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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Oct 05. 2018

교류

덴마크 학생들과의 하루를 보낸 후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알려진 덴마크의 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행사였기에 많이 긴장도 되었고 행여 나의 행동이 잘못돼 한국의 대한 인식이 나빠질까 염려되기도 하였다. 제일 걱정되었던 것은 ‘대화’였다. 우리가 덴마크 학생들을 만나는 이유는 행복한 사회에 사는 학생들은 우리와 어떻게, 얼마나 다른가를 알아보기 위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덴마크 학생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우리와 많이 다른 학교생활을 보고 가장 먼저 튀어나온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덴마크 학생들과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고 그 차이를 메꿔줄 언어인 ‘영어’는 아쉽게도 실력이 좋지 못해 내 덴마크 파트너와 헤어질 때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너무 많은 상상을 했던 탓일까, 생각보다 우리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아, 역시 학생은 학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도 크고 뭔가 더 우리보다 성숙해 보인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우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덴마크 학생들이 여러 동아리를 다니면서 활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낯선 환경에서 활동을 하는 것임에도 불하고 활동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는 점이였다. 물론 사전에 동아리에 대한 정보가 있긴 했지만 그들은 그 동아리에 가서 무엇을 하게 될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막상 그 자리에 가서야 활동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열심히, 안되는 영어를 겨우겨우 해가며 설명하고 대화하려는 우리들의 말을 들어주면서 활동을 해주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매번 내 파트너가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다음 동아리실로 이동하면서 ‘동아리 활동은 무엇을 했고 재미있있나?’를 묻자 파트너는 재미있었다며 자신이 만든 물건을 나한테 소개하기도 하였다.


그다음 있었던 토크 콘서트에서 덴마크와 한국의 대한 발표가 있었고 그 뒤로 질문 시간이 있었다. 예상외로 자유질문들이 많이 나와서 흥미로웠고 덴마크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으리라 생각된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소개하기도 했으니깐. 질문을 듣고 답변을 들으면서 너무 적나라하다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덴마크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사회 분위기를 대충 짐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식사를 하면서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는 3명의 덴마크 학생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를 하면서 나는 영어가 많이 부족해 막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그래도 나름 노력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정말 친절하게도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줬다. 덴마크 학생들 역시 나한테 질문을 하였는데 머리 염색과 같은 소소한 얘기부터 덴마크에 관한 얘기, 학교생활에 대한 얘기, 작게나마 사회의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었고 그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들을 조금 더 알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덴마크 학생들은 확실히 우리와는 달랐다, 많은 부분에서. 반나절을 같이 보냈던 내 파트너와 나눴던 대화를 곰곰이 다시 곱씹어 보면 그 차이를 더욱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점을 몇 가지 꼽아본다면


1. 해외여행을 해본 국가의 수가 월등히 많았다.


나와 같이 식사를 했던 덴마크 학생들에게 한국말고 어느 나라를 다녀봤냐고 묻자 나라 이름들이 술술 나왔다. 같은 유럽권 국가인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위스와 같은 덴마크 입장에서 다니기 쉬운 유럽권 국가들을 많이 가봤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과 같은 동양권 국가들도 많이 가봤다는 것이었다. 내 주위에서 해외여행을 해본 친구들이 많지 않고 그 친구들이 가본 국가들 역시 손에 꼽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덴마크 학생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국가들을 여행하고 경험해본 것이었다.


내가 처음 일본을 갔을 때 일본은 바로 옆에 있는 이웃 국가이고 문화도 어느 정도 우리와 비슷한 동북아시아권이라고 생각을 하고 갔다. 하지만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바로 옆, 시차도 나지 않는 국가였지만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체험했을 때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 느껴졌었다. 그래서 해외여행이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덴마크 학생들은 우리보다 월등한 것이었다. 비슷한 문화의 국가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의 있는 국가들도 그들은 방문했고 체험했다. 덴마크 학생들이 본인의 국가와 다른 문화를 마주쳤을 때 겁먹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2. 활동적이고 밝았다.


