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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오 Apr 02. 2024

얘들아 언제 혼자 잘래?

이 애미는 잠 안 깨고 자보는 게 소원이란다

 큰 아들이 10살이 된 올해 초. 이제는 분리수면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깊은 잠을 언제 자봤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10년 가까이 남편과는 자연스럽게 각방. 아이들과 안방 침대에서 자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심지어 남편에게는 침대방을 따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저만 이렇게 사는 거 아니죠?)

 근데 문제는 둘째가 이제 6살. 아직은 엄마 품에서 자는 게 익숙한 요 녀석까지 분리수면 가능할까? 

 아마 외동이었다면 진작 독립했을 터인데 둘째가 4살 터울이라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아직은 뽀송뽀송한 아기 냄새가 사라질세라 머리에 코를 묻고 킁킁 거리며 자는 게 좋기도 했다. 물론 아침까지 2~3번은 낑낑대며 잠투정하는 둘째 때문에 내 수면의 질은 좋을 리 없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대안은 2층 침대. 너밖에 없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선배맘들은 2층 침대를 얼마 못 쓰고 버린다며 말리는 글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성별이 같으니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같은 방에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두 녀석들 2층 침대 사주면 뭔가 큰 장난감을 받은 느낌이겠지 라며 혼자 미소를 머금고 남편과 이케아에 가서 냉큼 사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큰 이슈없이 조립은 잘 마무리됐으나 남편은 안 쓰던 근육을 썼는지 이튿날 좀 골골대긴 했다.

(보시는 분들 조금 여유가 되신다면 조립서비스신청도 괜찮습니다!)

완성하고 나니 그 뿌듯함이란.. 아 이제 아이들만 잘 자주면 좋을 텐데.

3시간만에 완성하고 기쁜 마음에 인증샷

첫날. 어라 이게 웬일이래? 첫째는 물론 둘째도 사이좋게 "형아가 2층! 나는 1층!" 이러면서 알아서 들어간다.

아 이대로라면 정말 한 방에 성공하는 건가? 싶었으나... 


첫날은 얼떨결에 성공했나 보다. 둘째 날부터 맞은편 방에 자고 있던 나는 무려 4번 넘게 들락날락 우는 둘째를 달래러 아이들 방에 들어가야 했다. 첫째는 둘째 때문에 깨서 못 자고 모두가 망친 잠자리였다. 그다음 날도.. 그 다다음날도... 둘째는 새벽마다 나를 찾아 울어재꼈다. 

일주일 만에 난 백기를 들고 둘째와 같이 비좁은 1층에서 자기로 했다. 

결국 누굴 위한 잠자리 이동이었는가 싶지만.... 6살인 둘째에게는 조금 성급했나 보다.

그래 아직은 좀 일렀지.. 사실은 엄마도 네 살 냄새 맡으면서 자는 게 좋긴 했어.. 네가 안 깨고 쭉 자 주면 더 좋겠지만 말이야.. 우리 내년에 다시 도전해 보자! (음 그 시간이 조금 더 당겨져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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