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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Mar 29. 2019

Bryant Park& NY Public Library

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첫 번째 공원 이야기. Part 5

브라이언 파크의 낮과 밤.

브라이언 파크는 뉴욕에 머무르거나 여행을 갔을 때 가장 많이 갔던 공원이다.

맨해튼의 미드타운에 있고, 타임 스퀘어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도 가까워서 돌아다니다 보면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밤늦게 숙소로 돌아갈 때에는 브라이언 파크 앞에서 M5 버스를 타면 바로 집 앞에 내릴 수 있어서 안전하기 때문에, 밤에 브라이언 파크를 가는 일이 꽤 있었다. 당시에는 밤 10시가 넘으면 주로 버스를 탈 수밖에 없는 계기가 있었다. 물론 교통상황에 따라 버스가 심하게 안 오면 다시 지하철을 타러 갔다.


인턴 생활 동안 머물렀던 곳은 MJ언니의 한인민박집 위 러브 뉴욕이었는데, 컬럼비아 대학교 위쪽 동네에 있었다. 대학교 위쪽 동네이긴 하지만 동쪽으로는 할렘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처음으로 장기간 뉴욕에 머무를 장소로 괜찮을지, 위험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주 UN 대한민국 대표부에 첫 출근을 한 날, Internship Coordinator 선생님께서는 숙소가 어딘지 물어보시고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지 않겠냐며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그 후에도 내가 인턴 시절 할렘 옆 동네에서 살았다고 하면 다들 너무 용감했던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곤 했다. 2015년의 할렘이 예전의 할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야근을 마치고 밤 10시쯤 그랜드 센트럴에서 지하철 7라인을 탄 뒤 42가에서 1라인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피곤해서 그랬던 것인지 실수로 2라인을 타고 말았다. 같은 레드라인이고 플랫폼이 동일하기 때문에 열차가 들어올 때 확인을 하지 않고 타면, 뉴요커들한테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들었던 적이 있었다.


103가 정도까지는 1라인과 2라인의 노선이 동일하기 때문에, 나는 지하철을 잘못 탄 사실을 전혀 몰랐다. 당연히 항상 타는 지하철이다 보니 주변을 살피지 않고 폰만 들여다보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뭔가 평소와 다른 이질감. 다행인지 불행인지 딱 125가에 다다를 무렵이었다. 원래 1라인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타는데, 125가에 다다를 그 무렵에는 열차칸에 100% 흑인들만 있었다. 평소와 다른 주변 풍경에 ‘아차. 잘못 탔구나’ 하고 깨달았다. 빨리 내려서 돌아가야 했다. 계속 가면 아무래도 위험한 브롱스 쪽이니까.


밤 10시가 훌쩍 넘었기 때문에 처음 겪는 상황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낮에는 할렘에 운동하러도 가고 했는데 밤에 다니는 건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 큰일이야 없었겠지만, 그 순간 느낀 두려움은 꽤 컸다. 그 두려움이 막연한 두려움이었는지, 이유 있는 두려움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할렘도 집값이 비싸져서, 아무래도 옛날보다는 훨씬 안전하니까 막연한 두려움이었을까.


일단 125가에서 황급히 내렸고, 반대쪽 방향 지하철을 타러 일단 역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이게 뉴욕 지하철의 많은! 불편한 점 중 하나이다. 물론 이외에도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우리나라 지하철이 최고) 플랫폼에 황급히 내리자마자 보이는 노숙자 아저씨들.


속으로는 ‘으어어 다가오지 마세요’ 소리를 질렀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쓱 지나서 개찰구 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고 있는 부부가 보였다. 바로 저기다 싶었다. 그 가족 뒤에 졸졸 따라가며 무사히 개찰구를 빠져나왔고 뛰어서 길을 건너 반대편 지하철 입구로 들어갔다. 무사히 역으로 들어갔고 몇몇 흑인 노숙자들이 보였지만 다행히 나한테 관심이 없었다. 지하철이 빨리 왔다. 그리고 103가로 돌아가 다시 1라인을 타고 집으로 왔다. 간 떨리는 에피소드였다.


예전에는 할렘이나 어퍼 웨스트 지역이 미드타운 아래와 비교할 때 치안이 별로였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컬럼비아 대학교가 주변 건물을 더 구입해서 더 북쪽 지역까지 캠퍼스를 확장한 덕에 동네가 더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보통 1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뉴욕을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어디서도 접근성이 좋은 시내 중심으로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히려 미드타운 한가운데는 사이렌 소리 등으로 아주 시끄러운 경우가 많아서 숙면을 취하기 어려울 때도 꽤 있다. 한국 소방차나 경찰차의 사이렌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사이렌 소리라서. 정말 시끄럽다.


브라이언 파크 회전목마 앞

다시 브라이언 파크 이야기로 돌아와서.


브라이언 파크에는 작은 회전목마도 있고, 겨울에는 분수대 뒤로 작은 스케이트장이 생긴다. 록펠러센터의 스케이트장도 좋지만, 왠지 브라이언 파크의 스케이트장이 더 아기자기하고 주변 건물과의 어우러지는 풍경이 좋다. 브라이언 파크의 스케이트장은 평일에도 사람이 많을 만큼 인기다. 스케이트를 잘 탔더라면 한 번 정도는 시도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못해 본 것들이 여전히 많구나.

