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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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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Sep 15. 2024

오후 네시

뜨거운 햇살도

때가 되면

온화해진다.


미지근한 바람 한점

'가을이 곁에 구나!'


기다림에 지쳐

쓰러진 마음


손가락으로 톡톡

바람이 달래준다.





오후 네시의 햇살은 온순하다.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본 창밖. 온화해진 햇살이 부서지고 있었다. 강아지풀이 가늘고 긴 몸을 바람 따라 흔들고 있었다. 하루 중 어느 때, 오후 네시 언저리를 지나는 이 즈음의 햇살이, 특별히 평화롭다. 우리 생을 80까지로 본다면 오후 네시 언저리는 오십 고개를 넘긴 즈음이 된다.  좀 느긋하게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고 의무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지는 때이다. 다시 한번 자기 자신을 향해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의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보다 온순해지고 온유해진다. 미지근한 바람처럼 말이다. 넌지시, 손가락으로 톡톡 어깨를 건드려주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아진다.


바라보아, 곁에 머물러, 평화롭고 편안해지는 오후 네시의 햇살 같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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