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작고 소중한 조각을 찾아서
※ 한겨레 교육에서 수강 중인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중 작성한 글입니다.
어제 종일 이사 준비를 마치고 곯아떨어지니 별로 쉬지도 못한 채 한 주가 시작되어버렸다. 매일 같은 한 주, 한 주의 반복. 다른 것은 앞으로 97일간은 매일 더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정도. 입추가 지났지만, 여전히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고 있는 무자비한 서울의 날씨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당히 가혹한 일이다. 정신없이 이동하고, 땀 흘린 몸을 추스르고 벌써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 저녁 일과를 위해 잠시 카페에 들러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다시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압박감으로 다가올 줄 알았지만, 긴 하루의 허리를 끊어내며 잠시 간 숨 쉴 틈을 주어 고맙다.
만약 100일 글쓰기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쓰일 일이 있었을까? 평소의 월요일을 생각해보면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샤워를 한 후 적당히 유튜브나 보다 잠들었을 텐데, 무언가 매일 해야 한다는 프레임은 나에게 가벼운 긴장감을 주며 무엇인가 쓰게 만든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매일 유의미한 글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글은 모두 의미가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감동을 주지 못하더라도 나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영영 사라져 버렸을 일상의 편린을 붙잡아주는 아주 고마운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니 며칠 전부터 써왔던 워밍업 글쓰기부터, 과거 매일 조금씩 적어나갔던 감사 일기들까지 아주 소중한 글처럼 느껴진다. 그 글들이 영원히 사라졌을 뻔한 일상의 조각들을 남겨주어 그때의 내가 어땠을지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 그 어떤 역사적 기록이나 유물보다도 나에게는 소중한 것들일 것이다. 평소 쓸모없다고 생각하던 이런 조각 글들처럼, 살아가며 이러한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던 게 또 있을까? 보물 사냥꾼처럼 천천히 일상을 돌아보며 나의 조각들을 발굴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