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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지 Dec 22. 2020

가식 떠는 나의 모습

환하게 비추는~ 웹캠이 싫어~

사람과 사람이 대화할 때는 눈을 마주쳐야 하는 법. 눈 맞춤은 내가 당신 말을 잘 듣고 있다는 표시다. 여러 심리학 실험에서 아이컨택의 효과는 증명됐다. '눈 맞춤은 입맞춤보다 강렬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눈이 아니더라도 대화 상대에게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비언어적 표현도 캐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중한 눈빛 대화 속에 유대감과 신뢰가 싹튼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졌지만.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온라인으로만 사람을 만난다. 처음에는 재밌었다. 오프라인 대화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하느라 바빴다. 가상 배경, 필터, 화면 공유 등 할 게 많았다. 여름에는 서랍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쓴 뒤 요트 배경을 설정해 바캉스를 떠났다. 친구 생일날에는 생일 축하 노래를 틀고, 노을 지는 해변가에 우리 이름을 썼다. 맥주 마실 땐 카메라를 향해 술잔도 짠. 낭만적이어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연결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슬슬 지겨워진다. 사람들이 아니라 내 얼굴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대화하다 보면 상대와 눈 맞춤은 절대 불가능하다. 화면과 카메라 위치가 다른 탓에 서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나는 상대 얼굴을 보고 있어도, 카메라에 비친 내 눈에는 초점이 없다. 서로가 어디를 쳐다보는지 모른다. 눈 마주치는 사람이 없으니 집중력은 흐트러진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 난 내 얼굴을 감상하고 있다.


카메라 너머 상대의 말을 듣고는 있다. 단지 내 얼굴을 쳐다볼 뿐. 양쪽 입꼬리 대칭을 맞추기도 하고, 간간히 미소를 지어보기도 한다. 고개는 수시로 끄덕끄덕.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표현이 아니다. 듣기 평가하듯이 말을 듣고, 적절한 반응을 골라하는 것이다. 표정뿐만 아니라 네모 칸에 들어온 전반적인 나의 모습을 교정한다. 필터를 수시로 바꾸고 방 배경이 너무 잘 보이지 않게 카메라 각도를 조정한다. 마치 아바타를 꾸미는 듯하다.


이런 가식적인 나의 모습, 나도 못 봐주겠다. 상대 말에 집중하지 않고,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 계속 신경 쓰는 건 건강한 대화법이 아니다. 평소에 거울을 자주 보는 편도 아닌데, 의도치 않게 내 얼굴을 몇 시간씩 쳐다보고 있다. 대화를 한다기보다 스크린 테스트를 받는 기분이다.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을 '온택트'라고 하던데, 이 개념에 회의적이다. 웹캠 대화는 자의식 과잉 인간만 양산할 것 같다. 구원은 눈 맞추는 진짜 대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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