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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 Jun 25. 2024

플레이브와 플리, 서로의 '진심'으로 구축한 세계관

무한확장되는 그들의 놀이터


카엘룸에서 온

플레이브 이야기


어느날 평소 즐겨보던 문명특급 채널에 플레이브 영상이 올라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마치 웹툰 캐릭터가 살아움직이는 듯 화려한 멤버들의 비주얼과 그 뒤로 판타지 영화 속 같은 배경, 아스테룸이었다.


그룹 이름은 종종 들었지만 영상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로 가상세계를 바탕으로 활동한다.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 안무 짜는 능력을 가진 자체제작돌이며 리더 예준을 시작으로 멤버 서로가 서로를 불러모아 5명이 플레이브로 함께하게 되었다.


일찍이 K-POP을 좋아해 집착돌, 남친돌, 소년 성장서사를 지나 엑소의 초능력, 에스파의 광야 등 거대하고 낯선 세계관을 접해왔다고 생각했다. 헌데 '카엘룸'이라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 현재는 '아스테룸'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언어로 '테라'라 부르는 지구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이라니... 이제 범우주적인 스케일로 커져가는 세계관을 보며 불쑥 호기심이 생겼다.



플레이브 세계관의 행성 '카엘룸' / 멤버들의 집 사진

재미와 인간미를 동시에

플레이브 오류모음집


유튜브에 '플레이브'를 검색해본다. 유튜브 라이브를 따다 만든 팬 영상이 우수수 쏟아진다. 스크롤을 넘기다 플레이브 오류 모음집을 보게 되었다.


이 영상은 데뷔초, 멤버들의 팔 또는 목이 꺾이거나 손가락이 6개가 되는 등 기술적 결함으로 일어난 다양한 오류들이 담겨있다. 상황 인지 후 당황해하거나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해보려 노력하고, 최후에 방송반을 찾아가는 멤버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기술적 결함은 돌발적으로 발생해 멤버와 시청자를 당황시킨다. 그리고 이를 대처하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개인의 성격이 드러난다.


그 순간, 보이는 화면은 그대로지만 이들이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지금은 아쉽게도(?) 화면상의 멤버들의 움직임이 꽤 매끄럽게 연결되게 기술이 발전했다. 데뷔 초에만 볼 수 있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라 대중들에게 입문영상으로 추천할 만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https://youtu.be/srlbue3glVs?si=6x0rJji-18W9RzaF


아주 보통의 가수와 팬덤,

플레이브-플리


종종 덕질하는 사람들, 팬 브이로그를 본다. 10년 전과 달라진 팬덤 문화를 접하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보며 나 역시 에너지를 받는다. 좋아하는 가수에 따라 팬들의 성향이 달라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요즘은 팬 브이로그라는 콘텐츠가 활발하게 양산된다.콘텐츠가 되는 오프라인 이벤트(콘서트, 팬미팅, 티켓팅, 생일카페, 럭키드로우, 앨범깡, 팝업, 콜라보 굿즈 구매 등)가 다양한 덕분이다. 


팬 브이로그는 팬들이 온라인에서 공감대를 공유하며 만나는 하나의 장소가 되었다. 팬들은 영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댓글과 이벤트로 소통한다. 공통 관심사로 모인 이들이 온라인 상에서 조금 더 밀접하게 연결된다.

또한 이들은 덕질을 하는 모든 공간 즉, 콘서트장, 교보문고나 알라딘 같은 앨범 구매처, 생일카페 등 팬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우연히 마주칠 수 있다.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연예인보다 가까우며 재미와 공감 요소가 많은 덕에 특정 채널을 좋아하는 팬의 팬도 생겨나는 요즘이다.




플레이브라는 그룹을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 팬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다. 플레이브의 팬덤명은 '플리'이다. 눈에 띄는 특징은 팬층 연령대가 MZ 중에서도 Z세대&알파세대의 비율이 높고 친구든 직장 동료든 함께 덕질을 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플리로그(플리 브이로그)에 뮤비 리액션 영상이 있어 <WAY 4 LUV> MV를 보게 되었다. 버츄얼의 특성을 잘 나타나는, 다채롭게 아름다운 화면에 한번 더 놀랐다. 세계관의 배경이 되는 화면 구성 비주얼이 너무 좋았다. 이정도 퀄리티의 영상미라면 충분히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리액션 영상에서 좋아하는 멤버의 장면을 돌려보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고 감탄하는 모습이 아주 익숙하다. 콘서트를 가고, 앨범과 포토카드를 사 모으고, 라이브를 챙겨보는 등 덕질의 모든 요소가 다른 팬덤 문화와 다를 것이 없다.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는 그 사이에 온라인이라는 특수성이 덧입혀진 아주 보통의 가수와 팬덤이었다. 그들의 실제 모습은 화면 뒤에 존재하지만 팬들은 캐릭터를 넘어 함께 이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는 멤버들 그 자체, 성격과 말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좋아한다. 멤버들이 '아이돌'이라는 꿈을 위해 달려온 시간과 노력, 진심을 보고 응원한다.


플레이브와 플리,

기술의 발전 거기에 진심이 더해져

‘플레이브'라는 팀의 성취를 만들어 가는 여정에 있다.


플레이브, <WAY 4 LUV> MV 장면



이 글을 마무리하며 이제는 '버추얼 아이돌'이 21세기 하나의 현상으로 보이지 않게 된 것 같다.


플레이브와 플리가 공유하는 세상이 기존 아이돌 산업에서 보다 더 확장된 형태로 느껴진다. 화면 너머로 존재하는 무언가를 보는 게 아닌 그 안에 있지만 그 자체가 실체인, 오히려 온라인이라는 환경이 가수와 팬에게 보다 더 가깝고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공간이 되었다. 


다수의 아이돌에게 온라인이 팬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통로라면 그들에게 온라인이라는 매개체는 커다란 놀이터 같달까. 실제로 플레이브는 주에 2-3번 2시간씩 라이브 방송을 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최신 근황, 챌린지, 곡 작업 과정 등 멤버 조합을 바꿔가며 팬들이 심심할 틈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며 콘서트와 같은 유형의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팬들이 실제로 한 공간에서 모이고, 서로 마주보고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 좋아한다는 행위에 커뮤니케이션과 공간, 경험의 공유는 훨씬 깊이를 더해준다. 


5세대 아이돌 그룹 그 사이에서 플레이브와 플리가 많이 언급되는만큼 그들의 행보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이 관계성이 어떻게 성장하고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꾸려나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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