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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선 Jul 25. 2023

베트남의 소프트웨어 인적자원

NIPA 글로벌 ICT 포털 기고문

이번 글은 NIPA의 글로벌 ICT 포털 기고문으로 작성되었고, 담당자에게 개인 블로그 게재를 허락받았습니다.


한국이 가진 자원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인적자원'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사람을 자원으로 볼 수 있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본질은 이 인적자원을 잘 가공하고 활용해서 소프트웨어라는 보석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볼 수 있다. 베트남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한국의 그것과 비교할 때 이 '인적자원'을 주제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인적자원의 양적 비교


베트남 인구는 1억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평균 연령이 32.5세 이므로 생산 가능 인구수를 비교하면 한국의 3배 정도로 볼 수 있다. 통계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는 17만 명, 베트남은 48만 명 정도로 확인된다. 어떤 직종까지를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포함시키는지에 따라 통계가 다르므로 유의미한 비교를 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2022년 대학 입학 통계로 보면 컴퓨터/통신 계열 입학 정원은 26,706 명이고, 베트남은 2021년 자료로 49,555 명이다. 우리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베트남 내 주요 20개 대학교의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 입학생 추이를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3년간 40%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기존 대학교들이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 신입생을 급격히 늘리고 있으며, 특히 FPT University 가 공격적으로 캠퍼스를 확장하며 학생 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베트남의 통신 기업이자 최대 아웃소싱 기업을 보유한 FPT 그룹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특화 대학교인 FPT University는 베트남 내에 5개의 캠퍼스에서 현재 55,000 명 가량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신입생이 5,000 명이었던 것에 비해 2022년 9,630 명으로 급증하였으며, 이와 별개로 전문대학인 FPT Polytechnic에서도 11개의 캠퍼스에서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2. 인적자원의 질적 비교


서울대학교의 컴퓨터공학부 입학 정원은 64명이다. 서울대학교 전체 정원이 3,282 명이니 2% 정도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다. 연세대학교는 컴퓨터과학과와 인공지능학과 합쳐서 100명, 고려대학교는 컴퓨터학과와 데이터과학과를 합쳐서 145명, 카이스트는 입학 후 학과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라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 2021년 9월 기준 전산학부의 학부생이 968 명인 것으로 보아 한 학년에 240명 정도라고 계산할 수 있겠다. 한국은 수도권 대학교의 규제가 심해 소프트웨어 관련 정원을 늘리기 어렵다고 한다. 매일경제의 "美컴공과 750명인데…서울대 16년만에 정원늘려 고작 70명" 기사에 의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이 15년째 55명으로 묶여 있는 동안 미국 스탠퍼드대는 관련 전공자를 불과 10년 새 745명까지 5배 이상 확대했다고 한다. 


베트남의 소프트웨어 관련 최고 대학교는 하노이의 Hanoi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호찌민의 Ho Chi Minh City University of Technology라고 할 수 있는데,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 입학생은 각각 820 명, 535 명이다. 베트남은 대학교가 단과대별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의 최상위권 대학 4곳의 입학 정원을 합쳐도 베트남 최상위 대학 하나에 미치지 못한다. 

국가 간에 교육의 질을 비교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베트남의 교육 체계와 교육열은 재능 있는 학생들을 대학까지 서포트하기에 충분하고, 이런 재능 있는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있다는 것은 인적자원의 질에서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베트남 대학 교육의 질은 한국의 대학교와 비교하면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국립대학교 교수의 경우 급여가 100~15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3년 차 개발자 급여에 비교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박사학위를 가진 신임 강사의 급여가 50만 원 정도라고 하니 교수 직책은 명예직일 뿐 실제로는 다른 직업들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페스탈로치의 유명한 격언에 비추어 볼 때 베트남 대학 교육의 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다만, 베트남의 대부분 대학교들은 3학년 이후 3~6개월 간의 인턴 경험을 졸업 필수로 요구하는데 이때 실무 경험을 쌓고, 정규 취업이 확정되면 4학년은 등교하지 않아도 대부분 졸업이 가능하다. 군대에도 대부분 가지 않기 때문에 만 20~ 21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대학교 1학년때 교양 수업 위주의 강의를 듣고 2학년때부터 전공 수업을 듣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턴 시스템은 대학 전공 교육의 후반부를 기업이 책임지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특이사항은 해외 취업에 대한 내용인데, 베트남의 최상위 대학들은 대부분 해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일본, 호주 취업 지원이 대부분인데 입학 때부터 해외 취업반을 구분해서 받기도 하고, 일반 학생들도 성적순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은 해외 취업의 기회를 얻는다. 베트남 국립대 소속 한 대학은 소프트웨어 전공 신입을 작년 기준 1,800 명 받았는데, 1년에 40명 정도에게 해외 취업의 기회를 준다고 들었다. 


