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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Oct 24. 2024

10분 간의 즐거운 몰입


쉬는 시간을 알리는 음악소리가 난다.

몇몇 남자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난 현관으로 다급하게 나온다.

"다니엘, 어서 와!"

1학년도 있고 2학년도 있다. 3학년도 있다. 

어떻게 이런 조합이 만들어졌을까? 나는 신기하고 궁금하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학년은 대부분 5, 6학년이었다. 그들이 점심시간 운동장을 점령하니 1,2, 3학년 꼬마들은 힘에 밀려 잡기 놀이 등을 하며 학교 건물 안팎에서 점심 쉬는 시간을 보냈다. 2학기가 시작되면서 운동장으로 난 현관 신발장 두 칸을 축구공 보관함으로 만들고 축구공 2개를 새로 샀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축구공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이후로 쉬는 시간에 삼삼 오오 저학년 남자아이들이 공을 차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축구공을 사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아이들의 생활을 규제하기 전에 아이들이 즐겁게 몰두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스마트폰 사용 지도를 하며 계속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환으로 도서관을 상시 개방했고, 도서실 장서 점검과 불용 도서 폐기로 공간을 확보하고 서가를 재배치했다. 아이들 중심의 도서실을 위해 현재는 어떤 가구를 살까 고민하고 있다.)


1,2, 3학년 꼬마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실력이 제법이다. 골키퍼를 서는 유준이는 불평불만이 많고 투덜이라 1학기때 담임선생님이 골머리를 앓았던 녀석이다. 그런데 공을 향한 집중력이 좋고 골키퍼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오! 골키퍼 멋쟁이!" 나는 유준이가 공을 멋지게 걷어내는 모습을 보며 크게 칭찬했다. 눈이 동그란 유준이가 멋쩍게 웃었다. 10분간의 쉬는 시간, 이렇게 신나게 뛰고 나면 머리는 맑아지고 공부 시간도 덜 지겨울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황창연신부님 말씀처럼 '공부를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친구들, 동생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안다면, 이렇게 조금씩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배워간다면, 운동하며 규칙을 터득해 간다면, 아이들은 바르게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쉬는 시간 10분, 축구에 몰두하며 밀도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1,2,3학년 꼬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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