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다고?
2019년 초반쯤인가?
살다가 처음으로 미니멀 라이프라는 용어를 흘려듣게 되었다.
처음에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단란한 전원주택에서 차 마시고 나물을 캐며 생활할 것 같은 용어 사용자의 이미지 때문인지, 그저 자연인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단어려나 하고 지나갔었다.
이후에도 유투브나 TV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니멀 라이프와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이겠거나 하며 살다가 우연히 2019년 연말에 2020트렌드 관련해서 미니멀 라이프라는 것에 대해 설명한 글을 읽게 되었다. 그 글에서 미니멀 라이프 라는 것은
"소유욕과 소유물에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고, 그를 추구하는 삶"
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었는데, 재정의 해보자면 소유하고 싶은 욕구나 낭비, 사치를 버리고 자신에게 진짜로 필요한 소비만 하려고 노력하며 사는 삶을 사는 것......
이거 완전 나잖아...?
1. 새옷 사 줄게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중에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려 보면 새 옷을 사러 백화점이나 옷가게에 가는 순간이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쇼핑이 싫은 것은 아닌 것 같은것이 인터넷 쇼핑몰로 의류를 구입해본것도 손에 꼽아서 또래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 논할 때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가 많았다.
기본적인 나의 새옷을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은 그것이었다.
"아니 필요없는데 왜 자꾸 옷을 사라는 거야?"
지금도 거의 옷을 구매하지 않고 있는데 가끔 고향에 내려가면 등 떠밀려 옷을 구매(강매)하게 된다.
"왜 이렇게 더러운 운동화를 신고 있어? 새거 사"
"아니 잘 신고 다니고 편한데 뭐가 문제에요?"
이런 대화 이후에 더러운 운동화를 신고 다니면 주위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는 나로서는 단 1%도 이해할 수 없는 부가설명 뒤에 끌려가서 강매를 하게 된다. 혹은 나이가 들면서 강매도 거부하게 되니까 아예 구매해서 태그까지 떼 버리고 내 발에 집어 넣으시더라.
나는 이 과정이 꽤나 고통스럽고 지루한데 어쨋든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내 자의로 의류를 구매한지도 몇년전인지 아득하며 의류를 구매하였을 때도 이는 필요에 의한 구매였다.
2. 페라리는 타야지
예전에 무역업을 하시는 분과 통화를 하는데 외국인들 통해서 해외에 물건을 수출하고 싶어하셨다. 나를 통해 제품이 외국에 수출이 되면 개당 커미션을 내가 가져오는 구조를 제안하셨는데, 이 와중에 나를 설득하시려는 한마디,
"아니! 젊은 나이에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 한번 몰아봐야되지 않겠어?!"
죄송한 말씀이지만 전혀 유혹이 되거나 심장이 뛰지 않았다. 공짜로 돈 20억을 가져다 준다고 하여도 스포츠카를 탈 의향은 딱히 없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데 주차도 어렵고 차가 막힐 뿐더러 가끔 차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안전하고, 환경을 잘 생각한다던가 유지비가 싸거나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 공짜로 20억이 진짜로 생기면 스포츠카를 살 수도 있지 않냐고? 나도 실험을 해보고 싶은 부분인데 일단 작가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20억을 보내주면 실험을 해 보도록 하겠다.
3. 더 넓은 집으로 옮겨야지
현재 작가는 동생과 함께 방이 2개 있는 집에 살고 있다. 저렴한 이자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살고 있어 월세의 부담에서 확실히 탈출하였는데. 부모님이 한번 방문하시고는 말씀하셨다.
"나중에 나이도 들고 돈을 더 벌면 더 큰곳으로 옮겨야지!"(심지어 동생이 독립한다는 가정하에)
일단 상상력에 기반하여 신뢰도는 떨어지지만, 도무지 100억이 생겨도 집을 더 큰곳으로 옮길 것 같지는 않다. 처음 이 집에 이사오고 동생없이 2달간 먼저 살았었는데 동생방은 열어보지도 않았었다. 쉽게 얘기하면 사는데 작은 방 두개있는 집이면 오히려 넘치도록 충분하다는 얘기.
위와 같이 애초에 미니멀 라이프로 평생을 살아온 내가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살기 위해 버리는 연습을 한다던가 사복의 제복화를 실천한다던가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애초에 그런것을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역량으로 보는 시선들이었다.
나는 원래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었으니 나에게는 대안이 아닌 삶의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의 미니멀 라이프를 글로 옮겨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해 보려 한다.
물론 나의 삶을 얘기하다 보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부분도 몇가지 있을 것인데, 예를 들면 먹을 때와 마실때는 미니멀 라이프를 살지 않을 때도 많다. (사실 예외가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어떤 면에선 식습관도 미니멀 라이프 같을때도 있다)
앞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사는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옷을 사는지(사실 안사니까 '소유하는지'로 볼 수 있겠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는지, 음식은 어떻게 하는지, 선물은 무엇을 해 주어야 할지 등에 대해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흔히 매체에서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와 나의 인생이 조금 다른 면이 있더라도, 어차피 철학이라는 것이 개개인마다 다르므로 이해해주기 바란다.