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오늘 너무 힘든 하루였어. 공부하기 싫은데 억지로 했더니 실제로 한 양도 얼마 안 되고 머리만 아팠어. 이런 날 남자친구 있었으면 이런 기분을 얘기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을 텐데.
나: 거기서 남자친구가 왜 나와? 니 감정을 이해할만한 니 또래 남자도 드물고 구구절절 설명하다 보면 더 답답할 수도 있어.
초밥: 이해력이 부족해도 진짜 좋아하면 위로되는 게 있어.
나: 남자친구가 사귄 게 오히려 병이다. 아예 남자친구가 없었으면 비교자체를 할 수 없었을 텐데. 학창 시절에 연애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네. 할 것도 많은데 그런 비교까지 하면 더 방해되겠다.
초밥: 나 같이 생긴 애가 연애경험 없는 게 말이 안 되지.
나: 부탁인데 그런 말 어디 가서 하지 마라. 돌 맞는다. 엄마인 나도 어디 돌없나 찾게 되는 말이다.
정말 한 마디를 안지는 녀석이다. 갈수록 전투력이 상승되어서 요즘은 내가 말문이 막힐 때가 많다. 녀석은 해가 갈수록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데 반해 나의 전술은 녀석이 이미 다 꿰고 있어서 예상치 못한 공격에 어버버 하다 보면 상황이 종료되고 마는 거다.
제대로 한번 눌러줘야겠다고 벼르고 있던 차에 기회를 잡았다. 부추부침개를 함께 먹을 때였다.
나: 이 집 잘하네. 맛집인가? 새우는 비싸서 몇 개 안 넣어주는데 엄청 많이 주네.
초밥: 그러게.
나: 한 장 더 주문할까?
초밥: 그래.
나는 곧바로 주방으로 가서 프라이팬에 부침개반죽을 올렸다. 나는 다 구워진 전을 접시에 담아서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서 “빨리 나오네”라고 했다.
초밥: 와! 소소한 행복 좋아!
맛있다고 하는 소리인 줄은 알겠는데, 가진 것도 없는 녀석이 하는 말이 웃겨서 이때다하고 놀려봤다.
나: 근데 니가 소소한 행복이라고 하니까 좀 이상하다. 니가 집이 있냐, 차가 있냐, 너한테는 이게 큰 행복이지 어째서 소소한 거냐? 봐봐, 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집에서 부침개를 먹을 수 있으려면 많은 게 필요해. 집 있어야지,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을 내야지, 장 봐와야지, 요리해야지, 안 그러냐?
초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 너하고 나는 처지가 다른데 내가 하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면 곤란하지. 너는 지금 돈 한 푼 못 버는 입장이잖아.
엄마가 소소한 행복이라고 하는 건 잘 들어봐 봐, 코트 두 개 중에 둘 다 주세요,라고 말해본 사람이 어느 날 부침개로도 충분한 기분을 느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거든. 그런데 너는 아예 비교군이 없잖아.
초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