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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Jul 02. 2023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글쓰기란 행위의 오묘한 매력 


시작하기 전엔 피하고 싶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숙제가 있다. 


깜빡깜빡 느리게 깜빡이는 커서

그리고 하얗게 빈 글쓰기 창 



블로그와 인스타에는 거의 매일 짧은 글을 쓰고 있다. 경험과 과정의 기록을 블로그에 남긴다. 사진과 몇몇 꾸밈 요소가 더해지면 글을 많이 쓰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한 편의 포스팅이 된다. 어느 때는 인스타에 아무도 안보겠지- 라는 마음으로 솔직한 마음을 가득 적기도 한다. 이런 글을 블로그에 왜 쓰나 싶은, 사소한 생각들도 적곤 한다. 아무에게도 내비칠 수 없는 엉망진창의 감정상태나 원망은 나만 보는 노트에 손으로 마구 휘갈기고 덮어버린다. 2년 전 블로그 코칭 수업을 운영하면서부터는 하나의 글이 더해졌다. 수업을 듣는 분들 한 분 한 분께 드리는 피드백을 담아서 쓰는 1대 1의 글이다. 그 피드백은 개별적으로 수업을 듣는 분들에게 전달되는 글이기에 SNS에 올리지는 않는다. 


문득 깨달았다. 

평일만큼은 거의 매일, 쉬지 않고 글을 써오고 있었다는 것을.



그런데도 브런치는 유독 피하고 싶었다. 한 편의 에세이를 써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블로그에는 에세이보다는 기록하는 글에 더 가깝게 편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 편하게 썼다고 해서 빠른 시간에 후두룩 썼다는 의미는 아니다. 에세이라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두 시간 세 시간 부여잡고 끙끙거리며 써낸 글도 많다. 가독성이며 편집에 신경을 써야 하는 블로그 글이 더 오래 걸리는 건 분명하다. 블로그 글쓰기가 쉽다는 의미로 설명이 길어졌다.


블로그 수업을 하면서 한 분 한 분의 블로그 글에 매일 피드백을 드린다. 좋았던 점과 소감을 적고, 보강하면 좋을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어드린다. 그렇게 피드백을 드리면 한결같이 돌아오는 말이 있었다. 



"밤편지 같은 피드백. 기다려져요.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어요.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소중하게 읽어준다는 것이 큰 힘이 되어요." 


나도 어쩌면, 누군가 내 글을 소중하게 읽어주고 있다는 피드백이 그리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외로움과 함께 나의 의지로 써나갈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그래도 그 피드백이 그리웠나 보다. 



브런치는 플랫폼 특성상 블로그보다 댓글로 주고받는 소통이 진하지 않은 편이다. 블로그는 너와 나, 모두 블로그를 운영하는 동등한 블로거의 입장에서 편한 호흡으로 인사를 주고받지만, 브런치는 작가와 독자의 관계로 이루어지다 보니 독자의 피드백을 댓글로 받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브런치 활성화를 위해 무리하게 브런치 작가를 팔로우하고 인사를 남기면서 브런치 작가들끼리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것도 나의 성향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소통하는 폭이 무한히 넓어질 수 없는 개인적인 성향이 더 강한 사람이기에, 어쩌면 지금  소통만으로도 충분히 넘치고 넘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브런치는 작가를 외롭게 만드는 플랫폼일지도 모른다.

외롭지만 외로움을 견디고 꿋꿋이 써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곳일지도 ...



"윤담님의 글을 읽으면..생각하게 되어요. 

예전에도 그랬나? 싶은데 요즈음 달라진 것 같기도 해요. 

잘 읽고 있어요." 


우연히 블로그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글쓰기에 힘을 얻는 감사한 순간이 있었다. 플랫폼에 상관없이 글을 쓰는 사람은 모두 이러한 행운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 힘으로 다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글쓰기를 하게 만드는 것에는 피드백도 있지만 더 큰 동력이 있었다. 그것은 '관성'이었다. 



한번 멈추면 다시 시작하기 어렵지만,

한번 시작하면 멈추고 싶지 않은,

글쓰기의 관성.



관성의 힘은 6월, 개인과 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공저책 쓰기에 도전하면서 경험할 수 있었다. 그것도 고작 딱 5일 만에. 쓰려는 글은 브런치에 쓰는 글과는 결이 조금 다른 내용의 글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까, 돌아보게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강한 어조로 말을 해야 하는 글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한번 멈추면 다시 쓰기까지가 참 오래 걸린다. 단 5일 사이에 몇 시간 동안 한 글자도 써지지 않는 두려움과 맞서기도 했고, 다른 일정에 쫓겨 부랴부랴 마감하듯 급하게 글을 쓰기도 했다. 내면으로 더 들어가 생각과 경험을 풀어서 쓰기도 했다. 내부 일정대로 원고 마감을 하기 시작한 지 5일이 지났다. 블로그에 가볍게 쓰기도 하고 초고를 쓴 후 초고 일기를 적기도 한다.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기 시작했다. 그 어떤 누구가 아니라, 현재의 내가 되어 글쓰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욕망이 차올랐고 오랜만에 브런치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어떤 이야기를 쓰지-

잘 써야지-


외부에 기준을 두면서 글쓰기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이왕에 시작한 브런치, 올 하반기에는 더 키우고 싶은 욕심과 목표도 생겼다. 성장을 확인하는 지표는 어쩔 수 없이 구독자 숫자와 조회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브런치에 글을 쓰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굳게 들었다. 쓸 수밖에 없는 글쓰기의 관성을 믿고 계속해서 쓰고 쓰는 일을 이어가는 것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글쓰기는 한번 시작하면 관성의 힘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 쓰고 싶을 땐 써지지 않아서 괴롭지만 쓰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오묘한 매력이 있는 행위인 것이다. 대단한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 말자. 특별한 일상을 기록한다고 생각하지도 말자. 유심히 관찰하고 주의 깊게 들여다보며 놓치지 않고 적을 뿐인 것이다. 그저 글을 적을 뿐.. 



브런치가 외로운 플랫폼이기는 하지만, 

글쓰기의 오묘한 매력에 함께 빠져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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