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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m Dec 16. 2020

Joy of Missing Out

집콕 거리두기 단상

어디 안 나간 지 3주가 넘었다. 시험 보거나 생필품 살 때, 개 산책, 달리기 할 때 빼곤 집콕한다. 대면 모임은 취소하고 약속은 미뤘다. 원래 내향적이라 사람 덜 만난다고 힘들거나 그러진 않다. 오히려 달리 할 게 없는 이 상태가 좋다. 집 안에서 혼자 규칙을 정하고 최대한 그 안에서 머물려고 한다.

난 선택권이 많이 부여됐을 때보다 약간 제한적인 상황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상공에 떠있는 비행기 안이 그래서 좋다. 인터넷 없이도 기내 제공 영화로 시간을 때우고, 주어지는 기내식을 맛있게 해치운다. 어딘가에 복속되고 싶진 않은데, 가끔 바운더리 안에서 맴돌고 싶을 때가 있다. 나에게 자유가 너무 중요한 만큼 감당 안되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대학 재학 시절은 딜레마의 연속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일도 많아서 무엇을 선택할지가 항상 고민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교환학생 갔을 때 극단화됐다. 거의 쫓기듯이 파티와 행사, 여행을 다녔다. 다시없을 기회니 뭐든 참여해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내 룸메는 나에게 fomo(fear of missing out)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 강박이 수업 출석에는 적용 안된 건 희한한 일.

코로나 사태로 의도치 않게 fomo 잠복기에 들어갔다. 바이러스 앞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두려움은 작아진다. 내 면역력을 지키는 게 먼저다. 게다가 외부에서 이래저래 일들이 밀리고 취소돼서 놓칠 거리가 별로 없다. 지금 상황은 모두가 비행기 안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안심한다. 이 사태가 지나가고 밀려올 후폭풍에 대비하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방구석에서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의 희생으로 벌리는 시간인 걸 잊지나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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