3. 인적자원의 가공 기술


대학교 때까지의 인적자원을 원석이라고 한다면 원석을 다듬어서 보석을 만드는 과정은 기업의 담당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서술하였듯이 베트남 대학생들은 인턴 과정을 필수로 하고 있고, 기업들이 어느 정도 대학 교육을 나눠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TopDev의 2022년 조사에 의하면 조사 기업 중 24.9% 만이 신입을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IT 대기업이나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주요 대학교와 MOU를 맺고 학생들에게 인턴 과정을 제공하고 있고,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경력직을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인턴쉽 과정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인데, 인턴들을 위한 정규 교육 과정이 있는 회사도 있고, 인턴들에게 같은 과제를 주고 서로 경쟁시켜 높은 순위의 인턴들에게만 정규직 오퍼를 주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전자는 아웃소싱을 위주로 하는 전통적인 대기업들이 많고, 후자는 서비스 기반의 유니콘급 스타트업들이 주로 취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이런 인턴쉽 과정의 장점으로는 일찍 실무를 경험하고 실무 위주의 기능을 배우는 것, 단점으로는 너무 작은 범위의 실무만 배우는 점을 들 수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흔히 겪는 문제들이 이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베트남 신입 개발자들을 평가할 때 흔히 이야기하는 게 '아는 게 없다.',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 '코딩테스트를 통과하는 사람이 없다.', '수준이 너무 낮다.' 등의 불만사항들이다. 필자 역시 처음 베트남에 와서 크게 당황한 기억이 있다. 한국은 흔히 이야기하는 '경력 있는 신입' 느낌으로 신입에게도 많은 스펙을 요구한다. 적어도 정보처리 기사 정도는 가지고 있고, 이런저런 포트폴리오까지 들고 와야 면접 한번 볼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베트남에서 신입은 거의 백지상태라고 봐야 된다. 인턴도 안 했다면 화면에 Hello world 찍을 정도라고 봐야 하고, 인턴을 했다면 인턴을 한 회사에서 얼마나 잘 가르쳤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딱 그 기업에서 인턴에게 뽑아먹을 기술만 가르쳤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한국과 비교해 베트남의 신입 수준이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약간 모순처럼 들릴 수 있겠다. 앞 챕터에서는 베트남의 인적자원은 양도 많고 질도 좋다고 했는데 정작 신입의 수준이 낮다고 하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걸까? 필자는 베트남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시스템이 좋은 원석들을 채굴하고도 대학과 기업들의 낮은 교육 수준으로 인해 제대로 가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핵심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4. 개발자 양성을 위한 교육


NIPA의 호치민IT지원센터에서는 매년 KITS (Korea IT School)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 개발자들을 교육시켜 한국 IT 기업들에게 인턴을 연계하고 있다. 교육 대상은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 졸업생이고 이들을 3개월간 풀타임으로 교육시켜서 한국 기업들에 취업시키고 있다. 이는 자칫 버려질뻔한 원석들을 한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잘 가공해서 취업시키는 프로그램으로써 학생과 기업 양쪽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는 동시에 베트남 사회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 

Lecle에서는 올해 KITS 사업의 용역을 맡아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30명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200여 명이 지원해 서류평가와 면접을 거쳐 교육생을 선발하였으나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신입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원석 상태였다. 이들을 한국 고객들 눈높이에 맞춰 단련된 현직 Lecle 개발자들이 3개월간 풀타임으로 교육시키고, 각 기업에서 3개월간 인턴쉽을 진행해야 비로소 한국인이 생각하는 신입 개발자의 기준에 맞출 수 있다. 

Lecle 은 자체적으로 Devera라고 하는 교육 센터를 3년간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립대학교 학생들을 교육시켜 인턴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 Devera 교육 센터를 통해 만족스러운 신입 개발자를 자체적으로 수급하고 있으나 연간 2,000만 원에 이르는 운영 비용이 소요되었다. 한 기업이 부담하기에는 큰 비용이기 때문에 KITS와 같이 한국 기업들의 전체 수요를 묶어서 교육하는 방식은 NIPA 가 한국 IT 기업들을 지원하는 매우 좋은 방식이라 확신한다. 


 5. 맺음말


베트남의 소프트웨어 인적 자원을 주제로 인적자원의 양과 질, 그리고 인적자원의 가공과 교육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베트남의 중등 교육과 대학 입학 시스템, 그리고 교육열은 이미 한국과 비견될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관련 직종의 인기와 그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대학교 입학 정원, 그리고 우수한 학생들의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 선호는 좋은 인재들을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공급된 학생들이 수준 낮은 대학 교육과 회사의 이득에 맞춰진 인턴쉽 과정을 통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좋은 수준의 신입 개발자가 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NIPA와 호치민IT지원센터에 경의를 표하며 우리 Lecle과 한국 IT 기업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 수준 높은 베트남 인재 풀을 선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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