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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소희 Nov 23. 2020

청묵은 <드랑탕> 말고 <트랑트랑>해야지.


어른신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주 찰진 제주어를 들을 수 있다. 식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귀에 쏙쏙 들어왔던 제주어는 <드랑탕> <트랑트랑> 이다.

아쉽지만 난 이 단어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해석할 수 없었다. 단지 어떤 말인지 의미상으로 이해할 뿐이었다.     


“제사할 때 무슨 음식이 제일 힘들었어요?”    


“청묵이 최고로 어려워 났어. 그거 간을 잘해야. 불을 줄여 가지고 묵을 만들어가지고 트랑트랑허게 만드는 것이. 그것이 최고 어려운거야.”

(청묵이 최고로 어려웠어. 그건 간을 잘 해야 해. 불을 줄여서 묵을 트랑트랑하게 만드는 것이 최고로 어려운 거야)


“과정 설명해 주세요.”    


“그거는 메밀을 팔아. 가루로 안 허여. 메밀 쌀로. 주머니 만들어가지고. 그래 담아가지고. 물을 담가. 물을 담갔다가. 30분 있다가 그거를 놀려 손으로. 짜고 놀려서 짜고 경해서 간을 맞추잰 허믄 참 힘들었어.”

(메밀을 팔아. 가루는 안 해. 메밀 쌀로. 주머니 만들어서 담아. 물에 담가. 30분 있다가 손으로 눌려서 짜고 눌려서 짜고 하면서 간을 맞추는 것이 참 힘들었어)    


“간은 어떻게 맞췄어요?”    


“소금 쪼끔 나야지. 소금 조금 놓고. 그거를 막 놀려가지고. 경허는. 그거를 덩어릴 만들어야 되니까 잘 못 불 행 잘 못 쓰다가, 드랑탕 되불믄 그거 버려야 되어. 잘 못 쓰면. 그거를 그냥 트랑트랑 하게 만들라면 그걸 간을 잘 해야.”

(소금 조금 놔야지. 소금 조금 놓고. 막 눌려. 덩어리 만들어야 하니까 불을 잘 못 쓰면, 드랑탕하게 되면 버려야 해. 잘못하면. 그냥 트랑타랑하게 만들려면 간을 잘 해야 해)    


“메밀 쌀은 구하기 쉬었어요?”    


“제주도에서 항상 만들어났어. 밭에 심어가지고. 그거를 해서. 그래서 빙떡 짓고. 가루해가지고 빙떡 짓고.”

(제주도에선 항상 만들었어. 밭에 심어서 청묵을 했어. 그래서 빙떡도 짓고. (빙떡은) 가루 해서 빙떡 만들고)    



청묵은 드랑탕 안 되게 하는게 중요하고, 트랑트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르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의미상 알겠지만 정확한 번역은 힘들 것 같다.



어느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그 시절에 태어난 어르신들의 이야기 속엔  항상 메밀이 있었다.

메밀 철이 되면 제주도 지천에는 메밀꽃이 피어오른다.  아마 내년 그때쯤이면 나는 메밀꽃을 보면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것이다.     



‘저 메밀은 청묵을 만들었고, 청묵은 트랑트랑 해야지.’ 아마 이런 말을 하겠지...


나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미소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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