 도왔다. 호주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는 데 가장 많은 힘을 쏟는 것은 수업의 주제에 따라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알맞은 '학습할 거리'를 찾아 제시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학습을 수행하면 다. 아이들을 생일별, 수준별로 나누어 그 아이에게 알맞은 학습 내용을 준비하는 데 교사들은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이런 수업 안에서 아이들은 주눅 들 이유가 없다. 빠르면 빠른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자신의 학습을 완수하면 그것으로 'well done'이다. 부모님들도 내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고 있고 나날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 비교하지 않는다. 행복은 비교하는 순간 저 멀리 멀어져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교실에 학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오시는 날이 '수업 공개의 날'인 만큼 선생님들도 준비하느라 고생하였다.

교실을 둘러보며 학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선생님이 수업하시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교사로서 가장 아름답돋보일 때, 그것은 수업하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교사로서 전문가다운 뿜뿜 빛나는 모습을 예쁘게 담아서 한 분 한 분께 문자로 보내드렸다. 그리고 그동안의 수고를 토닥여 주고자 수업 후 협의회 시간에 커피 한잔과 간단한 쿠기를 준비해 주었다. 서로 격려하고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우리는 굳이 비평하지 않아도 된다. 수업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는 것만으로 힘을 얻기도 하니까. 수업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이 성공적이었는지는 선생님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다만 현실적으로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아쉽다. 선생님들이 교사로서 나이 들어가면서 자부심과 보람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연구하고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며칠 전 한국교육신문에서 읽은 기사 내용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영국 BBC 방송이 올해 2~3월 잉글랜드 지역 교사 약 9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코로나 이후 폭력이 급증하였고 "교사 5명 중 1명이 학생에게 맞는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에서는 소셜미디어 운영 업체들이 교육당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당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가 미성년자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결석률이 급증하여 전체 학기의 10% 이상 결석하는 학생 비율이 4명 중 1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이런 교육 현실에 직면해 있다. 교육환경이 녹록지 않다. 교육 위기 속에서도 선생님들이  교단을 지키며 보람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교육환경과 시스템, 분위기가 개선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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