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창을 여니 찬기운이 상쾌하다. 보슬보슬 잔비가, 이틀 간의 장대비를 쏟아내고도 미련이 남은 듯이 흩어지고 있다.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한다.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나무, 풀들을 볼 요량이다.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가을이 성큼 느껴지는, 머리를 맑게 하는 다소 찬 공기가 오래 기다린 벗처럼 반갑다. 온통 비에 흠뻑 젖은 나무, 풀들도 지친 더위를 씻어내고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맑고 깨끗한, 선선한 가벼움이 기분 좋다. 이제 더위로 무겁게 가라앉은 몸을 탈탈 털어내고 가뿐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