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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Apr 09. 2019

Ocean Prime

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네 번째 먹거리 이야기. Part 1

실내는 어두운 편인데, 분위기가 좋았다!

오션 프라임은 5th Ave 근처 미드타운에 있는 해산물 위주의 레스토랑인데, 우연히 발견한 곳!


2015년 11월 말 인턴십을 끝내고 난 주말,

5th Ave에서 드디어 쇼핑을 했다.

사실 땡스기빙 데이와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다 보니 정말 세일 폭이 커서 눈이 정말 돌아갈 지경. 정신줄을 잡고 있기 힘들었다. 블루밍데일스와 버그도프 굿맨에서도 신나게 세일을 하고, 프라다, 구찌에서도 세일 중이었다.


오 마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50% 세일을 하는 가방 딱 하나만 샀었다. 그땐 무급에 열정 페이 인턴이라서 생활비가 참 많이 들었었다. 물론 샘플 세일의 여파도 있었지만, 뉴욕의 밥값과 월세가 어마 무시하므로.


일할 때 쓰려고 빅백 스타일의 베이지 프라다 가방을 선택했는데, 안쪽 가죽이 사슴가죽?! 이어서 너무나 조심스럽게 써야 하는 큰 단점이 있었다. 양가죽보다도 약한 듯. 그래서 막상 일할 땐 튼튼하고 가벼운 가방을 들게 돼서 4년간 실제 사용 횟수는 10회도 되지 않아 반성 중이다.


물론 여자 변호사들의 가방이라 불리는, 미션 임파서블에서 다이아몬드를 담았던 그 프라다 사피아노는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법원에 다니다 보면 블랙 프라다 사피아노를 든 여자 변호사들 천지여서 단체로 변협(변호사협회의 줄임말)에서 구매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때가 2015~16년도였으니 이젠 어느 정도 유행이 지나서 예전만큼은 많이 안 보인다. 역시 그 모델은 안 사길 잘했어!라고 셀프칭찬도 해본다.


가방을 사고 뿌듯해하며  간식을 먹으러 플라자호텔 지하에 있는 luke's lobster에 갔다. 랍스터 롤을 사서 약간 높은 테이블에 UN 제6위원회일을 한 같은 팀 인턴 동생 인선이와 마주 앉았는데, 베이지 톤 코트를 입으신 우아한 멋쟁이 백발의 백인 할머니가 혼자 랍스터 롤을 사 와서 우리 옆에 앉으셨다. (백인들은 백발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해본다.)


할머니는 "여기 자리 비었어? 앉아도 되니?" 하고 앉으시곤, 우리와 수다를 시작했다.

"너희는 여기 여행 왔니?"

"아뇨. 저희는 인턴십 하러 한국에서 왔어요."

"오 그래? 나도 여긴 아들이 살아서 연말에 같이 있으려고 휴가차 놀러 왔어. 원래는 서부에 살아!"

"어머 휴가 오셔서 좋으시겠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우리의 쇼핑백을 보고서는,

"쇼핑했나 보구나! 나도 옷 좀 샀어. 이거 보렴!" 하시면서 쇼핑한 옷을 구경시켜주셨다. 나도 덩달아

"저는 프라다에서 50% 세일하는 라스트원 아이템을 샀어요. 훗" 하고 자랑했다.

그러고는 할머니는 루크네 랍스터 롤을 좋아해서 뉴욕에 올 때마다 와서 드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간식을 다 먹고 또 짧은 수다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서로 작별인사를 했다.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호텔을 나와 한 15m 걸었을까. 뭔가 허전하고 싸늘한 느낌. 테이블의 의자에 걸어놓은 백팩을 잊고 나왔던 거다.


물론 돈이나 카드는 (내 몸과 하나같았던 존재인) 미니 크로스백에 들어있어서 괜찮았지만, 백팩에는 좋아하는 선글라스와 책이 있었다. 셀카봉도!  그 사실을 깨닫는 즉시 뛰었다. 제발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길 빌면서.


허겁지겁 뛰어가 보니 다행히 백팩은 그대로 있었다. 없어진 물건도 없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말 다행이다'를 외쳤고, 다시 호텔 지하 푸드 코너로 돌아간 김에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뛰어서 목이 탔던 탓에.


근처 매장들을 더 둘러보니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

허기가 져서 급하게 근처에 갈 만한 레스토랑을 Yelp앱으로 검색하다 오션 프라임을 알게 되었다.


결론은 서비스나 분위기, 음식 맛 모두 만족했던 곳이다. 인턴십이 끝나서 홀가분한 기분 덕도 있던 것 같다.

당시 뉴욕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막 시작되고 있어서 그런지 연말에 연인들이 가면 참 좋겠다 싶은 그런 분위기였다.


우린 검색하자마자 예약 없이 방문했는데 이른 저녁이라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식전 빵과 생선요리. 식전 빵과 버터가 너무 맛났다. 생선은 농어였던 것 같다.
스테이크가 빠질 수는 없지.

해산물 위주여서 육류가 없을까 했지만 역시나 스테이크가 있어서 메인디쉬로 하나는 생선 스테이크, 하나는 필렛 미뇽을 시켰다. 트러플 맛을 잘 몰랐을 시절. 지금은 계란 프라이에 트러플 올리브 오일을 몇 방울씩 뿌려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이탈리아를 간다면 트러플 오일을 쟁여와야 한다. 국내와의 가격 차이가 꽤 심하게 난다.)


메인 디쉬들은 다 맛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거대한 스테이크, 티본 같은 걸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볼프강이나 피터 루거보다 스테이크가 맛있었다.


당시 나름 돈 아끼려고 그랬는지 애피타이저는 생략.

디저트는 식사 끝 무렵에 시켰는데, 직원이 강력 추천하는 체리시럽을 곁들인 치즈케이크로 선택했다. 너무 커서 다 먹지 못할 거라고는 했는데, 그냥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켰다. 그런데 정말 너무 큰 케이크(무려 10불이 넘는 케이크였으니 커야 했지만)!!!


미국은 일단 메뉴들이 다 사이즈가 큰 편이라 이미 익숙해져 있었긴 했다.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시키면 진짜 바가지로 퍼주나 싶을 정도로 많이 줬으니깐. :)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는 예상을 뛰어넘는 크기여서 놀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한다던 주니어스 치즈 케이크보다도 훨씬 컸다. 케이크 인증샷을 찍을 때 가지고 있던 립밤을 꺼내어 크기를 비교하는 샷도 남길 만큼.


케이크는 직원 언니가 추천해준 만큼 맛있었다. 토치로 살짝 그을린 크림도 맛있었다. 배가 부른데도 1/3 가량만 남기고 클리어!


엄청난 크기의 디저트. 13불 가량..

이곳은 점심에 가기보다는, 저녁에 가면 더 좋은 곳이다.

어차피 프리픽스 메뉴가 점심에 없어서 굳이 점심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뭔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역시 저녁이다.


물론 저녁 식사할 때 팁이 더 비싼 건 감수해야 하겠지. 최근에는 저녁식사는 팁이 18% 정도가 평균이 된 느낌이어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메뉴판의 음식 가격과 동떨어진 결제금액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특히 2층의 조명이 멋져서 예약을 한다면 2층으로! 화장실이 2층에 있어서 올라가 보았을 때 반해버린 2층.

드레스 코드(비즈니스 캐주얼)가 있으니, 너무 자유분방하게만 입고 가지 않으면 합격!


● 주소: 123 W 52nd St, New York, NY 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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