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삶-일상적응기2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첫 단추-거류증을 발급받다
격리가 해제되면 다음 날 신체검사를 하고 출입국에 거류증을 신청하러 간다. 신체검사 결과와 신원 등이 확인되면 1주일 뒤 거류증이 나온다. 거류증으로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고 드디어 계좌 연동 ‘위챗 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위챗은 삶이다
한국에서 ‘카카오톡’ 정도의 메신저로 생각했던 ‘위챗’의 힘은 매우 강력했다. 인천 공항에서 출국 시, 연태 공항 입국 시 많은 증명서와 서류를 ‘위챗’에 하나의 전자 서류로 집약해 신원을 증명했다.
한국의 대표 메신저 ‘카카오 톡’은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신분증은 따로 있고, 상거래는 다양한 카드사의 카드, 현금 또는 카카오 페이 같은 전자 머니의 사용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화 통화를 위해서는 통신사에 등록된 번호 교환이 일반적이다.
중국에서는 외출 시 지갑, 신분증 필요 없이 위챗 기능이 활성화된 휴대폰 하나만 들고나가면 된다. 위챗은 건강 증명서를 포함한 전자 신분증과, 전자 머니, 메신저와 전화 통화 수단까지 '삼위일체'의 기능을 한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상점에서 물건을 산 뒤 점원, 손님 누구나 상호 스캔을 통해 전자 머니로 결제를 한다. 전화번호를 주고받는 대신 바코드를 스캔해 친구 신청을 하고 일반 통화보다 위챗 통화가 일반적이다. 위챗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위챗의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을 때 불편함도 그만큼 크다.
현금으로 거래도 가능하고 호텔, 대형 마트에서는 카드 사용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6개월 먼저 생활을 해온 남편을 통해 중국에서 위챗의 위상과 전자 화폐의 일상화를 듣고 나니 위챗 페이 없이 현금을 들고나가는 것이 왠지 이 사회의 이방인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류증을 발급받기 전까지 남편의 전자지갑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만큼 삶은 제한적이었다. 격리 해제로 몸의 자유는 얻었다지만 상거래도 하지 않고 교통수단을 필요하지 않은 도보의 거리만 이동했다. 독립적 인간이 아니라는 무능한 마음 또한 들었던 한 주였던 것 같다.
전자 머니 충전 완료
은행에서 계좌 개설을 하자마자 위챗에 돈을 충전했다.
나 이제 쓸 돈 좀 있거든
위챗 페이를 사용하게 된 순간 문명인 또 자유인으로 신분 상승한 기분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점심으로 로컬 음식점에서 누들을 사 먹고,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셨다. 그동안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던 가게에 들러 아이들 간식도 샀다.
근처 상점들이 수백 명을 초대한 단톡 위챗 방을 운영하며 물건을 게시하고 주문 배달도 흔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위챗으로 물건을 주문하며 돈을 쓰는 연습도 했다.
위안화 화폐에 감을 잡고 물가를 파악하며 결제하는 소소한 일상이 아직까진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