낯선 환경이다. 서양권 국가도 아니었고 영어권 국가는 더더욱 아니었다 . 우리나라에서 영어 교육열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과 프리토킹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몇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정말 겨우겨우 영어를 구사했고 가끔씩은 전혀 알아듣기 힘들 정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 학생들은 위축되거나 쭈뼛쭈뼛 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긴 했지만 동아리에 들어가서 활동을 할 땐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적극적이었다.


나중에 토크 콘서트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간의 발표가 끝이 나고 서로 상호 질문 시간이 되자 덴마크 학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질문에 자신들이 아는 한에서 최대한 발표하는 듯 보였고 역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질문할 때는 날카로우면서도 그 질문에서 덴마크 학생들의 궁금증이 묻어 나왔다.


저녁은 먹은 후 약 1시간 정도 있었던 자유 시간에서 덴마크 학생들 일부와 우리나라 학생들 일부는 같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와 축구를 하기도 했다. 인상 깊었던 점은 덴마크 여학생분의 축구 실력이었는데, 그냥 공을 차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드리블과 패스는 나보다 잘했다. 치마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활발하게 축구 경기를 했고 나중에 잠깐 얘기를 들어보니 치마를 입고 있어 불편했다고 말을 했다. 치마가 아니라 편한 복장을 입었다면 왠지 더 뛰어난 축구 실력을 보여줬을 것 같았다.


3. 향후 진로가 명확히 잡혀 있지 않았다.


이번에 방문한 덴마크 학생들의 나이는 우리와 비슷한 나이였다. 대부분 한국 나이로 19살 정도 됐고 내 파트너의 경우 한국 나이로 20살이었다. 우리나라의 19살, 20살과 비교했을 때 그들의 모습은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다.


또 덴마크 학생들 역시 우리들에게 특별하게 진로를 물어보지 않았다. 높은 대학 취학률 탓인지 대학은 물어봤지만 학과나 직업은 묻지 않았다. 내가 숭실대를 가고 싶다고 대답하자 왜 그 학교를 가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우리 엄마의 학교라고 답하자 그저 멋지다고 할 뿐 그 학교가 좋은지 나쁜지 묻지 않았다.


덴마크 학생들이 발표한 학교생활을 보면 우리보다 훨씬 스포츠 관련 활동이 많아 보였다. 우리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스포츠를 즐길 시간에 공부를 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덴마크 학생들은 그렇게까지 우리처럼 공부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않은 기회이고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는 것 역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좌절감을 한껏 맛보았다. 내가 덴마크 학생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학생들이 느끼는 압박감의 대부분은 느끼지 않는 듯했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활동들을 그들은 크게 걱정과 고민 없이 할 수 있었다. 마치 그들은 삶을 즐기는 듯했고 지식이 중심이 되어서 모든 삶의 교훈과 지혜를 얻으려고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그런 지식이 중심이 되긴 보다는 활동을 더욱 중시하는 듯했다. 글과 사진으로 ‘간접 경험’을 얻기보다는 직접 가서 체험해보는 ‘직접 경험’을 해서 교훈과 지혜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옛말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잘 지키고 있는 셈인 것이다.


덴마크의 방법이 우리나라에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들과 우리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고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큰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고 동양이 무조건 서양을 쫓을 필요 역시 없다. 덴마크는 좋은 국가이고 좋은 사회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사회를 덴마크처럼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덴마크라는 국가는 이런 방법을 하고 있구나!’ 하고 가볍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덴마크 사람들이 왜 행복한지를 나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내리자면 ‘생각’의 차이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행복해야 해!’하고 자신에게 암시를 주면서 행복해지자고 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되기 마련이다. 덴마크는 다르다. 그들은 그런 행복에 대한 압박감이 없었고 그런 고민도 없어 보였다. 그들에게 행복은 부족한 것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덴마크의 사회가 그렇게 짜여 있어서 행복한거야.’는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하기 때문에 그런 사회가 만들어진거야.’가 정답에 더 가까운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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