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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지 Oct 26. 2019

웹 창작 이야기

[나의 상상력, 스토리가 되기까지]


2019.10.22




카카오임팩트에서 주관한 Creators day 2019 [나의 상상력, 스토리가 되기까지]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크리에이터스데이 #카카오임팩트

22일 화요일 크리에이터스 데이에 참여하고 Sns 이벤트로 받은 증정도서입니다. 나혜석의 <꽃의 파리행> 천천히 읽고 있는데 흥미롭네요.


사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제가 알게 된 건 10월 초입니다. 이러한 행사가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마침 참가 신청이 진행 중이길래 무작정 신청서를 넣고 봤죠. 그러고 한참을 잊고 있다가 연락을 받아 얼떨떨한 와중에도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행사는 22일부터 26일까지 총 5일 동안 진행이 되지만 제가 참가신청을 한 것은 22일이었습니다. 고민할 여지도 없었지요. 이 날에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세 분이나 계셨거든요.


신청을 넣은 지 2주 뒤에 당첨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두는 바람에 당첨이 되고도 연락을 받지 못할 뻔했습니다. 늦어도 5시까지는 회신을 드렸어야 했는데 5시 3분에 그 문자를 봤거든요. 부랴부랴 연락을 드리고 다행히도 참가 확정이 되었습니다. 경쟁률이 100대 1이었다는데 간발의 차로 놓쳤다면 분해서 울었을지도 모르겠어요.

22일 강연작가들의 프로필과 사진을 첨부한 현수막입니다.


2018년에 처음 개최하고 2019년 올해 2회 째인 크리에이터스 데이는 (주)카카오페이지가 함께하는 행사입니다. 기존의 출판 소설 및 만화처럼 클래식한 콘텐츠보다는 장르 콘텐츠 (대표적으로 웹툰과 웹소설이 있지요) 중심의 창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작품의 출판이나 런칭 이후 그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토크 행사를 <콘서트>에 비유한다면, 크리에이터스 데이는 예비/신인 창작자들을 위한 <입학설명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뷔페식 핑거푸드가 꽤나 맛있었어요

옥한돌 작가님, 최수현 작가님, 하가/강지영 작가님 그리고 전민희 작가님. 다섯 분의 작가님들 모두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 행사를 신청한 결정적인 원인이셨던 전민희 작가님의 강연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좋아하세요.


전민희 작가님의 ppt 중 가장 마지막 슬라이드 내용입니다. 간단하지만 조금은 알쏭달쏭하지요.


작가님의 소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룬의 아이들 시리즈는 2부와 3부의 텀이 약 10년 가까이 됩니다. 그동안 장르 시장에는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죠.
룬의 아이들 같은 장편 시리즈물은 기존의 독자층이 탄탄하면 휴재 기간이 길어도 후속 편에 대한 기대가 보장이 되지만, 반면에 긴 호흡의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버거운 신규 독자들의 유입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이지요.


오래된 것을 새롭게 하라. 매거진 연재, 실물책 출판에서 웹연재라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한 전민희 작가의 전언입니다.

전민희 작가는 말합니다.


"당시에 잘 되었던 것일지라도 십 수년 뒤에 그대로 내놓아서는 안 된다."


비단 신인 작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기성 작가들, 전 작가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는 작가를 가리지 않아요.


세계 각지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게임 회사와의 계약, 믿고 기다리는 든든한 독자층. 전민희 작가로서는 사실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기존의 출판 방식을 고수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민희 작가는 변화를 택했습니다.


지난 4년 간 샛별처럼 떠오르기 시작한 웹소설 시장은 기존의 출간 서적 독자층과는 보이는 양상도 다르고 선호하는 독서 방식도 다릅니다. 책장을 넘기며 한 권 두 권 길게 오래 읽던 과거와 달리 이 웹 소설계의 독자들은 하루에 십 분, 자기 전에 한 편, 빠르게 읽히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저 또한 웹소설을 자주 즐기는 독자이기에 처음 전민희 작가의 카카오페이지 웹 연재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전적이고 과감하지만 발 빠른 대응이라고 생각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 작가의 도전은 새로운 독자층의 유입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단언하니 뭔가 객관적인 수치나 자료가 있는 건가? 싶으시다면 그건 아닙니다. 다만 룬의 아이들 3부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하기 전, 제가 이용하는 SNS에서 룬의 아이들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3부는 대체 언제 나오냐, 10년 전에 읽어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런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지 연재 이후 룬의 아이들을 검색해보자 다소 새로운 반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룬의 아이들 들어보긴 했지만 아직 본 적은 없다

윈터러는 뭐고 데모닉은 뭐냐

궁금한데 어디서 보냐

너무 긴데 조금씩 시작해보겠다


웹 연재와 e-book(전자책) 출간 이후 웹소설 독자층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진입 장벽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습니다. 연재 몇 화 혹은 전자책 1권. 기존의 실물 서적에 비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을 지불하고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좋아하세요." 이건 대체 뭘 좋아하라는 거냐. 저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선호하던 방식이 있더라도 때로는 그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좋아할 줄 알아야 한다.


현재 시장의 흐름이 다소 마음에 안 들고 맞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가 쓰는 이야기를 대중들이 보고 즐기기를 원한다면 좋아해 주기를 바란다면. 독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작가 또한 좋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날 다섯 작가분들의 강연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보라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창작에는 완전히 새로운 것도, 완전히 반복되는 것도 없다. 다만 오래된 것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뿐이다.> 작법서에서 종종 읽었던 내용이지요? 흔한 말이지만 이처럼 명쾌한 진실도 없습니다.


완벽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것의 변주, 작가의 "상상력"으로 하여금 익숙함을 익숙하지 않도록 다듬어 참신한 "스토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창작이고 강연 제목인 [나의 상상력, 스토리가 되기까지]를 포괄하는 주제일 것입니다.


2시에 시작한 행사는 6시에 끝이 났습니다. 노들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찍은 한강대교 다리뷰입니다.


제게는 여러모로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분들의 강연도 듣고 예비 창작인으로서 창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들을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이와 비슷한 행사가 있으면 꼭 참여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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