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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콩 Jan 01. 2022

어린이집 가는 길

너를 울리고 나도 울었다.



오늘도 아들을 울렸다.

'오늘도'라고 쓴 건 비단 오늘뿐이 아니기라는 얘기..

코로나가 4단계로 격상하면서 2달 가까이의 시간 동안 가정보육을 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사회성을 키우기 시작한 아이는 무엇이든 누군가와 같이 하는 병에 걸려 "같이 같이"를 외쳐대 아이를 위해(라고 애써 우겨본다) 오전에만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원래도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고 어린이집에 가고 싶어 하지 않던 아이라 걱정이 많긴 했지만 두 달이란 시간이 영향을 미친 건지 도살장에 끌려가듯 울고 소리치는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어린이집은 아이에겐 굉장히 낯설었을 것이고 선생님이 아무리 열심히 보살펴 주신다 한들 아이의 엄마만큼 케어해주긴 힘드실 테니 소심한 성격의 내 아이는 엄마와 떨어진다는 게 굉장히 힘들게 다가왔나 보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이해도 하지만 쌓여가는 집안일, 늘어지는 내 컨디션을 생각하면 잔인하게 느껴지더라도  '오늘만큼은 지지 않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거야!'라고 강하게 마음을 먹는다.


아이를 보내기 위해 영유아 검진과 코로나 검사까지 마쳤는데 오늘 아침도 눈을 뜨자마자 어린이집 안가! 라며 울어대는  아닌가.. 그래 어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 라는 마음으로 억지로 옷을 벗겨 씻기고 옷을 입히다 보니 흥분한 아이가 나를 때리며 울기 시작했다.

퓨즈가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울기 떼쓰기 게다가 폭력까지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문제성 행동이 긴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반복되다 보니 나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나 보다. "아 몰라. 너 알아서 해!"라고 소리치고 아이를 밀친 뒤 방문을 닫고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밖에서 들리는 울음소리는 애써 무시한 채 잠시 나의 마음을 달래었다.


"엄마 빨리 와"라며 흐느끼는 소리에 아이가 미우면서도 내 감정을 쏟아낸 게 너무나도 미안해져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오늘도 상처를 줬단 죄책감이 그리고 내 행동으로 인해 아이에게 미칠 영향이 너무도 두렵게 다가온다. 울고 있는 아이를 다독이며 설득했으면 될 일인데 감정을 참지 못하고 토해낸 게 바보같이 느껴진다. 내 품에 쏙 안겨 설움을 내뱉으며 울고 있는 작은 아이의 모습에 나 또한 엉엉 울어버렸다.


한참을 울고 나니 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엄마 바지 입혀주세요."라고 말해 주섬주섬 옷을 입고 준비해서 집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아이와 나는 또 손을 꼭 잡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집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이가 좋아 보인다.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며 아이가 몇 번이고 뒤돌아 보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등원 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라 집으로 가는 길 혼자 또 먹먹해졌다.


집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아이와 나는 그렇게 큰소리를 내었구나. 잘만 해내던 일들이 요즘 들어 벅찬걸 보니 스스로가 굉장히 지쳐 보여 안타깝게 느껴지는 등원 길이었다.


지친 엄마를 바라봐야 하는 아이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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