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의 햇살은 온순하다.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본 창밖. 온화해진 햇살이 부서지고 있었다. 강아지풀이 가늘고 긴 몸을 바람 따라 흔들고 있었다. 하루 중 어느 때, 오후 네시 언저리를 지나는 이 즈음의 햇살이, 특별히 평화롭다. 우리 생을 80까지로 본다면 오후 네시 언저리는 오십 고개를 넘긴 즈음이 된다. 좀 느긋하게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고 의무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지는 때이다. 다시 한번 자기 자신을 향해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의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보다온순해지고 온유해진다. 미지근한 바람처럼 말이다. 넌지시, 손가락으로 톡톡 어깨를 건드려주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