2015년 인턴 막바지 어느 날.

그리고 브라이언 파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겨울의 재미는 바로 홀리데이 마켓(Holiday Market)이다. 11월 중순경부터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열리는데, 먹거리부터 예쁜 소품, 액세서리까지 볼거리가 많다. 인턴생활의 막바지 즈음에 몇 번 홀리데이 마켓에 놀러 가서 구경도 하고 빈티지한 느낌의 시계도 구입을 했었는데 굉장히 독특하다.

태엽을 감아서 쓰는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모습과 함께 내부 부품이 움직이는 모습도 같이 볼 수 있어 재밌다.

다른 시계의 부품이나 조각을 재활용해서 만든 시계인데 굉장히 멋스러워서 홀린 듯이 착용해보고 구입을 했다. 태엽을 감아서 사용하는 것도 재미. 주말에 캐주얼하게 옷을 입을 때 이용하고 있는데, 단점은 금속 알레르기가 있다면 쇠독? 이 올라올 수 있다는 것.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릴 때는 착용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어디서도 구하기 어려운 하나밖에 없는 시계 같아서 애정 하는 아이템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잔디밭 위에서 몇 백 명이 함께하는 요가나 필라테스 수업도 열린다. 브라이언 파크 옆을 지나다 보면, 특히 퇴근 시간에 수많은 뉴요커들이 운동복을 입고 요가매트를 깔며 운동 준비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단체 요가 클래스 훔쳐보기!

그리고 여름에는 잔디밭에서 영화 상영을 한다. 2018년 여름에 갔을 때가 바로 한창 맨해튼이나 브루클린 지역의 여러 공원에서 영화나 연극, 뮤지컬, 음악회 등이 무료로 열리는 시즌이었는데, 브라이언 파크에서도 Bryant Park Movie Nights라는 이름으로 6월 중순경부터 약 2달간 매주 월요일마다 영화 상영을 하고 있었다. 내가 간 날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한 날이었는데 브라이언 파크에서 영화라니. 너무나 낭만적이지 않은가. 오후 5시부터 잔디밭 오픈이 있고, 해가 완전히 지는 시각 대략 8시부터 상영을 하니 미리 가서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다가 영화를 보면 딱이다. 주변에서 Dig Inn 또는 치폴레 등 취향에 맞는 음식점에서 사다가 영화를 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것 같다.


http://bryantpark.org/programs/movie-nights에서 각 날짜에 상영하는 영화 제목을 볼 수 있다. 2018년 무비 나잇의 마지막 상영 영화는 터미네이터였다. 오래전에 너무 재미있게 봤던 최고의 영화인데 그 영화를 못 보고 온 것이 아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라이언 파크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옆에 뉴욕 공립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바쁘게 관광을 하는데 무슨 도서관이야? 하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정말 시간이 없다면 10분이라도 좋다. 특히 3층의 reading room은 꼭 들어가 보기를! 천장에 그려진 그림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잠시 지친 어깨와 다리를 쉬게 하면서도 눈으로는 멋진 천장을 감상하고 있으면 공부가 절로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계획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오는 것이었는데, 항상 뭔가 쫓기듯이 바삐 다니다 보니 결국 책을 읽고 온 적은 없다. 언제쯤 그런 사치 아닌 사치를 누려볼까.

공립도서관 앞의 풍경과 입구 사진. 이 날은 도서관 문을 닫은 뒤 파티가 열리는 날이었다.


도서관 열람실 내부. 너무 아름답다.

플래시를 쓰거나 소리만 크게 나지 않으면 사진 찍는데 제한은 없으니 마음껏 사진을 찍어보자. 서가에서 책을 꺼내는 모습이나 앉아서 읽는 척하는 사진도 나중에 다시 보면 너무 즐거운 추억일 테니! 예전에 컬럼비아 대학교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 고르는 척하면서 찍은 사진이 있는데 나름 멋스러워서 좋아하는 사진이 되었다.

도서관 1층 기프트샵에서 예쁜 에코백과 파우치를 살 수 있다. 에코백이 25불. 파우치가 15불

도서관을 나가기 전에 꼭 들러볼 기념품 샵은 1층에 있는데, 위 사진에서처럼 에코백이나 파우치가 너무 예쁘다. 도서관, 배움에 관련된 멋진 문구들이 쓰여 있어, 기념으로 소장하거나 선물하기 좋다. 또 여행 중에 사용하기엔 에코백만큼 유용한 것이 없다. 가벼우니까. 파우치와 에코백이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드는 컬러와 문구를 고르다 보니 에코백과 파우치들을 몇 개 소장하게 되었는데,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think before you speak, read before you think.

-Fran Lebowits


I am still learning.

-Michelangelo


에코백과 파우치에 쓰인 문구들 중 특히 좋아하는 글귀들.


도서관에 들어갈 때는 짐 검사를 간단히 하는데, 액체류가 금지된다. 따라서 물 같은 휴대품이 있다면 들어가기 전에 다 마실 것! 소지품 검사는 다른 갤러리,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마찬가지.


뉴욕의 브라이언 파크는 이렇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꼭 가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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