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훈희 Oct 19. 2023

자신의 제품에 대한 애정을 고객감동으로 만드는 곳

차갑게 식어버린 심장이 뛰는 셀프세차장

운전을 처음 배운건 아버지를 통해서였다.


당시 사용하던 차는 봉고 15인승 스틱 승합차였다.

그 차는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분들의 통근용으로 사용되던 자동차였고, 


오르막길에서 클러치를 잘못떼면 시동이 꺼져버렸기 때문에 

페달을 밟은 왼발과 기어봉을 잡은 오른손의 궁합이 매우 중요했다.


처음 운전을 업무용 차량으로 배워서 그런지

내가 가진 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신주단지 모시듯 아끼고 보살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최대한 활용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게된 첫 자가용 역시 업무용 차량처럼 생각하고, 

신속한 관리를 위해 세차는 무조건 주유에 있는 자동세차만 돌렸다. 


자가용을 사서 운전하며 셀프세차를 한 기억은 딱 한번인데

공사현장에 차를 세워뒀다가 공구리를 붓는 과정에서 

천장과 본네트에 시멘트가 떨어지는 바람에 그걸 떼러 가본 기억이 전부다.


그 상태에서 자동세차를 돌렸다가는 차에 떨어진 시멘트의 입자가 

자동차를 완전히 긁어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존을 위한 자동차 관리를 해오며 살아온 내가 

막도 안되게 최근 즐겨찾는 셀프 손세차장이 있으니

그곳은 집에서 한시간 이상 떨어진 수원대학교 앞에 있는 '카라운드'다.


.


그곳의 포인트는 단순히 동전넣고 하는 셀프세차가 전부가 아니다.

세차장과 함께 있는 카라운드몰에서 자동차 모형 다이캐스트 판매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세차보다 모형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 모형 자동차가 실제로 나온 듯한 

레이싱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동차 실물을 보면 40살 이후 차갑게 식어버린 심장이

막 시동을 건 엔진의 배기음처럼 뛰는 박동을 느낄 수도 있다.


어느날은 자동차 다이캐스트 모형을 사고 싶어서 

창문에 붙어서 껄떡거리고 있는 아들과 나를 보고 

사장님께서 나오셔서 가게에 세워진 벨로스터 레이싱카의 문을 열어주시며

아들에게 타보라고 권해주셨는데 

아들은 그 기억을 엄청난 영광으로 기억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액자와 레이싱 게임기 까지 비치하고 가게를 확장하신 걸 보면 

카라운드를 운영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동차에 대해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는지 느껴질 정도다.


그 애정은 점점 더 전이 되어 나도 모르게 세차기에 동전을 투입하며 

손수 자동차를 세차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때면

나 역시 지금 이 폼건을 집어 던지고

아스팔트 색의 서킷에 진한 타이어 자국을 새겨넣고 싶다.


.


가게는 그 집을 찾는 고객에게 감동 이상의 설렘을 주어야 한다.


비록 이 세차장을 찾아 오는데 한시간이 걸리고, 

심지어 그 고객이 평생 손세차를 하지 않겠다고

시멘트처럼 단단한 마음으로 무장한 나 같은 사람일지라도


가게 사장님은 고객이 내는 500원짜리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애정과 미래비전을 

자신만이 가진 방법을 통해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그 여운이 손님한테까지 이어질때 그 가게는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진심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책 "부동산투자, 농사짓듯 하라" 만나기 : 예스24, 교보문고 

작가의 Instagram 으로 더 많은 소식 만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