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의 시위로 인해 열차 운행이 중지되었습니다. 용무가 급하신 분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시계를 보고, 회사에 전화를 했다. 내 옆 사람은 욕을 했다. '또' 냐고. 도대체 왜 이러냐고. 왜 출근 시간에 이러는 거냐고. 이러면 이미지가 더 나빠질 뿐이라고.
당황해서 회사까지 가는 버스를 알아보았다. 뺑뺑 돌고 돌아 회사까지 1시간이 걸렸다. 걸어서 가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지각은 이미 기정사실. 회사까지 가는 것도 불편해졌기 때문에 짜증이 났다.
우리는 당연하게 계단을 걸어내려 가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계단을 올라 회사로 걸어간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당연하게 카페에 가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사람들과 적당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지적 혹은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이는 당연하지 않다.
왜 그들은 지하철을 타는 것이 불편하고, 카페에 가서 주문을 하는 것이 불편한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그들은 죄를 지은 걸까? 누군가를 죽였나? 세상을 종말에 이르게 할 정도의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린 걸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힐 목적으로 칼이라도 휘두른 걸까?
우리는 당연하게 애인과 손을 잡고 거리를 걸어 다닌다. 요새는 포옹은 물론이고 뽀뽀도 많이 하더라. 그러나 동성애자나 트랜스젠터는 애인과 손을 잡고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
이들은 무슨 죄를 짓었나?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이야기한 걸까? 아니면 R&D 예산을 올려달라고 외친 걸까?
이들은 아무 죄도 짓지 않았다. 단지 이들은 소수일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수인 비장애인, 이성애자보다 힘이 없을 뿐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비장애인, 이성애자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고 있다. 단지 다수라는 이유로 그래서 힘이 세다는 이유로 일상의 모든 면에서 이득을 보는 것이 당연할 걸까?
아니다. 당연히 당연하지 않다. 힘이 센 사람의 논리대로 이 세상이 굴러가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히 우리 옆엔 수 십 수 백명의 노예가 있어야만 한다. 장난 삼아 노예를 죽이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지속되어야만 한다.
강지나의 책『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보면 가난이 대물림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즉,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당연히 가난해야 하는 걸까?
당연히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다 내가 잘나서 누리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겸손해야 하는 이유고,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만약 내가 성공한 이유는 내가 잘났기 때문이고, 내가 한 대로 하면 너네도 성공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