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논스톱 운전을 하다.
TC와 함께 스키를 타러 가기로 결정을 했다. 내겐 두 번째 고향과 같은 오클라호마는 뜨거운 햇볕과 바다도 너무 먼 미국 중남부에 속한다. 오클라호마에서 스키를 타러 가려고 하니, 가장 가까운 곳이 차로 9시간이 걸렸다. 장롱면허를 탈출한 지 얼마 안 돼서 나는 호기 있게 혼자 운전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 당시 거리의 개념이 잡혀 있지 않고 시간으로만 계산을 해서 9시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쉽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오클라호마에서 산타페까지 570 마일 (미국의 거리 단위), 한국의 거리 단위로 바꾸면 917 킬로미터가 나온다. 구글에서 계산을 해보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325킬로미터니까 약 세배 정도가 되는 거리. 그 당시 벌써 10년도 더 전에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 한번 더 내려간 셈이다. 이렇게 수치화시켜보니, 진짜 먼 거리를 운전했다.
장거리 운전의 가장 큰 고역이 뭔지 생각해보면, 허리와 어깨가 아프거나 피곤한 것보다는 졸음과의 사투이다. 껌을 씹거나 동승자와 이야기하를 해도, 창문을 내려서 찬 바람을 맞아도 쫓아낼 수 없는 그 졸음. 지금이라면 잠 깨는 껌이라도 씹을 텐데... 지난번 여동생의 차에서 졸음 번쩍 껌을 먹어본 적이 있다. 예상보다 너무 매운맛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실 하나로 모자랄까 봐서 두 개를 먹어서 그랬을까? 잠을 잘 자게 해주는 수면제는 있어도 잠을 깨우는 약은 왜 없을까? 졸리면 잠을 자라는 인간을 위한 신의 배려일까?
그렇게 졸음과 사투를 버리며 운전하다 보니 고속도로에서 지나가는 차를 보는 재미가 있다. 무슨 바쁜 일이 있었던 건 마냥 급하게 가는 차. 정해진 속도에 딱 맞추어서 가는 차. 차선을 바꾸면서 요리조리 운전하는 차. 보통 1차선은 추월 차선이라는 것은 만국 공통의 약속. 속도를 내다가도 뒤차가 엄청난 속도로 오면 2차선으로 바꿔주는 게 예의이다. 그 당시 나는 초보 운전자임에도 불구하고 네가 빨리 가고 싶으면 네가 차선을 바꿔하는 심정으로 1차선으로 쭉 운전을 했다. 그랬더니 뒤에 있던 운전자가 2차선으로 가고서 나를 추월했다. 그런데 내 뒤에 있던 차는 경찰차였다.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지나가 주셨지만 아마 속으로는 나를 흉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이렇게 운전하냐고? 이제는 양보도 잘해주는 운전자로 변모되었다. 가끔 이상한 운전자 때문에 심술을 부리고 싶을 때만 빼고서.
9시간 운전하면서 쉬었던 시간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차에서 한번 내렸다. 그런데 지금도 내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한 시간 거리는 기본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휴게소에 웬만하면 잘 들리지 않는다. 몇 개월 전 친한 언니와 함께 강릉을 간 적이 있었는데, 나의 운전 성향을 아는 언니여서 이렇게 물었다. " 중간에 휴게소에서 세워줄 거지? " 나 혼자라면 모를까 상대가 원하면 어디든 세워 줄 수 있는 것도 운전자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나는 어디를 간다고 생각을 하거나 할 일이 생기면 그것만 생각하는 게 강하다. 평소에 멀티태스킹도 엄청 하면서도... 모르면 무식한 것처럼, 아니면 목표가 생기면 돌진하는 성격 때문에 운전 중간중간 쉬지 않는 것일까? 결론은 운전하면서 내 성격이 온전히 드라는 법이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TC는 절대 과속하지 않는 것처럼... 각자 운전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안전하게 운전하는 게 관건이다. 그리고 절대로 운전자에게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훈수는 그만!
장롱면허 탈출 팁 하나
장거리 운전 한 번 하고 나면 무용담 하나 추가가 된다. 초보운전자에게 오히려 고속도로 운전이 쉽다. 진입하는 것만 배우고 나면 그냥 쭉 달리면 된다. 해보면 안다. 마지막으로 장거리 운전 성공하면 꼭 자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