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33
강아지야! 안녕?
오늘은 강아지가 얼마나 똑똑한지 엄마가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해. 12개월이 되기도 전에 걷기 시작한 너는 그 무렵부터 기저귀 심부름을 하거나 핸드폰을 찾아오라고 하면 신기하게 척척 심부름을 해냈어.
어느 날은 네가 다리를 접고 앉았길래 엄마가 설거지하면서 ‘지솔아~ 다리 펴고 앉아.’라고 하니 네가 다리를 쭉 펴고 앉는 거야! 엄마는 엄마 말을 알아듣는 네가 너무 신기했어!
또 어떤 날은 밤하늘에 보름달이 크게 떠서 베란다 창문 밖으로 네가 보름달을 보여주면서, “지솔아 달떴어~”라고 알려주었지. 그러고 나서 그림책을 보여주는데, 책 마지막장에 달그림이 있자 네가 베란다 밖에 달을 가리키며 소리를 냈어! 아직 말 못 하는 네가 보기에 하늘에 뜬 달과 그림책 속 달이 같은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 같아. 그 모습에 놀라 엄마는 할머니도 아빠도 불러 모으며 지솔이가 달을 알려줬더니 그림책에 달을 보고 밤하늘에 달을 가리킨다고 호들갑을 떨었어.
그 뿐만 아니라 아직 14개월인 너는 매미, 수박, 토끼, 강아지, 고양이, 복숭아, 안경, 등등 많은 단어를 알아듣고 낱말카드를 고르곤 해. 하나를 알려주면 바로 기억하고 알아듣는 네 모습을 보며 엄마아빠는 얼마가 기특하고 사랑스러운지 몰라!
사실 엄마는 부모가 되면 내 새끼가 천재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고 해서, 그 착각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거든?! 그래서 아빠가 지솔이가 똑똑하다고 말하면 다른 아기들도 다 그럴 거라면 넘기곤 했는데 말이야..! 너는 정말 똑똑한 거 같아! 아마 아빠를 닮아서 그렇겠지?!
그리고 엄마는 더 이상 ‘내 새끼 천재병’을 경계하지 않기로 했어.
내 새끼가 천재가 아니면 어때?
내 눈에는 우리 강아지가 제일 똑똑해 보이는데?
내 새끼 천재병에 걸리면 어때?
내 새끼 천재병에 빠져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지!
엄마아빠에게 많은 행복을 줘서 고마워. 사랑해 강아지야. 네가 천재건 아니건 엄마눈에는 우리 공주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단다!
불현득 갑자기 우리 집에 불이 나서, 혹은 사고가 나서 엄마랑 아빠 둘 중 하나만 살아야 한다면, 엄마가 아닌 아빠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이유는 엄마보다 아빠가 우리 공주를 더 잘 키울 거 같아서(너도 엄마보다 아빠 더 좋아하잖아^^), 공주를 위해서라면 엄마의 목숨을 희생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엄마는 그만큼 너를 사랑해. 네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우리 똥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